|
치매를 노인성 질환으로만 여기던 주부들 사이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는 드라마 <보석비빔밥> 속 ‘이태리 여사’ 때문이다. 젊디젊은 나이에 하루가 다르게 기억력을 잃어가는 이태리 여사는 조기 치매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흔치 않지만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기에 더 두려운 중년의 치매, 그 궁금증을 풀어봤다.
| |
|
늘어난 평균수명, 빨라진 치매 질환 |
|
국민건강관리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7년 동안 ‘치매’질환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환자가 연평균 25퍼센트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수 혁명’이라 불리며 빠르게 늘고 있는 평균수명의 속도를 훨씬 앞지르는 추세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1939년에는 36세, 1960년에는 52.4세, 2000년에는 74.0세로 급격히 늘고 있다. 평균수명의 상승 추이만큼 노령화의 속도 역시 빠르다. 노령화 인구는 1990년 5.1퍼센트였다가 2000년에는 7.1퍼센트로 늘었고, 2020년에 13.2퍼센트로 추정된다. 중요한 것은 빠른 노령화 속에서 치매 환자의 연령대 또한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치매 관련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환자 조사에 따르면, 40대의 경우 563명(2001년)에 862명(2008년)으로 늘고, 50대는 1천901(2001년)명에서 4천369명(2008년)으로 늘어났다. 60대는 7천83명(2001년)에서 2만148명(2008년)으로 증가 폭도 커진다. 그렇다면 이처럼 치매 발생 연령층이 낮아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정신적 스트레스의 증가를 꼽는다.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정선용 교수의 얘기다. “사회 전반적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억울함, 근심 걱정이 많아진 것도 치매 연령이 낮아지는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스턴트식품의 섭취, 환경오염 등으로 우리가 접하는 독성 물질이 증가한 것도 한 원인이 됩니다.” 치매 진단 기술의 발달도 치매의 발병 연령대를 낮추는 요인이다. 과거보다 치매의 진단 기술이 발달해 이전에는 발견할 수 없던 영역이나 연령대에서도 진단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 |
|
중년의 치매 발생률이 높아지는 원인 |
|
치매가 40~50대 중년층에 쉽게 발병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는 각종 성인병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치매의 발생 요인에서도 알 수 있다. 흔히 치매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50여 가지가 꼽히는데, 그중 80~90퍼센트는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10~20퍼센트는 감염성 질환, 대사성 질환, 내분비 질환, 중독성 질환, 파킨슨씨병, 수두증, 간질 등이 지목된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혈관성 치매다. 혈관성 치매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주로 발병하는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뇌혈관 질환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치매라 할 수 있다. 결국 고혈압, 당뇨병, 고지질증, 심장병, 흡연, 비만인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요소가 고혈압이다.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의 얘기다. “큰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반신불수, 언어장애 등 금새 눈에 띄는 장애가 나타나지만 매우 작은 혈관이 손상되면 눈에 띄지 않으나 이런 변화가 누적되면 결국 치매에 이릅니다.”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치매의 발병 원인도 흥미롭다. 한의학에서는 자연적 노화, 억울함과 스트레스에 따른 인지장애, 독성 물질이나 외상 등에 따른 뇌의 손상 등 총 4가지 관점으로 치매를 바라보는데, 그중 하나가 무절제한 식생활로 인한 발병이다. 무절제한 식생활로 비위가 손상되고 담음이 생긴 결과, 뇌에 악영향을 끼쳐 인지장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 |
|
남자보다 여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
|
보다 걱정스러운 점은 중년의 치매가 남자보다 여자에게 많이발병한다는 사실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진료 환자 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40대 여자의 경우 2001년 261명이다가 2008년에는 431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2001년 302명이다가 2008년 431명으로 늘어난 남자에 비해 빠른 증가 추세다. ㄴ남자보다는 여자의 치매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입증된 바 있다. 이는 여자의 평균수명이 길기도 하지만, 치매 발병을 일으키는 위험 조건에 더 노출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출산, 육아 등 여자들이 감내 해야하는 스트레스가 남자에 비해 큰 것도 그 이유라고 설명한다. 남자에 비해 극심한 변화를 겪는 갱년기 또한 여성 치매 유발의 한 조건이 될 수 있다. “갱년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치매에 걸릴 확률을 낮아진다는 보고도 있다”는 게 정선용 교수의 설명이다. 또 치매 초기 증상으로 알려진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도 여자를 위협하는 요소다. 여자들은 출산 후 잦은 건망증을 겪는데, 이 건망증의 빈도가 잦아지다가 최근 일까지 자주 잊어버리면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 단계라 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로 진입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 이를 건망증으로 치부한다는 사실이다. 곧 이러한 치매 초기 증상이 오래되면 치매로 발전하는 것이다. 나덕렬 교수는 “치매 초기 증상은 기억력 감퇴와 하고 싶은 언어 표현이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는 증상”이라며, “기억 감퇴 증상이 나타나면 치매 초기를 의심하고 전문 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 |
|
건망증이라 생각해 조기 치료 놓치기 쉬워 |
|
그렇다면 건망증과 치매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치매의 5대 증상으로 기억장애, 언어장애, 방향감각 상실, 계산력 저하, 성격과 감정의 변화를 꼽는다. 이중 3가지가 해당한다면 치매일 확률이 높단다. 특히 방향감각이 떨어지고 계산 실수나 성격 변화 등을 겪는다면 초기를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단순 기억장애의 경우 작은 귀띔이나 힌트만으로도 대부분 기억해내는 것도 치매와 다른점이다. 보다 무서운 점은 아무리 좋은 약제가 있다 해도 일단 죽은 뇌세포는 다시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것이 몸속 다른 세포와 뇌세포의 가장 큰 차이다. 결국 중년의 치매를 막는 길은 뇌세포가 파괴되는 원인을 미리 발견해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중년 치매 예방책은 무엇보다 뇌혈관 손상을 일으킬 위험 요인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혈관성 치매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전문의 김어수 교수 역시 “장기적으로 중년부터 뇌의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들을 관리해야 예방 효과가 더욱 크다”고 강조한다. 미국에서 진행된 한 통계자료도 치매 예방에 있어 중년의 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46~70세 1만1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미네소타대학과 미시시피대학, 존스홉킨스병원 공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년기에 불건전한 생활 습관을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치매 발병률도 높게 나타났다. 억울함과 근심을 풀지 않고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도 금물이다. 지나친 걱정이나 과도한 긴장, 분노 등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자신도 모르게 인지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년의 치매에서 벗어나는 길은 하루하루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첫 단추일 듯싶다. | |
|
|
|
나도 해보자! 치매 선별 설문지 SIRQD |
|
SIRQD(Seoul Informant Report Questionnaire for Dementia)는 서울대학교병원 치매·노화성 인지감퇴증 클리닉에서 개발한 치매 선별 설문지다. 총 15개 문항으로 구성되며, 각 문항은 일상생활 중에 나타나는 능력이 10년 전과 비교해 어떻게 변했는지 묻는 내용이다. 자료 한국치매협회
설문 방법 문항을 읽고 해당하는 곳에 동그라미를 친다. 0=10년 전과 별 차이 없다. 1=10년 전에 비해 조금 나빠졌다. 2=10년 전에 비해 많이 나빠졌다. 모름=전혀 해당되지 않는다(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모름’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