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책임
「부분과 전체」의 마지막 부분은 과학자의 책임과 전시에서의 사람들의 행동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하이젠베르크의 윤리적 고민이 독일의 핵무기 개발 참여에 대한 변명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그가 속한 독일보다 미국이 핵개발을 먼저 했기 때문에 패자의 변명이라 더 구차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를 비난할 때 맨하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들도 함께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승전국의 과학자들도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겠지요. 하이젠베르크에게서 핵개발에 참여했던 과학자의 변명을 처음 들은 것 같습니다. 다른 과학자들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요? 물론 인명살상무기의 발명에 기꺼이 참여하지는 않았겠지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단지 전쟁에서의 승리라는 사명감, 적군보다 빨리 개발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연구 과정에서의 고뇌와 죄책감을 밀어내 버렸을 것입니다. 그러한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자들이 하는 토론과 비난이 그들에게는 궤변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과학자의 책임과 윤리 문제는 유전공학의 발달과 함께 빈번히 공론의 장에 등장하곤 합니다. 과학자의 책임 범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과학이 사회와 유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과학자는 사회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거지요. 그리고 과학자가 그 분야 지식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의 무게가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과학이 발달하고 일반인들의 이해 수준을 넘어서면서 과학자나 전문가의 의견을 정답란에 그대로 옮겨 적는 일이 일상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들이 뭐라뭐라 말 하는데 어려우니까 혹은 생각하기 귀찮으니까 그저 과학의 권위를 인정하고 믿어버리는 거지요. 우리가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과학을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가득찬 세상에서 활발하게 살아있기 위해서요. 세월호 침몰 원인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도 그 분야 전문가들의 말을 이해해야 행위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과학이 참 어렵지만 계속 접해서 친해져야겠습니다.
개념의 충일
‘공자의 말씀’이라는 제목의 실러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합니다. ‘명확함은 충일함에서 비롯되고 진리는 심연에 있다’. 이에 보어는 말합니다.
충일함은 경험의 충일함만이 아니라 개념의 충일이기도 해. 우리의 문제와 현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이지요.(338쪽)
양자론에서 관찰되는 현상들을 다양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다른 관점에서 조명하고 그렇게 사고 구조의 변화를 야기하는 것. 이것이 양자역학 학문 여정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양자역학은 분명 과학의 역사에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큰 마디입니다.
보어는 또한 말합니다.
어떤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 우리는 그 진실에 정확히 부합하지 않는 상과 비유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어요. 때로는 모순을 피할 수 없지요. 하지만 이러한 상들로 진실에 다가갈 수 있어요. 현실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거예요(339쪽)
현존하는 언어로 새로운 개념을 설명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양자역학을 대표하는 과학자인 보어도 하이젠베르크도 철학적이고 시(詩)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보어는 ‘원자에 관해서는 한 가지 언어, 즉 시의 언어만 사용할 수 있다.“(「닐스 보어」 118쪽)고 말합니다. 과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시의 언어로 쓰인 원자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다행히 하이젠베르크는 말주변이 없는 보어의 시를 잘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그의 뛰어난 언변을 통해서 보어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어서 우리에게 참 다행입니다. 볼프강은 옛 언어로 말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면 새로운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우리들(과학자들)의 과제일 것이라고 합니다.(341쪽)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이해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발견을 이해하는 것도 어렵구요. 니체를 공부할 때 그의 언어를 새롭게 알아야 했던 것처럼 ‘양자역학적’으로 새롭게 정의된 언어의 관문을 먼저 통과해서 그 세계에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막스플랑크, 닐스보어, 하이젠베르크의 책을 읽으면서 원자에 대한 이해 부족이 그들의 말을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원자에 관해 공부하고 다음으로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양자역학으로 이해하는 원자의 세계(곽영직, 지브레인)」, 제1부(~86쪽)를 읽어 오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