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변화, C = F + A
김세진
구슬꿰는실과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 가운데 이렇게 말씀하는 분을 종종 만납니다.
“매뉴얼만으로 일해 온 지난날을 반성합니다. 진정한 마음으로 돕겠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는 자칫 매뉴얼대로 일하는 게 인격적이고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현장 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학문으로써 사회복지학을 공부하여 이를 현장에서 풀어내는 이가 사회사업가입니다.
따라서 우리 실천은 이론을 근거 삼아 이뤄가며 경험을 쌓고, 그런 경험으로 다시 이론을 수정하고 보완합니다.
이론을 담은 틀이 매뉴얼입니다.
후배 사회사업가를 지도하려면 기술(원칙, 매뉴얼)을 익히게 합니다.
사회사업가다운 태도(품성과 예절, 언어와 복장)를 갖추고, 이 바탕 위에서 기술을 발휘하게 안내합니다.
기술과 태도, 두 영역 두루 준비하게 살핍니다.
양 쪽 균형을 이루게 지도하는 일이 슈퍼비전입니다.
C = F + A
*C: change, F: function, A: Attitude
변화(C)는 기술(F)과 태도(A)로 이뤄집니다. 바르게 실천하여 당사자와 지역사회를 변하게(C) 하려면
그런 이상을 이룰 수 있는 기술(F)을 갖춥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이나 매뉴얼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는 가에 따라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따라서 기술 사용의 바탕을 이루는 태도(A)를 마련해야 합니다.
사회사업가의 품성과 태도, 언어와 복장에 따라 그 일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이합니다.
* 여기서 ‘태도’는 당사자를 대하는 태도이기도 하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사회사업 현장에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또한, 자기 일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일 수도 있습니다.
일 가치감이 낮은 사람이 그런 현장에서 만나는 당사자를 인격적으로 대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F + A = C
F: frame, A: A.I, C: control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어야 하는데, 이는 기술과 태도를 갖추었을 때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 다른 것을 놓으면 엉뚱한 결과를 맞이합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편견의 틀(A, 프레임)을 씌우고,
기계적으로 답하는 방식(A)으로 일하는 건 당사자와 지역사회를 관리(C)하려는 의도입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를 손쉽게 관리하고 싶어서 프레임을 만들고 기계적으로 처리해버립니다.
* 최우림 선생님 책 「덕분에 사회복지사」(구슬꿰는실, 2021)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합니다.
“장애인은 많이 드시잖아요. 그래서 많이 드렸어요.”
어느 개인이나 집단 혹은 지역을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틀을 만들어 손쉽게 이해하려는 태도,
이것이 (부정적) 프레임입니다.
“MZ 세대는 딱 세 마디만 해. 이걸요? 내가요? 왜요?”
이런 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의 모습에 틀을 씌워 넘겨버립니다.
이해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특정 집단 전체의 모습으로 일반화해버립니다.
그렇게 하면 이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와 그가 속한 집단이 이상한 겁니다. “수급자는 다 그래.”, “임대아파트 주민은 다 저 모양이야.”,
“이 동네는 원래 그래.”… 이렇게 말하면 편안합니다.
실천 기술은 공부하여 갖추게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태도를 갖추게 지도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선배의 모습을 보고 배우게 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이 방법도 한계가 있습니다.
제일 좋은 건, 처음부터 태도를 갖춘 사람을 선발하는 겁니다.
그런 사람을 선발하기 위해 면접 볼 때 질문을 잘 해야 합니다. 이 또한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기관이 그런 태도를 갖춘 곳이라면 처음부터 그런 예비 사회사업가가 지원할 겁니다.
모양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멸시받는 사람을 귀하게 대하는가? 덩달아 괄시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가벼이 대하거나 아래로 대하는 것 같은 자세, 기우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부지중에 이런 잘못을 범합니다. 약자는 깨어지기 쉽습니다.
약자를 대하는 태도나 언행이 여느 사람에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고 악의가 없을지라도, 약자는 상처 받기 쉽습니다.
약자를 통해 우리를 시험하는지 모릅니다.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사회사업가의 인격 자질이 드러납니다.
약자일수록 더욱 예를 갖추어 더욱 정성스럽게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해야겠습니다.
「복지소학」 (한덕연, 2021)
기술은 시간이 쌓이면 만들어지지만, 마음은 시간으로 쌓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의식이 좋은 미래를 만든다. 크게 성장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나는 왜 일하는가?’라는 자기 물음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성공을 위한 강력한 마인드를 만든다.
「고객은 스팩보다 태도에 끌린다」 (하희선, 대경북스, 2022)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사회사업으로 만나는 어르신에게 존댓말인 듯 반말하는 사회복지사를 봅니다.
“어르신~ 오늘 집에 계셔? 잠깐 가려고 하는데. 출발할 때 연락드릴게~”
아마 친근감의 표시였을 겁니다. 하지만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본 어떤 사회복지사는 상대방과 대화할 때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다리를 꼬고 의자 뒤로 기대고 앉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상대와 대화하는 동안 눈도 거의 마주치지 않고 어떨 땐 서류에 공허한 눈길을 두기도 했습니다.
그 사회복지사가 속으로는 얼마나 마음을 열고 상대방과 대화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행동을 보았을 땐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도 마음이 이럴진대 대화한 이는 얼마나 기분이 나빴을까요.
이런 태도를 ‘경청 기술’로 익힐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정도는 머리로 배울 수 있겠으나 태도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나는 상대방의 지위 역량 나이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예를 갖춰 대함이 중요합니다.
「한 번쯤 고민했을 당신에게」 (김은진, 구슬꿰는실, 2022)
프레임은 다양한 형태를 지닌다. 우리의 가정, 전제, 기준, 고정관념, 은유, 단어, 질문, 경험의 순서, 맥락 등이
프레임의 대표적인 형태다. 사람들은 흔히 프레임을 ‘마음가짐’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프레임을 갖추기 위해서는 좋은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프레임은 결심의 대상이라기도바는 ‘설계’의 대상이다.
프레임 개선 작업은 나의 언어와 은유, 가정과 전제, 단어와 질문, 경험과 맥락 등을 점검한 후에
더 나은 것으로 설계하고 시공하는 작업을 요한다.
「프레임」 (최인철, 2019, 21세기북스)
변화(C)를 위한 기술(F)과 태도(A) 훈련
<슈퍼비전 글쓰기>에서 슈퍼비전의 틀로써 ‘이상의 사다리’를 소개했습니다.
‘이상vision’을 이루려면 갖추어야 할 게 있습니다.
후배 사회사업가가 우리 기관의 이상에 닿으려면 사다리가 필요합니다.
‘이상의 사다리’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사다리 한 축은 ‘이상과 방법과 사례’로 만듭니다.
‘이상’을 안내하고, 이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구체적 ‘사례’를 보여줍니다.
이상과 방법과 사례를 알고 있다면 도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다리 다른 한 축은 ‘이상과 스승과 동료’로 만듭니다. 그 이상(사업)에 관하여
이미 앞서 잘 실천한 ‘사람’을 만나보게 하고,
비슷한 일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모임을 만들어 경험을 발표하고 듣게 합니다.
슈퍼비전은 후배 사회사업가에게 이런 ‘틀’을 짜 주는 일입니다.
<슈퍼비전 글쓰기> (구슬꿰는실, 2022)
이상을 이루기 위한 ‘방법과 사례’ 학습이 기술(F)을 갖추는 일입니다.
그렇게 일한 스승이나 동료를 통한 학습으로 태도(A)를 다듬습니다.
사회사업가가 누구이며 어떤 세상 만들고자 하는지 분명한 소명을 갖고, 이를 이룰 구체적 방법을 알고 있으며,
실제 그렇게 일한 사례를 많이 읽습니다. 그렇게 기술을 갖췄습니다.
이미 그렇게 일한 선배 사회사업가를 보았거나 만났거나 알고 있으며,
이러한 것들을 풍성하게 나눌 동료(집단)이 가까이 있습니다.
사람을 통하여 실천 기술이 품성과 태도, 언어와 복장과 같은 변수가 더해져 현장에서 어떻게 펼쳐지는 목격합니다.
이렇게 갖추며 훈련하고, 적용하며 다듬어 간다면 뜻을 이루지 못할 수 없습니다.
느리더라도 조금씩 진보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