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휴 마지막 날이다.
비는 계속 내리고 늦게까지 있으면 길이 너무 막힐듯했다.
"미시령"(彌矢嶺)을 넘어 "백담사"(百潭寺)를 돌아보고 일찍 귀가하기로 했다.
"백담사"(百潭寺)는 50여년전인 1972년 가을에 가 보고 그동안 한번도 가 보지 않았다.
백담사 입구 매표소에서 백담사까지(약 7k)는 일반 차량은 통행할 수가 없다.
초입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전용 셔틀버스"를 타고(20여분 소요)올라가던지
아니면 계곡을 걸어서 가야 한다.(약 2시간 소요)
이 길은 옛부터 계곡과 암벽사이를 휘돌아 좁은 길을 올라가므로 교행이 가능한 곳이 몇곳 없다.
셔틀버스끼리도 무전기를 사용해서 서로 위치를 확인하고 때로는 상대방을 기다리기도 한다.
올라갈 때는 왼쪽 자리에 앉으라고 먼저 갔던 사람들이 권한다.
이유는 왼편으로 전개되는 "수렴동계곡"(水簾洞溪谷)을 감상하며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1972년에는 버스도 없었다. 그냥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중간에 계곡의 맑은 물을 떠서 라면을 끓여먹으며 쉬던 생각이 난다.
버스 종점에 내려 비가 내리는 "수심교"(修心橋)를 건너면서 다리 아래를 보니 "돌탑"이 가득하다.
큰 비가 오면 모두 무너져 없어지겠지만 누군가 또 각자의 소원을 빌며 열심히 쌓아 올리는가보다.
"수심교"(修心橋)를 건너면 첫번째로 "금강문"(金剛門)이 나온다.
"사천왕문"(四天王門)을 대신하는 門이다.
"금강문"을 지나면 곧이어 "백담사"(百潭寺)라 쓴 "일주문"(一柱門)역할을 하는듯한 문을 지난다.
"불이문"(不二門)이란다.
문 안쪽에는 "설악산"(雪嶽山)이란 글씨도 있다.
"불이문"(不二門)을 지나면 정면으로 "극락보전"(極樂寶殿)이 있다.
앞쪽의 좌측 건물은 "화엄실"(華嚴室)이고, 우측 건물은 "법화실"(法華室)이란다.
그중 좌측의 "화엄실"(華嚴室)은 여러 사연이 있는 건물이다.
1925년 8월 29일 밤 이곳 "백담사" "화엄실"에서 불후의 명작 "님의 침묵"이 태어났다.
그런가하면
1988년 11월 23일, 5·18과 5공 비리 책임자(전두환)에 대한 처벌 요구가 거세지자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전두환은
부인 이순자와 함께 백담사로 와서 1990년 12월 30일까지 이곳 "화엄실"(華嚴室)에 기거를 했다고 한다.
"극락보전"(極樂寶殿)
"극락보전"(極樂寶殿)앞에서 본 삼층석탑.
"범종루"(梵鐘樓)
이곳은 계곡의 물이 이곳까지 넘칠 수가 있어 조금 높여 지은 듯하다.
"나한전"(羅漢殿)
"나한전"은 "오백나한전"(五百羅漢殿), 또는 "응진전"(應眞殿)이라고도 부른단다.
이곳에는 많은 시비(詩碑)가 있어 빗속에 그를 둘러보기로 한다.
"만해 한용운"(卍海 韓龍雲)선생의 상.
나루ㅅ배와 行人
나는 나루ㅅ배
당신은 行人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음니다
나는 당신을안ㅅ고 물을건너감니다
나는 당신을안으면 깁흐나 엿흐나 급한여울이나 건너감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오시면 나는 바람을쐬고 눈비를마지며 밤에서
낫가지 당신을기다리고 잇슴니다
당신은 물만건느면 나를 도러보지도안코 가심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줄만은 아러요
나는 당신을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어감니다
나는 나루ㅅ배
당신은 行人
한용운
저물 무렵 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
천봉우리 만 골짜기 그 너머로
한 조각 구름 밑 새가 돌아오누나
올해는 이 절에서 지낸다지만
다음해는 어느 산 향해 떠나갈꺼나
바람 자니 솔 그림자 창에 어리고
향 스러져 스님의 방 하도 고요해
진작에 이 세상 다 끊어버리니
내 발자취 물과 구름사이 남아있으리
晩意
萬壑千峰外 (만학천봉외)
孤雲獨鳥還 (고운독조환)
此年居是寺 (차년거시사)
來歲向何山 (래세향아산)
風息松窓靜 (풍식송창정)
香鎖禪室閑 (향소선실한)
此生吾己斷 (차생오기단)
棲迹水雲間 (서적수운간)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본
그 꽃
시인 高銀의 詩
金丘傭 詩碑
冬
金丘傭
冬龍트림진 古梅등걸, 밤에 눈 맞더니
이끼 툴툴 털고 하늘로 날아 올라
먼 새벽 향기인가 하마 꽃이 피었네.
아득한 성자
조오현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 있지만
그 어느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글씨 김장준.
霧山 曺五鉉 禪師 詩碑
강물
오세영
무작정
앞만 보고 가지마라
절벽에 막힌 강물은
뒤로 돌아 전진한다
조급히 서두르지 마라
폭포 속의 격류도
소(沼)에선 쉴 줄을 안다
무심한 강물이 영원에
이른다
텅빈 마음이 충만에
이른다
서기 2002년 팔월 초순
글씨 근원(近園) 김양동(金洋東)
이성선 시비 (李聖善詩碑)
나 죽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해도
저 물 속에는
산 그림자 여전히
혼자 뜰 것 이다
이성선 시
山詩 나없는 세상.
허물
남의 삶은 다 보이는데
내 삶은 보이지 않네
남의 죽음은 다 보이는데
내 죽음은 보이지 않네
그것 참 남의 허물은 다 보이는데
내 허물은 보이지 않네.
설악 무산(雪嶽 霧山)
돌아 나오는데 나무 숲속에서 나무를 쪼아대는 소리가 난다.
소리나는 곳을 자세히 보니 "쇠딱따구리" 한 녀석이 있다.
딱다구리중에는 가장 작은 녀석이다.
백담사의 안내판이 엉뚱하게 오세암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서 있다.
백담사에서 대청봉으로 가는 등산로.
이제 나로서는 갈 수없는 아득한 길이기만 하다.
버스를 타려 가는데 숲 한쪽에 그리 오래되지 않은 부도가 있다.
부지런히 서울로 향한다.
빗속의 2박3일 동안에 그나마 하루가 반짝 해가나서 뜻있는 여행을 할 수있었다.
언제 또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젊을 때, 여유있을 때 돌아다녀야 한다.
나이들고나면 아무것도 내게 주어지는 것이 없다.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