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를 찍다/벡낙란
찰칵 찰칵, 향기가 올라온다
푸른수목원 길
장미 찔레 작약 라일락 향
55mm 수동 광학렌즈 속으로
한아름 빨려 들어온다
디지털 세상에 아날로그의 향기를 담는다
마치 꿀벌이 꽃잎에 접사하듯
한순간의 셔터로 진한 5월이
렌즈콧속 코닥 필름 안으로 들어온다
철쭉 이팝 금계국 붓꽃
향기없는 향기도 찍어 넣는다
바람이 분다
어디선가 날아 온 꽃씨가 날리고
촬영할 수 없는 낱말들이 한가득이다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 모두
나름 향기를 갖고 태어난다
사랑 이별 정열 행복 그리움 기다림 등
꽃말처럼,
향기는 공기를 타고 카메라를 타고
내 작은 눈 속으로 날아든다
나비가 내뿜는 향기를 찾듯
그 망막 위로 렌즈를 통해 꽃이 내려 앉는다
필름 속 꽃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코를 들썩이며
꽃술 가득 나를 찍으려 하진 않을까?
카메라에 풍기지 않는
향기 조차 잃어가는 눈동자
더 이상 인화할 수 없는
시들어 말라 버린 이 마음을
첫댓글 시인님 필독하고 갑니다 화이팅입니다 ^^*
네, 시인님
눈으로는 꽃의 향기와 아름다움을 감상하지만 그 꽃의 진정한 마음을 읽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시인님 항상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