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로서 좋은 동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베치 바이어스의 『검은 여우』(사계절, 2002)는 날 가르치고 혼내고, 또 좌절의 늪으로 빠지게 하는 현재진행형 작품이다. 나는 베치 바이어스의 작품 『검은여우』, 『앨피의 다락방』(사계절,
2007)을 읽으며 감히 ‘대화 사용법’을 배웠다고 할 수 있다. 대화로 인물의 성격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그 대화 이면에 깔린 분위기는 어떤 식으로 표현되는지, 지나치는 인물조차도 개성을 부여하는 세밀함을 배웠다. 한 번은 베치 바이어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영어사전을 찾아가며 샅샅이 그녀의 자취를 쫓은 적이 있다. 홈페이지 구석구석을 탈탈 털어, 드디어 문구를 찾
아냈다. “나는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서 이야기를 쓰는 편이다. 아직도 원고를 거절당하지만, 그래도 나는 배우고 성장한다.” 오호, 이런 대가도 원고를 거절당하고, 수정을 거듭한다고? 베치 바이어스도 이런 삶을 사는데, 나는? 이런 날은 고된 노동처럼 느껴지던 원고 수정을 힘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박효미
전남 무안에서 나고 자랐다. 『일기 도서관』, 『말풍선 거울』, 『길고양이 방석』, 『오메 돈 벌자고?』, 『노란 상자』, 『왕자 융과 사라진 성』, 『학교가 문을 닫았어요』, 『블랙아웃』 등을 썼다.
◎ 평론을 쓸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십니까?
문장입니다. 저는 문장 앞에서 늘 고민합니다. 제가 읽은 좋은 글, 특히 저를 사로잡은 글은 좋은 문장으로 단단하게 짜여 있었습니다. 좋은 문장에는 논리와 사람과 세상에 대한 겸허한 시각 그리고 리듬이 있습니다. 한때 리듬은 시에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저를 사로잡은 글에서 만난 리듬은 저에게 문장의 힘(리듬)이 사유를 어디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지 알게 해 주었습니다. 시에서 리듬은 단순한 가락이 아닙니다. 좋은 시의 리듬은 그것 자체로 대체 불가능한 의미를 생성합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문장이 가지고 있는 리듬은 그것 자체로 사유의 깊이를 보여 줍니다. 이런 문장들은 마치 머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몸으로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깊은 파장을,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깁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문장을 쓸 수 있을까라는 ‘꿈’을 계속 꾸고 있습니다.
송수연
인하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제6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평론 「다문화 시대, 아동문학과 재현의 윤리」가 당선되었다.
◎ 작품을 쓸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십니까?
동시는 아동문학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시를 읽고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혹, 이해가 바로 안 되면 어른이 설명해 주었을 때라도 이해가 되어야 한다. 그럴 수 있으려면 동시 소재를 바라보는 시인에게 동심적 눈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그것이 아동문학을 문학과 분리해 놓은 이유이다. 그런데 어른도 이해 불가한 동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나는 혹여 동시를 쓸 때 동심적 눈을 빠뜨리고 쓰지는 않는지 늘 점검한다. 간혹은 몇 개의 단어로 그럴싸하게 시를 만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바로 그만둔다. 요즘은 그런 점검 등이 강해서 시를 잘 못 쓰고 있기도 하다. 나는 문학적 질을 높인다는 명명 하에 어린이 독자를 무시하고 과도한 표현과 의미 부여를 하는 동시를 싫어한다. 또한 동시를 그저 쉬운 장르로 생각하고 아무런 고민 없이 쓰고자 하고, 소재에 대한 자기감정 세계를 거치지 않고 쓱쓱 몇 자 적어 놓는 그런 동시도 싫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동시를 쓰려고 할 때는 내가 이 시를 왜 쓰려고 하는지 내 마음 상태를 먼저 점검한다. 그리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읽는 장르이기 때문에 어른만이 아니라 아이 독자까지 염두하며 쓰고 있는지도 늘 점검한다.
안오일
시와 동화를 쓰고 있다. 동시를 쓸 때마다 아이들의 마음에 눈을 하나씩 달아 준다고 생각하며쓰고 있다. 그래서 잠자리처럼 온 몸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는 아이들이 되었음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작품집으로 시집 『화려한 반란』, 청소년 시집 『그래도 괜찮아』, 『나는 나다』, 동시집 『사랑하니까』 외 동화책 몇 권이 있다.
◎ 작품을 쓸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십니까?
어린이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어떤 것일지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중에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고릅니다. 어린이가 먼저고 나는 나중입니다. 문학은 예술이지만 책은 상품이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제가 쓴 동화가 책으로 나와서 가격표를 달고 나갔을 때 소비자인 독자가 기꺼이 그 값을 치르고 싶어지는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빌려서는 읽지만 사고 싶지는 않은 동화책이라면 그건 진짜 좋은 동화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라 여깁니다. 나라면 이 책을 9,800원 주고 살까. 나는 내 책을 앞에 두고 그리 미리 물어보는 심정으로 원고를 마무리합니다. 3,000원이면 사겠지만 9,800원이면 조금 돈이 아깝겠다 싶다면 그건 좋은 동화가 아닐 겁니다. 내가 쓴 동화에게 내가 당당히 9,800원 가격표를 붙일 수 있으려고 애씁니다. ‘나라도 9,800원 내고 살 정도다.’라고 생각하는 원고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내용 면에서는 차별화를 가장 걱정합니다. 데뷔 초기에는 도서관에서 자료를 5시간 정도만 찾아서 한 무더기 복사해 오면 아무 걱정 없었습니다. 자료의 가치가 그 정도 무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자료의 가치는 날로 하락했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찾은 후엔 발로 뛰어 무언가 보충해야만 차별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소재를 다루더라도 다른 관점에서, 다른 해석으로, 다른 각도로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임정진
서울서 나서 자라고 살고 있다. 글 쓰는 여러 가지 일을 해 왔고 지금은 서울디지털대학 문예창작학과와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동화창작 강의를 하며 간간히 동화를 쓴다. 민화와 민요 배우기를 즐겁게 여기며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 세계 평화를 위한 일이라 믿는다. 매달 셋째 토요일 아름다운가게 세종로점에서 그림책작가와 어린이가 만나는 ‘그림책읽는아이’ 행사를 기획·연출한다.
첫댓글 이번호 맛보기 잘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