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터의 최종병기, C조를 소개한다.]
보고서가 늦은 시간에 올라왔다는 이유로 무언가 설명을 덧붙여야 한다면, 주인공은 늦게 도착하는 것이 이 바닥의 흔한 법칙이란 사실을 알려주겠다. 우리 C조는 배움터의 위대한 령도자 이주상 동지 밑에 뭉친 정예 중의 정예 집단으로, 작가학교의 우뇌라고 불리는 이우형(=필자), 작가학교의 회계로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박성지 등으로 이루어진 권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머지를 '그 외' 혹은 '등'이라는 표현으로 함축하여 표현한 이유에 대해서는 묻지 마라. 어차피 글이 이어지면 모두 설명할 내용이다. 애초부터 중요한 것은 우리 C조가 누구인지에 대한 내용이 아니지 않은가. 지금부터 우리가 다녀온 여행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흥미가 없어도 들어주길 바란다.
싫으면 '좋아요'만 눌러도 상관없다.
[12월 13일]
[PM 1:00 ~ 2:10]
-종로식당-
[기품 있는 식사 장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먹기도 전부터 음식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그들의 기름진 음식과 훌륭한 칼로리를 뽐내곤 하지만, 우리 C조는 다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 아무리 맛좋은 음식이라도 그것을 먹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유기분해가 완료될 때까지의 시간이 조금 짧은 친환경 쓰레기에 불과하다.
사진에 보이는 장소가 바로 우리 C조가 처음으로 들린 '종로식당'이다. 물론 그렇다고 종로에 있진 않다. 함흥 냉면이 함흥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대구 막창이 대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듯, '종로식당'이라고 반드시 종로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방문한 이 장소는 설악산 배움터에 근접한 한식당 중 하나일 따름이었다.
혹시라도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위치를 첨부한다.
[왜 하필 '종로'인지는 필자도 모른다.]
보다시피 원통에 위치한 장소 맞다. 왜 하필 강원도 인제에서 '종로'라는 지명을 써야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 C조는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이 식당의 가격은 어떠하며 메뉴는 무엇이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먹었으며 어떤 맛이 났는가. 모두 설명할 필요가 있겠지만 몇 가지 정도는 한 장의 사진으로 대체하겠다.
메뉴판이다.
['약수밥'이나 '생삼겹살'을 먹었을 것 같지만 착각이다.]
가격이 조금 비싸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식당의 양은 무척이나 많은 편이라는 사실을 밝혀둔다. 필자만 하더라도 '육개장'을 시켰다가 반쯤 먹고 식당을 나오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그 당시 필자의 위장 상태가 별로 양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이 식당의 양은 우리 C조 모두가 공인한 것처럼 만만한 양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맛은 있었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메인 메뉴로 보이는 '약수밥'과 '생삼겹살'을 먹지 못했다는 점 정도일까. 그것도 돈이 없어서, 라는 흔한 이유 때문이 아닌 시간이 없어서, 라는 두 번째로 흔한 이유로. 아쉬운 일이었지만 '종로식당'의 한국적인 분위기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다른 음식들도 괜찮았고.
이미 우리가 이 식당을 '맛집'이라고 소개받고 방문한 만큼, 그 기대에 어울리는 곳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종로식당'의 한국적인 인테리어]
[주문해서 나온 음식이 아니라, 밑반찬으로 나온 음식들이다.]
[어머니가 그리워지는 된장찌개]
[건너편에 보이는 것이 육개장, 그릇부터 크기가 남다르다.]
장문의 글을 읽기 귀찮았을 분들을 위해, 세 줄 요약 들어가도록 하겠다.
-종로식당-
1.양 많다.
2.맛도 괜찮다.
3.한국적인 멋이 느껴지는 한식당이다.
평점: ★★★★(훌륭함)
참고로 이 식당은 군인들에게 인기가 있다고들 한다. 남자들은 기억해두길 바란다.
[PM 2:30 ~ 5:00]
-소치길-
[정처없는 나그네, 소치길에서 소치길을 찾는 중.]
종로식당에서 배를 채운 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남면의 신남, 그 중에서도 산책로로 유명한 '소치길'이었다. 절반까지는 눈이 모두 치워져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눈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조금 고생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내린 산의 절경은 아름다웠다고 자신할 수 있다.
물론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있다면 말이다. 여자들한테는 딱히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아니다.
[소치길이 시작되는 남면사무소, 원통에서 차를 타면 약 20분 후에 도착할 수 있다.]
소치길은 여름에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다다른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C조, 언제나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걷길 원하기에 망설임 없이 겨울 소치길에 도전했다. 얼어붙은 계곡과 아직도 푸른 소나무들, 그리고 아무도 밟지 않는 새하얀 눈길까지. 겨울의 소치길에도 나름의 낭만은 있었다.
물론 우리 C조의 여자 둘, 주변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었을 테지만. 그래도 식전 운동으로는 적절했다고 본다.
[소치길의 어린 소나무들, 눈 속에 파묻혀도 푸르다.]
[소치길의 고희성, 눈 속에 파묻혀도 푸르다.]
[사진에 골몰하는 모습이지만, 사실 눈이 부실 뿐이다.]
[내려오는 길, 비스트 마스터 김명규]
장문의 길이 싫었을 분들을 위해 마찬가지로 세 줄 요약 들어가겠다.
-소치길-
1.여름에 인기 있는 산책로.
2.겨울도 나름대로 멋이 있다.
3.그러나 여자한테는 추천하지 않는다.
평점: ★★★(추천함)
우리 C조는 소치길을 모두 걷지 못했지만, 소치길의 끝인 '소치마을'까지는 약 두 시간 거리라고 한다. 참고하시길.
[PM 5:00 ~ 6:20]
-고려관-
[고려관, 사람이 없는 이유는 겨울이기 때문이다.]
소치길에서 내려온 뒤, 우리는 근처에 있는 식당인 '고려관'으로 향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고려관은 그 규모에 비해 내부가 한산했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니 이 식당의 고객은 주로 관광객이라서 겨울이면 손님이 없어지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해두니 계속 기다리고 있어줘서 고마웠다.
그렇다면 이곳이 대체 어떤 위치에 있길래 소치길 때문에 먹고 사느냐.
[남면사무소에서 40초 거리다.]
혹시라도 이 장소에 들리고자 한다면, 남면사무소에서 내려오며 옆길을 계속 바라보면 된다. 그러면 저 멀리에서 규모가 큰 식당 하나가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고려관'이다. 주차장도 넓고, 내부도 넓은 것이 가족 단위의 식사도 무리 없이 소화해낼 수 있을 듯 보였다. 아니라면 단체 손님이라던가.
'고려관'이 취급하는 음식들 또한 식욕을 돋구는 것들뿐이다.
[한우내장탕……?]
'한우내장탕'이라는 음식에 대해 흥미가 돋긴 했으나, 우리 C조는 이미 '육회비빔밥'이라는 메뉴 하나로 통일했기 때문에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을 잠시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육회비빔밥을 제외하더라도 다른 맛있는 메뉴가 많았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물론 육회비빔밥도 맛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육회비빔밥의 탐스러운 비주얼을 공개하겠다.
[육회비빔밥의 도발적 유혹]
양념이나 다른 재료는 취향에 따라 넣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육회비빔밥에 날계란과 참기름, 그리고 양념장 자체에도 기름이 들어가 있어서 조금 느끼한 맛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밥을 먹은지 얼마 안 된 우리 C조로서는 더욱 고역, 아프리카에 있는 수많은 빈민 고아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는 먹어서 죽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양은 그다지 많지 않았는데. 우리는 남은 밥을 먹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고, 게임을 통해 희생양을 결정했다. 식당 주인 아주머니한테는 미안한 일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일단 살고 봐야지. 그리고 '고려관'의 육회비빔밥 자체는 내 취향이 아니었던 것 같다. 마늘이 씹힐 때도 있고, 배나 무는 대체 왜 넣었는지…….
그리고 가격이 만 원인 음식치고는 고기도 적었다. 필자가 횡성에서 먹었던 육회비빔밥과 비교하자면 말이다.
[밑반찬, 조촐하지만 아무거나 비빔밥에 넣어도 되는 음식들이다.]
[식사를 강요하는 육회비빔밥]
긴 글이 싫은가?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세 줄 요약이다.
-고려관-
1.소치길 근처에 있는 한우전문점
2.다양한 메뉴를 취급한다.
3.그러나 육회비빔밥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평점: ★★☆(가고 싶으면 가던지)
다시 말하지만 맛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내 취향은 아니었다는 점, 주관적인 평가지만 참고하고 싶으면 참고해도 좋다.
[불멸의 C조]
하루가 참 길었던 날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짧기도 했다. 유난히 바람이 차갑던 12월 13일, 우리 C조는 불평도, 불만도 많았지만 여행을 끝마쳤다. 그래서 우리는 추억을 남겼다고 말하고, 필자는 고생을 남겼다고 말한다.
그래도 우리 모두는 이 말 하나는 할 수 있었다.
'잘 다녀왔습니다.'
그래, 잘 다녀왔다. 배움터의 최종병기 C조는 여러분의 여행을 응원하며, 이 글을 끝맺는다.
참, '좋아요'는 누르고 가라.
첫댓글 다시 하고싶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