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봄, 풍경
김상환
그림 액자 속 부엉새의 속울음인가
나뭇가지 위에 걸린 달이 유채꽃 빛이다
통유리 너머 바라다보이는
작은 호수, 가고 오는 길처럼 놓여 있다
호수 너머, 자두꽃과 복사꽃은 절정에 달해 있다
텃밭에서 물위를 오가며 날으는 백로는
말이 없다
미완의 것은 말이 없는 법
지혜를 홀로 아시는 하느님도 그런 법이다
실내는 장사익의 노래 「찔레꽃」이 한창이다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봄날 오후, 어머니는 가고 없다
와촌면 소월리
하루 해도 기울어 간다
춘몽
김상환
어디선가
날아든 흰 나비 한 마리가
자취도 없이 나래짓하며
배추꽃에 앉았다,
작약꽃에 앉았다 한다
홀린 듯 따라 맴돌다간
양지쪽 바른 자리에
나 또한 퍼질러 앉는다
봄햇살이 꿈만 같다
들리는 소리 하나 없이
자취도 없이
어디선가 날아든
흰 나비 한 마리가
다시 두 마리 되어
철이른 작약꽃에 앉았다,
배추꽃에 앉았다 한다
그리고 몇천 번의 봄이 오가야
희고 노란 나비가 될 수 있을까
꽃이 될 수 있을까
구름과 相思病
김동원
1
그 아침 구름은, 종일 뒤척뒤척거리며 겨울 매화 꽃망울을 보고 있었다
밤새 그 집 대문 앞 기대
꺼칠꺼칠 뜬눈으로 지샌, 그 구름은
오지 않는 그녀 기다리고 있었다
2
하늘 아래 제일 고달픈 병, 相思
으슬으슬 웅크린 추운 모양으로,
한 百年 저 매화꽃 속 들어가 자고 나면,
아마, 그 피 엉긴 구름의 붉은 자국도 내 하늘 위에선 지워지겠다
고무신 기차
장하빈
찔레꽃 찔레꽃 찔레꽃 피면
하얀 기적 울리며
잠든 그대 화안한 꽃그늘 속으로
머언 길 저물도록 떠나고 싶다
굽어도는 푸른 강줄기
하아얀 모래톱 지나
찔레열매 빠알간 가시덤불 속에서
첫사랑 목메도록 부르고 싶다
첫댓글 多樂軒과 詩天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리니, 물과 꽃이 있는 곳이면 세상 어디든 가리니... 彩雨.
놓고 싶지 않은 봄 - 마음에 새겨주시네요.
반가운 분들 꽃 속에서 만나니 더 아름답네요
꽃구름 타고계시는 나비 선생님 사이 끼어 들고 싶은데 그럼 안되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