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 옷 어디로 갈까?
한상림 칼럼
기업에서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저렴한 옷들을 많이 생산하다 보니 겨우 한 철 입고 쉽게 버리게 된다. 심지어 새 옷도 맘에 안 들면 의류 수거함에 넣으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는다. 어차피 재활용될 건데 하는 안일한 생각에서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헌 옷 수출국 세계 5위라고 한다. 그중 2023년도에만 8만 422톤의 헌 옷을 인도로 수출하였다. 결국 우리가 옷 쓰레기를 인도의 파니타트 시에 버리는 셈이다. 파니파트의 옷 무덤으로 간 헌 옷 중 대부분 쓰레기로 불태워진다.
파니파트는 헌 옷의 수도라고 불리며, 옷들의 장례식장인 공터가 심지어 파니파트에 17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재활용으로 쓰이지 않는 옷들은 팔리지도 않아서 겨울에 땔감으로 쓰거나 공터에서 불태우다 보니 환경오염이 더 심각하다. 심지어 소 떼의 먹이나 떠돌이 개의 은식처가 되기도 한다.
옷은 생산 단계부터 소비 과정까지 환경오염과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발생한다. 더군다나 아크릴이나 모, 레이온, 폴리에스터, 나일론 소재의 옷들은 소각 시 탄소와 유해 물질이 배출되어서 매우 심각한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다. 또한 재활용을 하기 위해 표백제를 사용하여 다운사이클링(Down Cycling)을 하는 과정에서도 수질을 오염시킨다.
재활용 옷들을 수출하여 인도에서 불태워질 바에야 차라리 우리나라에서 소각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그러면 소각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고, 표백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질오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중국의 이커먼스인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의 다양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옷을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일단 부담 없는 가격이라서 쉽게 구매 충동을 느껴 구매하고, 얼마 입지도 못한 채 버리게 된다. 더군다나 서비스까지 좋아서 반품 비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쉽게 주문하고 쉽게 버려도 부담이 없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제 부흥을 일으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불과 60여 년 전만 해도 옷이 귀하여 형제끼리 대물림을 하거나 양말 뒤꿈치를 기워서 신었다. 그 시절 이야기를 지금 젊은 사람들에게 말하면 도무지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이후 ‘아나바다’ 운동을 펼치면서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 하였던 것이 엊그제인데 이마저도 옛말이다.
의복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사치스럽게 평가받는다. 좋은 옷을 입고 멋을 부리고 유행을 따라가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로 인해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는 환경오염을 먼저 생각해 봐야만 한다. 용도에 따라 한두 벌 장만해 두고 형식에 맞는 옷을 골라 입거나 하고 되도록 꼭 필요한 옷 외에는 충동구매도 자제해야 한다.
좋은 옷을 입고 싶은 인간의 욕구와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도록 두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그러려면 기업과 소비자의 태도가 중요하다. 소비자는 항상 새옷이어야 한다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하고, 기업은 친환경 옷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유행을 좆으려는 패스트패션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
이는 과잉생산은 과잉소비로 이어지고 과잉소비는 과잉폐기를 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금도 폐기된 옷들이 지구촌 어딘가에서 소각되어 지구온난화 뿐만아니라 그 지역 주민들의 건강까지 해치고 있다.
첫댓글 그러게요.
진짜 세상 많이 좋아졌습니다.
우리나라가 제일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0대 경제국으로 변하는 동안
우리 마음은 그렇게 빠르게 변해지 못했는데도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우리집 앞에도 헌옷수거함에 일주일이면 수거함이 꽉 차고 그걸 수거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언제 우리나라가 이렇게 변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한상림 시인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예전같으면 옷을 버린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우리나라가 참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도의 파니파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흔적이 많이 버려졌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좀 묘합니다.
제가 입었던 옷도 거기 어딘가에서 뒹굴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면
한번 가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