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 중3 겨울방학입니다.
2007. 01. 03 수 날씨 알 필요 없음. -하루
즐거운 집을 뒤로 하고 인천공항 행.
인천공항에서 한윤숙 쌤을 만났다.
이번엔 같이 가게 되었다.
어머니랑 같은 학교. 표 받고 망설임 없이 바로 탑승구까지.
마지막으로 소고기 국밥 먹고 출발 한다.
너무 서두르니 아쉬움도 없는 거 같았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여 마드리드 까지 가는 Lufthansa 항공.
자리 앉고 팔짱끼고 눈 감으니 벌써 하늘 위를 미끄러지듯 조용히 날고 있다.
개인 TV도 없다. 싸긴 싸다.
조금 있으니 밥이 온다.
원래 기내식은 못 먹는데도 이번엔 잘 먹었다.
비빔밥이었는데 고추장과 김치의 힘이리라.
영화도 한번도 못 본 배우들이 나오는 삼류 영화다.
그래도 할 게 없으니 그거라도 재밌게 봤다.
화장실이 특별하다.
다른 비행기와 같이 좌석 끝에 하나씩 있고 또 계단 내려가면 화장실 다섯 개 더 있다.
이렇게 큰 비행기는 오랜만에 탄다.
시간이 왜 그리 안 가는지 지겨웠다.
그래도 간식으로 나오는 사발 면이 큰 위안. 정말 맛있게 먹었다. 왜이리 적은거야!
책도 보다가, 음악도 듣다가, 이상한 영화 멍 하니 쳐다보다가, 잠도 자고 겨우겨우 11시간은 버텼다. 잠깐 조니까 비행기가 내려가고 있다.
높은 데선 멀쩡했는데 밑으로 내려오면서 귀도 엄청 아프고 멀미까지 났다.
정확히 5년 전에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들렸던 프랑크푸르트.
기억도 잘 안 나고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어질어질 하여 환승하기 위해서 한 500m를 걸었다.
무슨 탑승구가 그렇게 많은지 인천공항에 3배는 되어 보인다.
힘들게 도착하니 의자가 별로 없다.
어찌어찌 2시간을 버티고 또 비행기 탄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벌써 집 생각이 날까.
그래도 이번 비행은 타자마자 곯아 떨어져 힘든 것도 없었다.
드뎌 마드리드 도착.
짐 되게 늦게 나온다.
짐 들고 나오니까 어떤 할아버지 할머니, 우리를 친절히 안내해 주신다.
여기서 20년 가까이 사셨단다.
공항에서 잔다니까 14시간 날아오면 쉬어야 한다고 극구 만류하시며 시내까지 우릴 데리고 가신다.
공항 직원들이 타는 bus타고 어느 곳에 내려서 싼 hostel 찾아갔다.
방이 없다. 아버지랑 그 할아버지랑 다른데도 갔다.
거긴 너무 비싸단다.
공항에서 자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공항.
이번엔 더 따뜻한 국내선이다.
cafeteria에서 차 한 잔 시키고 밤샐까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랑 얘기도 하고 정보도 얻었다. 정말 고마우신 분이셨다.
여행 첫날부터 고행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이곳 날씨가 울산 날씨와 비슷하다는 것. 비행기 탄다고 입은 얇은 옷으로도 견딜 만 했다.
좀도둑이 심하다니 조심해야 것고, 내일부터 진짜 스페인 탐험.
04. 목 구름조금 -이틀
겨우 한 시간 자고 깨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네 시. 우리 말고도 사람들이 몇 된다.
오가는 사람도 꽤(우리나라 기준으로) 많다.
축구선수 같기도 한 한 무리가 오기도 했었다.
계속 책이나 보며 시간을 보냈다.
7시쯤 되어서야 cafeteria를 나섰다.
그곳에 며칠은 머문듯한 느낌이다.
우리는 차를 빌리기 위해 어제 비행기에서 내렸던 장소로 갔다.
분명히 8시가 가까워 오는데도 밖은 한밤중.
밤을 샌 데다가 어둡기 까지 하니 전혀 아침 같지가 않다.
차, 렌트하다.
차 빌리는데도 문제발생.
우리가 예약할 땐 약 900유로였는데 여기선 1200 내노라 한다.
여차저차해서 한국에다 전화 걸어도 봤다가, 저차저차 해서 직원이 본사에 전화걸고 예약 확인하고 나서야 정확한 값에 빌렸다.
확인도 안 시키고 열쇠만 준다. 안 그래도 힘든데 더 힘들게 한다.
information에 가서 지도 찾으니 저기 가 보란다.
저기 가니 또 없대.
다시 inform에 가니 2층에 저쪽 가보래.
우린 남아서 기다리고 엄니압지가 지도 사 오셨다.
드디어 긴긴 밤을 지새운 공항을 나서 빨간색 프랑스제 차에 올랐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기능 익히고 출발!
도로가 참 잘 깔려 있었다. 부드럽게 잘 나간다.
승용차인데도 디젤 쓴다.
그래서 그 특유의 털털거리는 소리 동반. 저쪽에 마드리드 보인다.
대체로 누런색이나 주황색 건물들, 고속도로에 접어들고 마드리드를 빠져 나가는 건 보았는데 엄청난 압박을 못 이겨 눈을 감아 버렸다.
그 사이 볼 것을 2개나 놓쳤다.
눈뜨니까 벌써 세고비아가 보인다.
그 옛날 로마시대 때 깔렸던 도로도 아직 쓰인다.
정신도 없었는데 갑자기 어떤 건축물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30m 정도 높이의 아치들이 늘어섰다.
그 아치를 만드는 기둥들은 좀 약해 보인다.
그런데도 이 수도교는 갖가지 재해를 이기고 2000 이상을 이 자리에 그대로, 지금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로마시대의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길래!
한참 감상에 젖어있다 숙소 찾으러.
의외로 한 번 만에 좋은 곳을 잡았다.
3인에 45유로로 싸진 않았지만 새집에다 시설도 좋다.
일단 짐 풀고 나서 성벽에 둘러싸인 구 시가지로 향했다.
알카자르로 가려하는데 잘 가다가 길이 막혀 한 바퀴 돌고, 또 잘못 들어 같은 자리.
한 바퀴 돌고 다른 길 찾아도 마찬가지.
할 수 없이 수도교가 있는 무슨 광장까지 나와서 다시 길을 찾아 갔다.
이번엔 성벽 밖에서 알카자르 한 번 봤다.
3면이 절벽인 요새다.
감옥으로도 썼고, 무기고로도 썼다는데, <백설공주>의 무대가 되고 디즈니 성의 복사 대상이 될 정도로 아름다운 성이다.
또 한참 고생하고서 드뎌 도착.
표 끊고 성 밖에서 사진 좀 찍고 성 안으로 들어섰다.
겉에선 웅장하기만 하더니 속에서 보니 여간 섬세하게 만든 게 아니다.
성벽은 둥근 무늬에 무늬마다 현무암 하나씩 콕콕.
만화영화 시작할 때 나오는 첨탑 들도 있다.
안도 멋있다.
한때 왕궁이었다더니 그 예날 초강대국 스페인의 부를 과시하는 것 같다.
모든 장식이 정교하게 꾸며져 있고, 특히 금장식이 많다.
솔방울 장식이라는 천장장식도 멋있다.
대부분 천장을 멋있게 해 놔서 목 젖히고 다녔다.
아쉬운 것은 내 camera battery가 다 되어버렸다는 거.
스테인드글래스는 그냥 붓으로 그린 것 같았다.
금만 보다가, 무기 전시 좀 보고 나왔다.
탑 위에는 우리가 입구를 못 찾았는지, 아니면 요즘에 못 올라가게 하는지 아쉽게도 가지 못하였다.
소나무도 멋있고 황새 비슷한 새도 늠름하니 멋있다.
catedral 성당까진 걸었다.
자동차로 인해 양옆이 푹 들어간 옛 로마의 길.
이곳은 길도 다 그 모양이고 건물도 옛것이라 정말 분위기 좋다.
알카자르의 웅장함에 눌려 단아해 보이던 까테드랄도 가까이서 보니 첨탑은 날카롭고 섬세히 조각되어 있었다.
안은 더 화려.
높은 아치형 천장에 우리나라 수막새 같은 무늬들도 있고, 고딕 양식의 기둥들도 우람하다.
스테인드글라스는 환상이며 중앙의 돔은 섬세함의 극치이다.
파이프 오르간은 거대.
성당 자체도 거대.
이곳도 스페인의 부를 과시하듯 모든 장식이 금이다.
대단하다.
벽과 천장의 무늬가 얼마나 정교한지 감탄에 감탄.
옛날에, 이런 장식을 만들 예술가들과 백성들이 만든 성당.
이곳에 들였을 돈과 사람 수만 생각해도 아찔했다.
놀라고 또 놀라고.
베드로 성당은 이보다 멋있었는데 5년 전 내가 철이 없어 빨리 나가자고 재촉만 했던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점심은 sandwich.
스페인 사람들 절대 영어 안 쓴다. 아니 영어를 못한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좀 쉬는데 자꾸 눈이 감긴다.
시차 적응이 이처럼 어려울 때가 또 있을까.
겨우 일어나서 수도교 구경 간다.
언제 봐도 멋있고 어떻게 봐도 멋있다.
언덕에 올라가서 구경 좀 하다가 시가지를 탐험. 옛 도로에 옛 건물에, 요즘 건물과 새해 축하로 달아 놓은 전등들.
이리저리 싸돌아다니다가 구경도 하면서 천천히 거닐었다.
식당도 가게도 절대 20평이 넘질 않는다. 몇몇은 빼고. 매우 고집이 세다던데 그 때문인가?
저녁은 갈 데가 없어 피자. 맛있긴 한데 무지 짰다.
그래서 겨우 한 조각. 동양사람 처음 보는지 우리보고 신기해한다.
그렇게 무거운 발 이끌고 길고도 긴 하루를 마치며 자려고 한다. 사실 9시도 안 되었다.
이곳 위도로 보면 북한보다도 북쪽.
그래서 아침도 늦게 오는데 날은 따뜻하다.
우리나라 가을 날씨 밖에 안 된다. 겨울인데도 이곳 태양은 매우 강하다.
그 때문인진 몰라도 따뜻하고 사람들은 힘이 넘친다.
너무 졸립다. 내가 젤 늦게 잔다.
오늘은 새벽 4시부터 살았으니 한 달은 살다가 이제 한국 돌아 갈 것만 같다.
너무나 길고 아주 즐거운 날이었다.
첫댓글 성 전체가 나오도록 사잔을 찍었는지 궁금하고나. 차를 빌려 여행했으니 가능할것같은데........
안봐도 멋있어 보인다 ㅋㅋ
여행의 첫날이었지 나도 여행 중 기억의 남는 장소중 하나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