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핫핑크돌핀스에 제보가 한 건 들어왔습니다. 해군 특수부대원들이 바다에서 우연히 발견한 상괭이를 육지로 들고나오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이었습니다.
이것에 대한 대처 방안을 고심했고, 일단 여러 협의를 거쳐서 해양경비안전본부에 조사 의뢰를 했고, 언론에 사건의 전말을 담은 보도자료를 보냈습니다.
이에 대해 해군본부 관계자는 "UDT 대원들이 지난달 26일 부안 격포 해안에서 훈련을 하던중 일어난 일"이라며 "당시 한 민간인이 상괭이를 발견해 구조를 요청했고, 이에 대원중 한 명이 바다로 들어가 구조해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함부로 상괭이를 물밖으로 들고나오면 안돼요
지난 주말 페이스북에 게시된 사진과 동영상이 논란이 되었다.
해군 특수부대원(UDT/SEAL)들이 바다에서 한국의 토종 돌고래 상괭이를 들고 나오는 장면이 동영상과 두 장의 사진에 담겨 있다.
1분짜리 동영상에는 부대원 한 명이 상괭이를 바다에서 건져서 육상으로 들고나오자, 부대 지휘관 또는 선임으로 보이는 사람이 이를 받아들고는 "이거, 고무보트 같은데"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진에는 사람의 품에 안겨 뭍으로 끌려나온 상괭이의 축 늘어진 모습이 보이고, 깃발 및 무전기 등을 든 것으로 보아 훈련 중임을 알 수 있는 해군 특수부대원들의 뒷모습이 나타나 있다.
동영상을 보면 상괭이는 처음 바다에서 끌려나올 때 꼬리 지느러미를 몇 번 파닥이지만 뭍으로 나와서는 움직이지 않고 있는 듯 보인다.
공개된 사진과 동영상으로만 보면 애초에 해군 부대원들이 왜 상괭이를 데려나왔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리고 해군 선임자가 상괭이를 보트에 태워서 바다로 돌려보내려고 했던 것인지 아닌지도 현재 확인할 방법이 없다.
▲ 해군 대원들이 상괭이를 들고 나오는 모습 해군 대원들이 훈련중 상괭이를 들고 나오는 모습이 동영상과 사진으로 페이스북에 공개되었다. ⓒ 핫핑크돌핀스
한국 서해와 남해 바다에 주로 서식하는 상괭이는 쇠돌고래과의 국제보호종 고래이며, 친근하게 생긴 모습 때문에 일찍이 조선시대부터 '웃는 돌고래'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무분별한 혼획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약 3만 마리에서 1만 마리 정도로 60% 이상 급감하고 있어서 이번달 해양수산부가 상괭이를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하고 보호대책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한편 논란이 된 동영상과 사진을 게시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바다에 나갔다가 우연히 해군 특수부대원들이 상괭이를 바다에서 들고나오는 모습을 보고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군이 바다에서 신기하게 생긴 상괭이를 보고 가져나온 것 같은데, 이후 상괭이가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 동영상과 사진은 내려진 상태다.
해양생태계를 보호해야 할 의무는 우리 모두에게 있으며, 해양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래를 함부로 잡거나 재미를 위해 끌고나와서는 안될 것이다.
우연히 바다에서 발견한 상괭이가 신기하게 생겼다고 하여 들고 사진을 찍거나 장난을 치거나 하면 폐사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시민들의 기본 상식이다.
한국에서는 수산업법으로도 누구든 고래를 잡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다치거나 기력이 쇠한 고래를 발견하였을 경우에는 해경에 연락해 구조하거나 건강을 회복하도록 조치를 취한 뒤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 페이스북 게시자에게 상괭이 관련 질문을 했다 논란이 된 해군의 상괭이 사진과 동영상을 올린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이 사건에 대해 좀더 자세한 사항을 물어보았다ⓒ 핫핑크돌핀스
최근에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여 누리꾼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올해 2월 아르헨티나 해변에서 해수욕객들이 돌고래를 발견하고는 예쁘다며 하나 둘씩 어루만지는가 싶더니, 아예 물 밖으로 들어내 뭍으로 옮겨 놓았던 것이다. 곧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아기 돌고래들을 치켜들어 만지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 와중에 피부가 벗겨진 돌고래는 그만 숨지고 말았다.
이 사건은 '셀카 돌고래'로 알려지며 세계적인 공분을 일으켰다. 돌고래가 죽어가는 것도 모르고 옆에서 사진 찍기에만 바쁜 현대인들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며 시민들 사이에서 돌고래 보호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 아르헨티나 해변에서 폐사한 '셀카 돌고래' 2016년 2월 아르헨티나 해변에서 해수욕객들의 지나친 셀카 욕심에 희생된 어린 돌고래의 모습ⓒ 페이스북 Hernan Coria
한국에서도 바다에서 상괭이 등의 고래류를 발견하였을 경우에는 신기하다고 가져나와서 사진을 찍지 말고, 먼저 상태를 살핀 뒤 해경에 연락해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상괭이는 해안 가까이로는 헤엄쳐 오지 않는데, 특히 해안 근처에서 발견되는 상괭이라면 질병이나 사고 등에 의해 좌초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적극적인 보호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해안 근처에서 고래나 거북 등 보호종 생물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에도 해경에 바로 연락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번에 육지로 끌려나왔던 상괭이가 바다로 돌아가 건강을 회복하고 잘 지내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