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리 법인병원 무엇이 문제인가?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정부가 영리법인병원 추진에 나서자 서울, 제주 등 일부 대형병원 노조가 파업을 하는 등 반대에 나섰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영리화의 3대 핵심정책은 (1)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 (2) 원격의료 도입 (3 )법인약국 허용으로 볼 수 있다.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은 병원이 자회사로 영리법인을 설립하는 형식을 빌려 환자진료와 직접 관련이 있는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개발 및 판매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임대. 호텔. 목욕장. 온천 운영까지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환자를 대상으로 자기 병원의 자회사에서 만든 상품을 권유하게 되며, 회사의 영향으로 병원까지 영리행위를 하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결국 공공의 성질을 지닌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허용하게 되면 대형병원들이 환자진료보다는 이윤 창출을 위한 수익사업에 열중하게 되고, 고가 장비 사용과 검사를 통한 과잉진료와 의료비 폭등으로 이어져 환자의 부담만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영리자법인 허용 문제는 원격의료나 법인약국 허용과는 달리 국회의 입법이 아닌 하위법령(고시개정 등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추진하려는 것이어서 국회 입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은 기존의 의료인들 간 원격의료가 아니라 병원에 있는 의사가 집에 있는 고혈압. 당뇨병. 정신질환 등의 환자를 원격으로 진료하고 투약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50대 이상의 환자들은 자신의 혈압. 혈당. 각종 증상을 컴퓨터 등에 입력해야 하며, 관련 장비를 설치하는데 드는 상당한 비용도 부담해야 된다. 원격 화상으로 진료를 하는 경우 오진 가능성이 높아 진료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러한 정책 방향과 내용은 그동안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이루어왔던 기존의 정부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의료기관은 민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육성하되 비영리를 원칙으로 하고, 이들 비영리 의료기관들이 국민건강보험 환자를 의무적으로 진료하도록 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를 기반으로 제도가 운영되어 왔다. 하지만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의료비 폭등, 과잉진료, 수술 후유증, 보험료 인상 등은 불보듯 뻔하다. 의료관광 열풍의 진원지는 미국과 같은 의료 선진국이 아닌, 태국이나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이다.
의료관광 신흥시장의 성공 비결의 핵심은 자국의 우수 의료진에게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여 ‘고급 첨단’ 인프라를 구비하게 하고, 개도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하여 양질의 의료를 미국 의료비 대비 10% 수준의 가격으로 제공하면서 미국 등 선진국의 의료보장 소외계층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의료보험이 없는 4천5백만명과 보장성이 낮은 보험에 가입한 수천만명이 존재하는 데 이들이 동남아 의료관광의 주 고객이다.
태국이나 인도 등 동남아 국가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의료관광의 진원지는 고급 ‘명품 시장’이 아닌, ‘중저가 시장’이라는 점이다. 70-80년대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저임금 구조가 세계화의 진전과 더불어 의료서비스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생산, 유통, 소비가 동일한 곳에서만 가능하다는 의료서비스 특성상 재화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이동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특히 영리병원은 의료기관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 양산시의 경우 최근 내과. 신경과. 정형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4실 152병상을 가진 우리병원과 조은현대병원이 문을 닫은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가 태국이나 인도보다 선진국이고, 의료기술이 더 우수하기 때문에 영리병원을 통해 서비스를 고급화하면 의료관광에 성공할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는 무지의 소치이다. ‘모든 종류의 불평등 중에 의료분야의 부당함이 가장 충격적이고 반인륜적이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루터 킹’ 목사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