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민근홍 국어교실
[줄거리]
수도 파이프 수리공으로 생계를 잇는 난쟁이 아버지와 인쇄소 제본 공장에 나가는 어머니, 수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우등생이었으나 가정 형편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인쇄소에 나가는 두 아들 영수와 영호, 그리고 막내 영희. 이렇게 다섯 식구로 이루어진 난쟁이 가족은 철거 계고장을 받는다. 물론 아파트 입주권이 나오지만 가난한 철거민들에게 그것은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입주권을 팔아서 변두리나 시외로 세를 얻어 나갔지만, 영수네는 세든 사람의 전세금을 내주려고 명희네에서 빌린 돈을 갚기 위해서 입주권 값이 조금이라도 더 오를 때까지 버티고 있는 중이다.
명희는 동생 영희의 친구이자 영수와 미래까지 약속한 사이었으나, 가난에 쪼들려 다방 종업원, 버스 안내양, 골프장 캐디를 맴돌다가 임신까지 하게 되어서 자살해 버린다.
마침내 난쟁이네도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지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입주권이 팔려서 빌린 돈 십오만원을 갚고도 십만 원이나 남아서 대부분의 철거민들이 몰리는 성남으로 이사가기로 결정한다. 그날 난쟁이 아버지와 막내 영희는 집을 나간 후 소식이 없다. 아버지는 체력이 떨어져 일을 나갈 수 없게 되면서부터 친구를 따라 써커스 무대에 선다는 환상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이 집을 빼앗겨야 한다는 충격으로 표면화되어 집을 나가게 된 것이다. 영수와 영호는 백방으로 수소문하였으나 찾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남은 세 식구만 이사를 떠났다.
한편 영희는 자기네 입주권을 사간 부동산 업자이자 사업가인 젊은이를 따라간다. 영희는 젊고 아름다움을 담보로 그의 비서로 동거인으로 같은 아파트에 머물면서 입주권을 되찾을 기회를 엿본다. 그는 그녀에게 여러 벌의 옷을 사주면서 그녀의 젊고 순수한 육체와 영혼을 마음껏 유린한다.
그러던 중 영희는 그의 금고를 뒤져서 입주권과 약간의 돈을 꺼내 그 집에 들어갈 때의 복장으로 도망쳐 나온다. 그길로 그녀는 주택공사로 달려가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모든 수속을 끝마치고, 집에 왔으나 가족들은 이미 떠난 뒤였다. 아버지는 굴뚝에서 떨어져 돌아가셨다는 것과 가족들은 성남으로 이사갔다는 말을 신애 아주머니한테서 듣고 영희는 쓰러진 채 깊은 잠에 빠진다. 꿈 속에서 가족들을 만난 영희는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어 버려'라고 큰오빠에게 이른다.
[인물의 성격]
@ 아버지 → 난쟁이, 소외계층을 대표하는 인물. 성실하고 근면하나 매사에 소극적임
@ 어머니 → 자상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긍정적 인물
@ 영수 → 장남. 수재이나 가난으로 학업을 중단한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며 합리적인 인물
@ 영호 → 둘째. 형과 같은 인쇄소에 나가면서 형을 존경함.
@ 영희 → 막내. 가족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헌신적 인물
@ 명희 → 영희의 친구. 가난 때문에 희생하는 물질 만능의 피해자
[이해와 감상]
◈ 작가 조세희의 실험정신이 담긴 난해한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서술되는데 그것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사건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시점에 있어서도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은, 1장은 난쟁이의 남매 중 맏형인 영수, 2장은 둘째 영호, 3장은 막내 영희의 시점으로 각각 서술되는 복합적 구성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것이 작가의 실험정신의 일단으로 보여지지만, 그것으로 인해 획득되는 문학적 성과는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 이 작품의 중심 갈등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천국'과 '지옥'으로 비유된다. 영수(맏이)는 가진자와 못 가진자의 대립에서 피해자라는 의식을 가진다. 난쟁이는 선량하지만 힘이 없고, 그들은 부도덕해도 힘이 있다는 인식이다. 난쟁이의 이 가난과 불평등은 역사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러한 삶은 3남매에게로 그대로 물려질 것이며, 그들이 저항하면 저항할수록 더욱 사회로부터 핍박을 받는 것이 못 가진 자들의 비애이며 굴레인 것이다. 사회의 중심에 설 수 없기에 항상 소외되고 위축되어 있다. 이 왜소한 자아의 모습은 '난쟁이'로 상징화되어 있으며, 난쟁이는 신체적 왜소함을 넘어서서 사회적 신분의 왜소화를 가져오게 된다.
◈ 난쟁이 아버지에게 있어서 지섭이라는 청년은 아버지의 행동을 결정지어주는 중요한 사람이다. 지섭은 아버지에게 열심히 일하고, 나쁜 짓을 하지 않고, 기도를 열심히 하고서도 삶이 이렇다면 이 땅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죽은 땅이라고 말하면서, 이 땅을 떠나 달나라로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에 아버지는 공감하고 그 삶의 지표를 지섭이 설정한 것에 맞춘다. 따라서 지섭이 꿈꾸는 세계(달나라)야말로 이 소설이 최종적으로 향해 있는 지점이 된다.
◈ 못 가진 자들도 행복을 꿈꾼다. 달나라로 가는 것을 꿈꾼다. 괴로울 때마다 달나라로 난쟁이는 작은 쇠공을 쏘아 올린다. 물론 그 공이 지구에 다시 떨어지는 것처럼 난쟁이도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난쟁이는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굴뚝 높은 곳에 올라 그의 꿈을 비상해 본다. 그러나 난쟁이는 나중에 그 굴뚝에서 떨어져 죽는다. 즉 난쟁이의 비상은 곧 추락이었다. 세상은 비상을 용납하지 않고 철저히 추락만을 준다. 그것은 말할 수 없는 한으로 표상된다. 달나라라는 실현될 수 없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인물들에게서 우리는 더 큰 비극을 느낀다.
◈ 못 가진 자들이 이처럼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핍박받으면서도 그들을 지켜주는 것은 사랑이다. 난쟁이 아버지와 어머니 간의 사랑,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이 작품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아울러 영수와 명희의 수줍은 사랑은 3장에서 부동산 투기꾼이 영희와 맺는 육욕에 의존한 사랑과 대비된다. 아울러 난쟁이가 꿈꾸는 행복한 사회 역시 서로간의 사랑과 도덕성이 지켜지는 사회였다.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사회 고발적)
▶ 배경 : 산업화와 도시 재개발이 한창이던 1970년대 후반기, 서울의 어느 재개발 지역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시점의 넘나듦)
▶ 갈등구조 : 가진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과 갈등
▶ 주제 ⇒ 도시 빈민의 가난한 삶과 처참한 패배의 한
소외된 사람들의 성실한 삶과 철거 대책에 대한 문제점
[생각해 볼 문제]
1.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상징적 의미를 말해 보자.
⇒ '난장이'는 신분적 열세를 의미하며, '공'은 비상의 꿈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구조적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는 하층민이 품은 낭만적 열망을 표출한 말이다.
2. 주소를 '낙원구 행복동'이라 한 데서 읽을 수 있는 작가의식은 무엇인가 ?
⇒ 반어적 표현인데, 그들이 사는 이 땅은 '낙원', '행복'과는 완전히 대칭적인, 지옥과 불행의 삶이라는 것을 냉소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3. 이 소설의 주된 대립 구조는 어떤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는가 ?
⇒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 구조로 되어 있다. 이 빈부의 격차가 바로 신분적 차별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그림으로써, 하층민의 가난한 삶은 역사적 조건과 결부되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4. 작가가 '달나라'라는 유토피아를 상정한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겠는지 추리해 보자.
⇒ '달나라'에 난쟁이 아버지나 지섭이 도달할 수 없다. 이 땅이 척박하다면 그들은 이 척박한 땅을 떠나 새로운 유토피아를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 유토피아를 실현불가능한 달나라로 설정하고 있다는 면에서 이 작품의 주제는 심각성을 띤다. 하층민의 구조적 불평등은 역사적인 것이며, 그것은 현실적으로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땅에서는 결코 유토피아가 있을 수 없다는 절대 절망이, 그들로 하여금 현실적 투쟁이 아닌 낭만적 꿈꾸기로 향하게 했던 것이다. 이 낭만적 초월의 꿈을 통해 현실의 모순과 절망은 더 크게 부각되어 온다.
[더 알아 봅시다]
※ 이 작품이 속한 연작 12편의 제목
①<뫼비우스의 띠> ②<칼날> ③<우주 여행> ④<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⑤<육교 위에서> ⑥<궤도 회전> ⑦<기계 도시> ⑧<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⑨<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⑩<클라인씨의 병> ⑪<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⑫<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