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산행일보다 한시간 일찍 떠나는 강원도 설악산. 허지만 서청주 IC를 진입하기도 전에 이미 막혀버린 고속도로는 일찍 떠난 시간을 다 소비하는가 싶게 열릴 기색이 없다. 10~11시 사이에 예약이 되어 있다는 흘림골 탐방로... 설악산 흘림골 탐방로가 2015년 낙석사고로 통제된지 7년만에 올해 흘림골 탐방지원쎈타에서 용소 삼거리까지 3.1km구간이 다시 개방되었다.
여행하기 딱 좋은 가을.. 하늘은 더 없이 푸르고 햇살도 촘촘한 고운 체로 걸러 놓은듯 투명하고 바람결도 기분 좋게 부드럽다. 노오랗게 벼들이 익은 반듯한 들판은 보기만 하여도 배가 부른데... 문득 .. 나 어릴적 곡선으로 이어진 논두랑 밭두렁 그 가을 길를 걸으면 톡톡 튀어 오르던 메뚜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구불구불 한계령을 넘어 내려선 흘림골 탐방로 10시57분 아슬하게 시간 맞춤으로.. 곧 바로 올라서는 계단길은 등선대 입구까지 약 40분간을 가파르게 오르게 되는데 우리팀 일행들은 쉽게도 올라가는데... 난 초입부터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여심폭포 앞에 이르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여심폭포는 대강 눈도장으로.. 마지막 가파른 등선대 고개에 올라서니 평일인데도 웬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제대로 지나 가기도 힘들다. 흘림골의 아름다운 봉우리 등선대(1014m)는 남설악에서 가장 전망이 빼어난 곳 중 한 곳으로 신선이 날아 올랐다는 전망대에선 칠형제봉의 맏이부터 막내봉까지 대청봉과 양양 송전해변이 보인다. 예전에 올라가 봤다고 ... 핑계김에 고갯마루에서 후미팀 배낭을 맡아 한참을 쉬며 기다려본다.
설악산에서 가장 때깔 고운 단풍 명소로 알려진 주전골로 내려서는 계단길은 다 같은 방향의 사람들이기에 여전히 또 붐비고 막히고.. 계류를 따라 흐르는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섭리에 따라 계절마다 옷을 갈아 입는 나무들은 좀체 변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 녹색 잎새가 회려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 주리라 기대했거만 주전골은 고운색 단풍보다는 이제 가을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 같다. 십이폭포 ... 골짜기 마다에서 주전골 계곡으로 굽이굽이 휘몰아쳐 나가는 옥빛 계곡물은 저 봉우리 어디쯤에서 부터 흐르고 흘러 당도하는지 .... 투명하고 맑은 물빛은 옥색 숙고사 치마자락을 펼쳐 놓은 듯 곱기도 하다. 진초록으로 빛나는 곳곳의 소(沼)가 빚어낸 절경. 수정같은 계곡물이 붉은빛을 띠는 부드러운 반석사이로 미끄러지듯 떨어진다. 밑바닥까지 훤히 드려다 보이는 맑디 맑은 계곡물에 선녀들이 노닐었다는 청옥같은 고운물에 내마음도 풍덩~ 투박한 피부도 비단결이 될까?
아~~ !! 좋다 습기를 털어낸 바람결이 설탕물처럼 달달하고 하늘은 청남빛 스카프를 펼쳐 놓은 듯 푸르고 그 바탕에 마치 병풍처럼 늘어선 비경의 봉우리들. 조물주가 빚어 놓은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조각들을 마음껏 감상하며 사치를 부려본다. 어느 계절에 와도 내마음을 한껏 훔치는 설악산 ... 만산홍엽(滿山紅葉)이 아니면 어떠랴. 내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늘 지금이 아니겠는가. 봉우리 하나 소나무 한그루 주전골 계곡에 자리한 이름없는 작은돌까지 모두가 마치 원래 그자리에 있었던 듯 한폭의 그림이였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는 것도 .. 후미팀의 비애는 시간의 촉박함을 긴장하며 늦어질까 종종걸음을 치게 한다. 후미팀 2시45분 하산 완료. 시원한 막걸리 한잔과 빈대떡으로 기분좋게 오늘도 명산 산행을 전원 무사히..
(아침에 한시간 일찍 출발로 맛있는 떡까지 준비 해주셔서 총무님 감사합니다^^~) (아이스크림 송해용 회원)
카카오 먹통으로 이제야 열어봅니다. 10월의 설악산 흘림골은 늘 그 자리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릴 반겨주는데 우리 인간의 삶은 변화무쌍하네요. 예약제인데도 넘칠듯 많은 인파에 설악산이 대대손손 안녕하길 바라면서 정신없이 마친 산행, 은옥샘의 산행일지 재미있게 읽으며 다시 추억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장편소설을 읽은듯 마음이 풍요롭습니다~
화려한 글솜씨에 매료된 이마음 행복하기 그지없습니다~고맙습니다 ~
카카오 먹통으로 이제야 열어봅니다. 10월의 설악산 흘림골은 늘 그 자리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릴 반겨주는데 우리 인간의 삶은 변화무쌍하네요. 예약제인데도 넘칠듯 많은 인파에 설악산이 대대손손 안녕하길 바라면서 정신없이 마친 산행, 은옥샘의 산행일지 재미있게 읽으며 다시 추억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감사합니다.~^^
아쉽습니다.
그 천혜의 비경, 흘림골 다시 가보고 싶었는데
아쉬운 마음 산행일지를 읽으며 달래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재주... 어쩌면 그리도 재미있게 쓰시나요 ? 우리 산악회는 진짜 훌륭한 인재님들만 ... 자랑스럽습니다.
멋진 산행기!
게다가 저도 모르는 사자성어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