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003년 6월 18일자. 이경자 교수(경희대)의 글입니다.
"부패 스캔들 척결은 집단주의 함정을 경계하고 감시하는 게 먼저다"
정권이 몇 번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개혁의 과제"가 있다. 그것은 부정부패의 척결이다.
부정부패의 척결은 역대 정권이 그토록 결연한 의지를 표명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정권 실패의 원인을 제공한 가장 성공하지 못한 정책이기도 하다.
도덕성을 강조한 참여정부 역시 부정부패 척결을 최우선 개혁과제로 상정하고 있다. 이번에는 이것이 성공한 정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가
부정부패 척결이 여전히 미완의 정책이라는 사실은 국가청렴도 조사결과도 말해준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한국의 청렴도는 2000년 조사대상 90개국 중 48위, 2001년에는 91개국 중 42위를 차지했다.
우리의 경제규모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4위, 수출 규모로 세계 13위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국가청렴도가 과연 "경제 선진국"의 위상에 걸맞은 도덕적 수준인지 생각하게 한다.
끊임없이 불거지는 부정부패 스캔들을 접하면서 이제 부정부패는 "사건"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는 것은 지도층이 연루된 정치적 성격의 부정부패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는 어느 특정 계층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광범위하고 뿌리가 깊어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도 구분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른 것 같다.
우리의 주변 일상 속에서도 때로는 "인간적"이라는 명분으로, 또는 "신의" 혹은 "미덕"이라는 미명으로 포장하여 크고 작은 부정과 타협하는 것을 흔히 본다.
남이 하면 부정부패이고, 내가 하면 인간적 행동, 신의 있는 행동, 미덕을 베푸는 행동으로 합리화하면서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것이 부정부패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가 아닌지.
우리 사회에서 부정부패가 이렇듯 만연할 수 있는 데에는 각종 연고를 기반으로 하는 뿌리 깊은 집단주의가 큰 몫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집단주의 심리적 성향은 집단을 자신의 연장으로 생각하고, 집단과의 공동운명 의식이 강하며 이런 심리가 행동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런 집단주의 심리는 집단사고를 동반하기 쉽다. 집단사고는 자신들은 도덕적이며,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해 외부로부터의 경고 사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집단사고에 빠진 집단주의가 부정부패에 취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사람들의 행동양식 차이를 수치심의 문화와 죄의식의 문화 개념으로 설명한다. 수치심 문화권에서 수치심이란 남의 눈을 의식한 상황에서만 느끼는 감정으로 잘못이 있어도 그것이 남의 눈에 띄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죄의식을 느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죄의식보다는 억울함을 느끼는 것이 수치심 문화의 성향이라고 말한다. 이는 죄의식 문화권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과 관계없이 잘못에 대해 양심의 가책과 죄의식을 느끼는 것과 대비가 된다. 일반적으로 수치심의 문화는 집단주의 문화를, 죄의식의 문화는 개인주의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수치심의 문화와 죄의식 문화
대개의 경우 부정부패에 연루된 이들이 죄의식보다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점이나, 별다른 수치심이나 죄의식 없이 크고 작은 부정부패에 연루되는 점 등은 베네딕트가 말하는 집단주의 문화 행동양식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가 집단주의 의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재삼 확인한다.
부정부패가 집단주의 성향과 연관이 있다면 부정부패 척결의 방안은 학연.지연.혈연을 포함하여 다양한 이해와 이념적 연고를 기반으로 하는 집단주의와, 집단주의가 빠지기 쉬운 집단사고의 함정을 경계하고 감시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권력의 중심에서부터 자신들에게 엄격하게 적용하고 추진할 때 정책의 신뢰성과 파급효과도 커질 것이다.
이경자 경희대 교수.언론정보학
첫댓글 "일반적으로 수치심의 문화는 집단주의 문화를, 죄의식의 문화는 개인주의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기독교와 비기독교의 차이겠죠?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기독교=개인주의=죄의식 / 유교=집단주의=수치심
아, 전 거꾸로 생각하신 줄 알고...순서가 달라서리...D;
10월 1일 무레사네 천안으로 잠정 결정났어염. 조만간 확정되면 다시 연락드릴께요. ^^
What, cheonan?
아직 미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