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출근길이닷,.
초강력 태풍으로 한바탕 전국을 두려움 가운데 몰아 놓았던 계절의 큰 줄기는 이제 여름의
뜨거움까지 저만치 밀어냈는지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
금빛씨는 샌드위치로 아침을 대충 때우고는 거울 앞에 섰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그 많은 옷들 가운데 꼭 출근때 입을 옷은 없다.
한바탕 난리를 쳐야만 입을수 있는 옷이 튀어 나오는건 무슨 조화인걸까?
오늘 아침 그러잖아도 출근 룩을 위해 찜해둔 옷이 있었다.
퇴근후에 시작할 쇼핑을 위해 장바구니에 담아둔 브라우스싀 가격은 정확히10만원이다.
출근준비를 위해 양치질을 하는데 핸펀이 요란하다.
이놈들이 어찌 알았는지 내 출근룩을 챙겨주고있다.
'오늘만 딱 반값 쎄일'
여기에 안 넘어갈 숙녀있나 알아볼 참이다.
금빛씨는 다른 때보다 도착이 이른 버스에 올랐다.
어찌된 일인지 오늘따라 버스안도 한산하다.
비어있는 의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금빛씨는 날아갈듯 자리에 앉았다.
승객이 적은 버스안은 평온하다.아울러 창밖의 풍경도 여유롭다.
금빛씨는 찬란한 햇살에 감동을 받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슬며시 눈을 떴다.
"앗,저게 무얼까?"
인도의 한쪽 켠에 시각장애인들을 배려한 노란색 보도블럭을 훑어 나가던 금빛씨의 시선이
빛났다.
순간적인 찬스에서 확 다가온 물체가 있었다.
그랬다.다름 아닌 신사임당 두 분이 바짝 붙어 움찔거리고 있는 거였다.
금빛씨는 용수철처럼 솟구쳐 올라 하차 벨을 눌렀다.
'저 저저거면 아침에 찜해둔 블라우스를 공짜로 겟하겠는걸!'
금빛씨의 마음이 급해졌다.
아직 정류장까지 가려면 5분여정도가 있어야한다.
차가 갑자기 섰다.
신호에 걸렸다.
금빛씨의 기대치도 신호에 걸려 깜박거리는 중이다.
요 최근 며칠 사이로 이렇게까지 가슴이 콩닥거리고 긴장되어보긴 처음이다.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금빛씨는 생각했다.'이렇다는 얘기는 분명 내게 보여졌던 그 요염한 지폐 두장은 내꺼란
말이지...'
버스가 다음 정거장에 도달했다.
금빛씨는 눈썹이 휘날리도록 왔던 길을 거슬렀다.
'혹시 그 어떤 사람이 취한 건 아니겠지?'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그 짧은 찰나의 시간 속에서 수 십번 아니 수 백번 고개를 내밀고 또
내밀었다.
그리고 문제의 그 장소까지 당도했다.
아뿔싸! 안 보였다.누군가 주워 갔는가 보다.
미련이 남은 금빛씨는 그 자리를 벗어나며 괜시리 주변을 스캔하기에 이르렀다.
'앗,있다 있어!'
노란색 가이드라인을 저만치 벗어난 곳에서 존경하는 신사임당께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그것도 홀 몸뚱아리가 아니라 둘이 꼭 끌어안은 자세였다.
'이야호! 그래 바로 이거닷'
금빛씨는 재빠른 동작으로 신사임당 두 분을 취했다.
이제 오늘 저녁 퇴근해서 아침에 찜해놓은 블라우스를 거저 취하면 되는 거였다.
신이 나서 외쳐보았다.
"와우,심.봤.다!"
그런데 몬가 이상하다.
환하게 웃고 계실 줄 알았던 심사임당 두 분의 표정이 잔뜩 구리다.
"허걱쓰,이 이건 아냐 이건 아니라고.,"
정신을 차리고 바라본 신사임당 두분은 코스프레 변장의 주인공이셨다.
전면은 신사임당이었는데 한국은행에서 파견 나온 분들이 아니고 최근 개업한 스탠드바의
레테르를 달고 나오신 짝퉁 '심사인단'이었던 것이다.
눈앞에서 블라우스가 날아갔다.
'에효,그럼 그렇지..내 눈은 똥눈이랑께..'
금빛 찬란한 금빛씨의 두 눈이 똥눈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