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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호강하고, 입이 즐겁다.’
한국관광공사는 ‘꽃따라 맛따라 - 꽃구경도 가고 맛 기행도 하고’라는 주제로 4월에 가볼 만한 곳 6곳을 선정·발표했다. 봄꽃 여행을 즐기고 봄 별미에 빠져보자.
◇‘봄꽃에 눈이 환하고 봄맛에 입이 즐겁고’ 충북 영동=4월 중순이면 영동 매천리에 배꽃과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하얀 배꽃과 연분홍 복숭아꽃이 들판에 가득한 풍경은 인상파 화가의 그림 속을 거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매천리 배 밭은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농부들이 가꾸는 삶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광양 매화 밭이나 하동 벚꽃 길과 다르다. 시골 풍경과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멋을 풍긴다.
금강 자락에 기대앉은 영동을 대표하는 음식은 도리뱅뱅이와 어죽이다. 피라미를 노릇하게 튀긴 도리뱅뱅이는 비린내 없이 고소하고, 쏘가리와 동자개(빠가사리) 등을 삶아 만든 어죽이 입맛을 돋운다. 자연산 능이버섯전골도 인기다. 영동 포도로 만든 와인을 시음해볼 수 있는 와인코리아, 국악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판소리 등 흥겨운 우리 가락을 느낄 수 있는 영동국악체험촌도 봄 여행의 정취를 더한다.
◇‘유채꽃·벚꽃 그리고 낭만가도와 바다’ 강원도 삼척=맹방유채꽃마을에서 4월 8∼17일 유채꽃축제가 열린다. 유채꽃 하면 제주도나 청산도를 떠올리기 쉬운데, 맹방유채꽃마을은 유채꽃과 벚꽃 그리고 바다를 볼 수 있는 봄날 여행지다. 삼척 시내에서 출발해 한티고개를 지나면 다다른다. 제일 먼저 도로를 따라 4.2㎞가량 이어진 벚꽃 길이 맞이한다. 벚꽃 길 왼쪽으로 7.2㏊에 이르는 유채 밭이 노란 바다처럼 펼쳐진다. 꽃밭 사이에 산책로를 내 자유로이 거닐며 사진 찍을 수 있다. 축제가 끝나도 4월 30일까지 축제장을 개방할 예정이다. 삼척에서는 아침에 시원한 곰치국을, 점심에 꼬들꼬들한 장치찜을, 저녁에는 제철의 마지막 달을 지나는 대게를 맛볼 수 있다.
◇‘벚꽃 바다 남해로 떠나는 미각 여행’ 경남 남해=4월 남해는 꽃 천지다. 연분홍 벚꽃을 지나, 샛노란 유채와 빨간 튤립을 만난다. 왕지벚꽃길에서 보는 쪽빛 바다와 아름다운 벚꽃은 보물섬 남해를 환상의 섬으로 만들어준다. 봄이면 살이 통통 오르는 멸치도 맛보자. 싱싱한 멸치로 만든 쌈밥과 회는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주기에 충분하다. 남해를 눈과 혀로 즐긴 뒤에는 남해유배문학관에 들러 문학의 향취를 느껴보면 어떨까. ‘구운몽’을 지은 서포 김만중을 비롯해 남해로 유배 온 문인들의 작품과 생활 모습을 둘러볼 수 있다. 형형색색의 튤립을 보며 산책하기 좋은 장평소류지, 남해의 명물 마늘에 대해 살펴보는 보물섬마늘나라, 세계의 탈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은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자두꽃 향기에 취하고 지례 흑돼지에 반하다’ 김천 이화만리 마을=김천은 자두 포도 복숭아 같은 과일이 많이 재배되는 고장이다. 자두는 생산량이나 품질이 전국에서 손꼽힌다. 자두꽃 향이 만 리를 간다고 ‘이화만리’라 부르는 김천시 농소면 일대는 4월이면 달콤한 가루를 뿌린 듯 자두꽃이 하얗게 피어난다. 김천자두꽃축제에서는 노래자랑, 자두 음식 만들기, 자두 꽃길 걷기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올해 축제는 4월 9일로 예정돼 있다. 흑돼지도 김천의 명물이다. 지례면에 흑돼지 전문 식당 15곳이 모여 있다. 메뉴는 대개 왕소금구이와 고추장불고기다. 소금구이로 먹는 삼겹살의 비계가 인절미처럼 차지고 쫄깃하며, 목살은 퍽퍽하지 않고 탄력 있으면서도 부드럽다. 연탄불에 구워주는 고추장불고기는 적당히 단맛과 매운맛에 불 맛이 더해져 밥도둑이 따로 없다. 1인분(180g)에 8000∼1만원으로 값도 저렴하다.
◇‘황홀한 진분홍빛 꽃길을 걷다’ 강화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고려산은 북쪽 산등성이를 따라 400m가 넘는 고지대에 진달래 군락이 형성돼 있어 봄이면 온 산이 진분홍빛으로 변한다. 바람을 따라 분홍빛 물결이 일렁일 때면 마음도 고운 꽃 빛으로 물든다. 4월 12∼26일에는 고려산진달래축제가 열린다. 꽃구경을 하고 나면 주꾸미연포탕과 밴댕이회무침으로 산행의 피로를 풀어보자. 제철을 맞아 알이 통통하게 밴 주꾸미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강화역사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에 들러보자.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강화 부근리 지석묘(사적 137호)도 지척에 있다. 가이드와 함께 전기 자전거를 타고 고려궁마을을 탐방하는 강화이야기투어도 흥미롭다. 북녘 땅이 바라보이는 강화평화전망대도 들러볼 만하다.
◇강진의 봄은 ‘게미’가 있다…전남 강진군=게미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 그 음식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 산해진미가 올라오는 강진 한정식은 전라도 음식 중에 최고로 꼽힌다. 강진의 봄 풍경에도 게미가 있다. 들판에는 보리가 쑥쑥 자라고, 산에는 진달래와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주작산(475m)과 덕룡산(433m)은 진달래 명소다. 설악산 공룡능선 부럽지 않은 기암괴석 사이에 핀 연분홍 진달래가 화룡점정이다. 만덕산 아래 백련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 숲이 일품이다. 1500여 그루에서 동백꽃이 뚝뚝 떨어지면, 길은 붉은 등을 켠 듯 환하다. 꽃구경을 마치면 가우도에서 봄 바다를 만나보자. 가우도로 이어진 출렁다리에 오르면 바다 위를 걷는 것처럼 짜릿하다. 가우도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마량항에 닿는다. 마량놀토수산시장은 먹거리와 놀 거리 가득한 곳으로, 토요일마다 포구가 들썩들썩한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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