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의 직업세계 들여다보기~! 인재추천 받으면 최소 100명 후보자 만나 인터뷰
헤드헌터의 커리어 멘토링
필자는 취업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는 헤드헌터라고 생각한다. 헤드헌터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30~40건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읽는다. 대기업, 외국계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을 망라해 인사담당자와 통화하고 만나며, 적절한 사람을 찾기 위해 수없이 많은 취업지원자를 만나 인터뷰한다. 취업지원자의 이력서를 세밀하게 분석해 당장의 이직이나 전직은 물론 향후 5~10년 후를 코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헤드헌터라는 직업이 국내에 소개된 지도 벌써 10여 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 헤드헌터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수행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헤드헌터의 직업세계를 상세히 들려주고자 한다. 평소 헤드헌터를 꿈꿔 왔던 한 대학생과 필자가 질문과 응답을 주고받는 Q&A 형식으로 꾸며 봤다.
Q. 국내에서는 통상적으로 임원이나 전문인력 등을 기업체에 소개해 주는 사람이나 업체를 헤드헌터라고 부르고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A. 거의 맞는 말이지만 사실 임원이나 중역급만 소개하는 것은 헤드헌터가 도입된 초창기인 1990년대 초반의 일입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직종과 직위의 경력사원들을 그들이 원하는 직장에 추천, 연결시켜 주는 일을 합니다. 경력사원은 최소 1년 이상 특정분야에 종사한 사람들입니다. 신입사원은 때가 되면 공채를 통해서든 특채를 통해서든 뽑지만 특정분야 경력사원을 뽑을 때는 저희와 같은 ‘서치펌(search firm: 헤드헌터 업체를 달리 이르는 용어)’을 이용하는 게 최근 추세입니다.
Q. 헤드헌터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을 하나요?
A. 먼저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기업체가 원하는 해당분야 경력자를 100명 정도 만납니다. 그 중에서 기업이 원하는 인물을 한두 명 정도 골라내 추천합니다. 그러면 기업체가 최종 판단과 선택을 하죠. 이런 일을 매끄럽게 해내려면 고객 기업이 원하는 직무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분석력, 그 일에 맞는 사람을 가려내는 안목 두 가지가 모두 요구됩니다. 기업체와 지원자 양쪽을 모두 고객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일은 매력적입니다. 헤드헌터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뿐 아니라 외국어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특히 “이 분야는 자신 있어!”라고 할 정도의 전문영역도 갖고 있어야 합니다.
- ▲ 헤드헌터들은 기업체로부터 인재 추천을 의뢰받으면 최소 100명의 후보자를 만나 인터뷰한다. 한 번 일감이 떨어지면 분주하게 발품을 팔아야 하는 셈이다.
IT분야 인재 수요 특히 많아
그렇다면 헤드헌터는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것일까? 사실 특정분야에 오래 종사한 경험을 갖춘 헤드헌터는 많지 않다. 설령 그런 경우라도 헤드헌터 일을 처음 시작하면 고전하기 십상이다. 헤드헌터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PC를 다루는 능력이다. 수많은 정보를 검색해야 하고 또한 재빠르게 후보자들의 지원서를 파악하고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도 굉장히 빨라야 한다. 특히 IT분야에 대한 지식도 매우 긴요해지고 있다. 사람을 찾는 기업 중에서 IT기업의 비중이 매우 큰 까닭이다. 아무래도 IT분야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제품, 시장을 만들어내다 보니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다.
Q. 헤드헌터로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요할까요?
A. 가령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길을 생각해 보죠. 일단 헤드헌터는 기업체든 지원자든 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풀’이 넓어야 합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등급’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여기서 등급은 능력의 여하가 될 수도 있겠고, 원하는 요구조건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먼저 기업의 예를 들어봅시다. 만약 마케팅 분야의 1, 2, 3위 기업만 알고 있는 헤드헌터가 있다면, 그 사람은 마케팅 분야의 전문 헤드헌터라고 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1, 3, 5, 7위 이런 식으로 띄엄띄엄 알고 있는 사람이 오히려 전문가일 확률이 높습니다. 언뜻 이해가 잘 안 될 텐데, 설명을 들어보세요. 어떤 분야에서 1, 2위를 다투는 두 회사가 있다고 칩시다. 그 두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서로 많이 다를까요? 아닙니다. 비슷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다양한 수준과 층위의 기업들을 두루두루 파악하고 있어야 된다는 겁니다. 그래야만 지원자들에게 알맞은 기업을 소개할 수 있어요. 반대로 지원자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어떤 직장인이 업종 1위 기업을 나와서 좀 더 높은 직위로 다른 기업에 가고자 할 때, 그에게 같은 업종에서 1위를 다투는 2위 기업을 소개한다면 수긍할 수 없을 겁니다. 거기 가도 비슷한 직급을 제안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이런 경우에는 한 3~4위권 회사로 옮겼을 때라야 지원자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을 겁니다.
헤드헌터의 전문성은 다른 점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기업에서 특정분야 전문가를 찾고 있는데, 그 전문가 그룹이 국내에서 수십 명밖에 안 될 정도로 희소가치가 높다고 치자. 이런 상황이라면 사람을 구하기가 좀 과장해서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전문성을 확보한 헤드헌터라면 고객 기업의 요구사항을 어떤 경우에도 충족시켜 줄 수 있다. 다시 말해 아무리 찾기 어려운 인재라도 반드시 찾아 이직을 성사시키는 능력이 헤드헌터의 전문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런 헤드헌터들은 당연히 몸값도 높을 수밖에 없다.
Q. 세간에서는 헤드헌터가 돈을 잘 버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많은데요. 이런 통념은 편견입니까, 사실입니까?
A. 그건 정말 편견이에요. 과거 IMF 외환위기로 실직자가 크게 늘었다가 경기가 다시 회복될 때에 고위직 수요가 엄청 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헤드헌터들이 정말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요. 헤드헌터가 돈을 많이 번다는 통념은 그때 형성된 거죠. 한편으로는 헤드헌터가 한번에 받는 액수(수수료)가 많기 때문에 고소득을 올린다고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게 편견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가령 연봉 2억원인 임원급을 원하는 고객 기업의 주문을 성사시켰다면, 헤드헌터는 그 임원 연봉의 약 3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받습니다. 하지만 이런 건은 흔치 않습니다. 이런 ‘대박’은 아주 드문 데다 극소수 특정 헤드헌터들에게 집중되는 게 현실이죠. 어떤 사람들은 헤드헌터가 2억원짜리 임원 채용을 성사시키면 똑같이 2억원의 보수를 받는 줄 알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문제해결 능력 갖춰야
Q. 이야기를 들어보니 헤드헌터 세계도 경쟁이 치열하겠군요. 그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까요?
A. 크게 봐서 두 가지 능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문제해결 능력을 꼽을 수 있어요. 헤드헌터도 그렇지만 사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결국 사람을 대하는 일이잖아요. 따라서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중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바른 판단은 올바른 대화의 기술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단순히 말만 잘한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문제해결 능력입니다. 앞에 놓인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은 헤드헌터뿐 아니라 모든 일에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이겠지요.
헤드헌터는 여느 직업과 마찬가지로 윤리적인 직업관이 요구된다. 가령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서로 맞지 않는 기업과 지원자를 연결하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안타깝게도 왕왕 벌어지곤 한다. 제대로 된 헤드헌터가 되려면 올바른 직업윤리와 투철한 직업관으로 무장해야만 한다. 그래야 오래갈 수 있다.
Q. 헤드헌터 세계에서 지켜야 할 윤리는 무엇인가요?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A. 음, 어려운 질문이군요. 구체적인 사례로 답을 해볼까 합니다. 헤드헌터들은 일을 하면서 종종 과장의 유혹을 느끼고 실제 과장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고객에게 저 회사는 어떻네, 그 친구는 이만한 사람이네 하면서 부풀리는 겁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3개월 후에 MBA 공부를 하러 갈 사람인 줄 알면서도 기업에 추천하는 겁니다. 이런 일들이 헤드헌터들 사이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헤드헌터 일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비유하자면 나는 ‘볼륨’ 1 정도로 이야기했는데 뜻밖에도 상대는 2나 3의 수준으로 들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양심에 걸리는 일은 해서는 안 되겠지요.
Q. 헤드헌터라는 일의 특성상 현재 어떤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제의를 하는 경우도 많을 텐데요. 이런 경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윤리적으로 부적절한 일은 아닌가요?
A. 헤드헌터는 현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제의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헤드헌터는 어디까지나 제의만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 사람에게 자신의 일을 자기가 선택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이 헤드헌터의 업무지, 그들을 빼돌리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선택은 결국 개인들이 하는 겁니다. 그리고 헤드헌터 업무의 특성상 내가 제의하지 않더라도 다른 헤드헌터가 반드시 제의하게 돼 있습니다.
Q. 헤드헌터들끼리 교류는 합니까? 서로 이기려고 하다 보면 견제가 심할 것 같은데요. 헤드헌터들 간에 유대관계는 어떤가요?
A. 좋은 질문이에요. 지금은 제가 헤드헌터 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과거 월급쟁이 헤드헌터였을 때는 다른 헤드헌터들을 만나면 참 할 얘기가 없었어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할 얘기는 있지만 할 수가 없었죠. 아무래도 서로 경쟁하는 관계니까요. 가령 “내가 지금 이런 쪽 사람을 연결하려고 한다”고 말하면 일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죠. 국내에는 아직 헤드헌터들을 공식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기관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식화된 ‘헤드헌터 윤리강령’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아요. 업체 대표들 간에는 공식, 비공식 모임을 자주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자리에서 저희만의 윤리강령이나 사람을 뽑는 기준 같은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습니다. 간혹 어떤 헤드헌터는 문제가 있다는 식의 말들도 나오곤 합니다.
사람에 웃고, 사람에 우는 직업
Q. 헤드헌터를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또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요?
A. 한번 고객이 된 분들이 지속적으로 저희를 신뢰하고 나아가 다른 분들을 소개해줄 때 보람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헤드헌터라는 직업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인 까닭에 결국 사람들에게서 가장 큰 보람과 의미를 찾게 될 수밖에 없지요. 반면에 가장 힘들고 속상할 때나 일을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은 이직을 한다고 확언했던 후보자가 나중에 마음을 바꿀 때죠. 그 순간은 정말 맥이 탁 풀리고 일할 맛이 안 납니다. 또 고객 기업의 요구조건과 잘 맞을 것 같아서 추천해 채용된 사람이 그 회사를 그만둘 때도 참 속상하지요. 사람에 웃고 사람에 운다고 할까요.
Q. 헤드헌터라는 직업이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혹은 젊은 사람들도 바로 도전할 수 있는 분야입니까? 아무래도 젊고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은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
A. 물론 도전할 수는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그러지 않는 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헤드헌터라는 직업은 사람을 볼 수 있는 안목과 특정분야의 경력, 그리고 전문성이 필요하거든요. 천천히 인생의 경력과 경험을 쌓고 나서 지원하는 게 나을 거예요.
이코노미플러스 김덕임 코리아브레인서치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