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삼겹살의 반란
삼영희
어제는 춘천에 사는 두 여동생과 삼겹살로 점심을 먹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요즈음 몸이 피곤하면서 입맛이 없어 밥 먹기 싫다. 그럴 땐 그냥 시원하고 달콤한 딸기를 먹는 게 제일 맛있다. 딸이 전화를 했다. 오늘 이모들과 점심 약속이 있어 간다고 했더니 삼겹살을 맛있게 드시고 오란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양념 삼겹살이 아닌 두툼한 생삼겹살을 보자 입맛이 뚝 떨어진다. 그래도 동생이 이미 예약을 해놓았으니 그냥 있었다. 막냇동생이 고기를 구우면서 셋째 언니는 고기를 바짝 구어야 한다며 잘 익게 구어 줬는데 입에 들어간 고기가 입안에서 맴돈다. 살은 씹히는데 비개가 겉도는 것이다. 아무리 삼키려 해도 도저히 넘어가지 않아서 입에서 뱉어내고 말았다.
가위를 들어 비개를 모두 잘라내고 몇 저름 상추쌈에 싸서 먹었다. 게다가 바로 아래 여동생은 전날 저녁 회식으로 삼겹살을 먹었더니 더 먹을 수 없다고 한다. 막냇동생은 고기를 먹기는 해도 두 언니가 그러고 앉았으니 별로 맛이 없었을 것이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제부 식성은 나와 비슷해 남편하고는 고기를 잘 못 먹는다고 남편 떼어 놓고 언니들과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이렇게 되고 말았다.
편식이 심한 나는 어린 시절 멸치를 국에 넣어도 안 먹고 그 시대에 유행하던 조미료에 "미원"이라는 게 있었는데 음식에 미원을 조금만 넣어도 귀신같이 알고 그 음식을 먹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는 나를 "우리 집 상전"이라 하시며 음식을 만들어 내 먹을 것을 먼저 덜어 놓은 다음에 조미료를 넣으셨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마흔 살이 넘어서 고기를 조금씩 먹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돼지갈비, 소갈비, 삼겹살처럼 숯불에 굽거나 닭갈비처럼 양배추, 고구마, 떡볶이를 함께 볶아 상추에 쌈을 싸서 먹을 수 있는 것 정도를 먹는다. 국물에 끓인 음식 즉, 삼계탕, 갈비탕, 육개장, 설렁탕 같은 음식은 지금까지 먹어 본 적이 없다. 이것이 고기 못 먹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숯불에 구우면 먹고, 물에다 끓이면 못 먹는다.
그런데 어제는 두꺼운 삼겹살이 입안에서 반란을 일으킨다. 아무리 목구멍으로 넘기려고 해도 넘어가지 않았다. 실은 삼겹살을 먹고 입맛을 찾으려고 기대를 했었는데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