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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울림
輿山 / 홍성도
소리가 소리를 물고
빛없는 빛 속에서 빛을 찾는다
당신의 음성 속에 젖어드는 쉰 소리
당신의 눈빛 속에 응어리진 시인의 노래
갈 곳은 없어도 오라는 곳 있어
여념 없는 일상
정(情)도 한(恨)도 노래가 된다
불협화음의 화음 속에
오가는 잔정의 아기자기
큰 사랑은 사랑이 아니란다
유년의 꿈이 녹아있는 소담한 사랑
사랑은 어울림이다
輿山 / 홍성도
시인, 덕향문학 회장
한국효문화지원센터 이사
2. 검정 고무신
與山 / 홍성도
짚신에 길들여진 발
호강에 겨워 새끼를 감고
마른논에 지푸라기 축구공을 찬다
장날 구멍을 때운
검정 고무신이 펑크가 나도
하늘에 떠있는 축구공의 꿈
내 소년의 기억 저편에 머문다
가난이 축복이었던 전설
질긴 타이어 코트사의 운명도
엿목판 위에 시(詩)가 되었던 추억도
엿장수의 가위소리가 울리면
넋을 놓았던 유년
검정 고무신은 내 로망이었다
輿山 / 홍성도
시인, 덕향문학 회장
한국효문화지원센터 이사
3. 돌아가지 않는 시간
靑鏡 / 나영순
혼자일 때 더 흔들리는 이파리처럼
달은 맑은 하늘에서 더 외롭다
멀리 떠나온 바람이 길을 잃듯이
제 그림자조차 지우지 못하는 파도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을 때
가을산은 늘 그 자리를 지킬 테지만
낮은 구름이 하늘을 더 그리워하는 것처럼
바람은 한 번도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꿈은 내가 쫓기도 전에 다가와
채 붙잡을 새도 없이 지워지듯이
그래도 나는 돌아가지 않을 테다
내가 나에게 나를 적어넣은 그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나는 나만의 빛을 키울 것이다
그 끝이 수평선에 닿을 때까지
언덕에서 오래도록
하늘이 열릴 때까지
나는 그렇게 잊혀지지 않게
서 있을 테다
靑鏡 / 나영순
시인, 덕향문학 회장
시집 『꽃섬에 닿다』, 『그림자는 빗물에 젖지 않는다』 외
4. 거울
靑鏡 / 나영순
넌 지금 한쪽만 바라보고 있잖아
너에게 난 늘 그 한쪽이었어
네가 말했을 때도
나는 기다릴 수 있다고 했고
네가 내 눈을 바라볼 때도
나는 오래 기억될 수 있다고 했어
너는 나에게서 거울일지도 몰라
네가 하루도 보이지 않으면
나는 벌써 세상이 어두워져
그림자를 잃어버린 듯
기억들을 더듬을 수밖에 없어
나는 차갑게 식지 않을 거야
거울을 봐 입김은 사라져도
너는 그대로잖아
너는 그렇게 나에게 왔어
네가 나를 바라보는 것처럼 말야
나는 네에게서 소리가 될 거야
네가 내 발자국을 듣는 것처럼
언제든지 네 곁에서
나를 바라볼 거야
靑鏡 / 나영순
시인, 덕향문학 회장
시집 『꽃섬에 닿다』, 『그림자는 빗물에 젖지 않는다』 외
5. 겨울바람의 노래
윤슬/ 윤경숙
나
태어나
먼 길 날아와
너를 감싸 안는다
내 행복 무색하리만치
너는
나를 밀쳐내며 몸서리치는구나
따스함을 좋아하는 너에게
난
영원한 이방인인 줄도 모르고
네 앞에서 춤을 추었구나
내일이면 사라질 운명
오늘 밤 조용한 작별을 고한다
윤슬 / 윤경숙
시인, 덕향문학 회원
시조창 명인, 전통주 도솔주 연구
6. 연가를 쓰다
윤슬 / 윤경숙
아랫배에 힘을 주고
목으로 뽑아 올린 연가
물속의 잉어 미끄러지듯
떨어지는 잉아걸이 선율이
초장과 중장을 타고
종장으로 넘어가는 장단
깊은 속 소리 배자로 뱉어낼 때
시조창에 울고 웃는 객석과 무대
그 깊은 소리를
어떻게 써야 시가 될까
문학 강의실에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소리
죽은 사물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그들이 하는 말을 받아 적으면
그것이 바로 시가 된다는 말
화분에 시든 화초
화사한 꽃으로 피어 연가를 부르기까지
몇 날 며칠 끙끙 앓는다
혼신으로 뽑아내는 소리 가락보다
자음과 모음을 조탁하는 일이 이리도 어려울 줄이야
윤슬 / 윤경숙
시인, 덕향문학 회원
시조창 명인, 전통주 도솔주 연구
7. 시를 쓰는 일
이현애
어쭙잖은 시인이 되어
시를 쓰는 일
자음과 모음을
요리조리 자리바꿈하며
한 편의 시를 탈고하는 일
마른 나뭇가지로 애벌레를 만들고
조개껍데기로 곤충을 만드는
자연소재 창작 작가로 살아온 세월
가나다라 아야어여 배운
팔순의 시어머니는 일기를 쓰고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하여
며느리는 시를 쓴다
시를 쓰는 일은
위대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마른 나뭇가지
애벌레가 되어 꿈틀대고
조개껍데기 나비가 춤을 추듯
시인의 손에서
닿소리와 홀소리가 만날 때
꽁꽁 얼었던 얼음이 졸졸졸 노래하고
고목의 가지마다 연분홍 꽃이 핀다
이현애
시인, 덕향문학 회원
자연소재 창작 작가
8. 그리움
이현애
벚꽃길 함께 걸어보자 약속한 날
먼 길 돌아 내게 달려오기를
원성천에 그리운 마음 내려놓고
그니 오기를 기다린다
눈송이처럼 날아오는 꽃잎 한 장
부끄러워 붉어진 이마 위에
살포시 앉아
당신 오랫동안 그리웠다며
귓가에 속삭여준다
봄바람에 떨어지는 꽃잎 한 장에
그니 향한 그리움 담았고
봄바람에 떨어지는 꽃잎 한 장에
그니 향한 기다림 담아본다
하얀 벚꽃길 버선발로 걸을 때
감춰버린 그니 향기
꽃잎 속에 만난 날
당신 그곳에 있었구나
이현애
시인, 덕향문학 회원
자연소재 창작 작가
9. 채마밭에서
성당 / 이기성
손바닥만 한 밭을 일구고
소망의 씨앗을 심는다
밭고랑 두 줄 검정 비닐로 멀칭하고
고구마 순을 꽂는다
어여쁜 손녀 고사리손 같은 상추가 자라면
보랏빛 가지도 주렁주렁 익어간다
가장자리 자리 잡은 호박
엉덩이 살이 펑퍼짐하게 오르면
서슬 퍼런 고추는 절정으로 빨갛게 달아오른다
아침 이슬에 옷자락 적시면서
채마밭에 다녀온 아내가 차려낸 밥상
말갛게 얼굴 씻은 상추 소쿠리에 가득하고
가지무침에 곁들인 풋고추와 된장이 일품이다
굽이굽이 돌고 돌아온 인생길
채마밭에서 익어가는 사랑 이야기
우리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성당 / 이기성
시인, 덕향문학 회원
천안시청렴시민 감사관 회장, 원성1동 주민자치회장.
10. 시월의 어느 멋진 날
성당 / 이기성
차가운 대지
하얀 안개 내뱉는 가을 아침
거울 앞에 서서
셔츠 깃을 세우는 사내
여기저기
손짓하며 부르는 사람들
어제는 동으로 달려가고
오늘은 남으로 뛰어간다
황금 들녘은 금파로 춤을 추고
감나무 가지마다 홍등을 달아 놓은 날
석양을 등에 업고 현관에 들어서면
아내의 푸념을 들으며 된장찌개가 끓는다
둥근 가을 달이 호출하면
밤하늘 수놓으며 출석하는 아기별들
배부른 사내
따뜻한 침대에 누워 노래 부른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성당 / 이기성
시인, 덕향문학 회원
천안시청렴시민 감사관 회장, 원성1동 주민자치회장.
11. 아마릴리스
佳泫 / 김미남
꽃을 사랑하는 친구가
해마다 아마릴리스꽃이 피면
이녀의 꽃말처럼 자랑을 해온다
너무 화려해서
다른 꽃과 섞이지 못하고
한 송이로도 모두의 시선을 강타하는
아름다운 외면
그러나
굵은 초록 줄기는
속이 비어 누군가의
배경과 보완이 있어야
당당히 설 수 있는 내면
이녀가 말을 걸어 온다
"가끔은 사랑하는 사이에도 침묵이 필요해요
어쩌면 가장 조용한 시간에
사랑이 깊어질 수 있으니까요"
하늘빛 없는
비 오는 날에
아마릴리스 시심을 잉태한다
佳泫 / 김미남
시인, 덕향문학 회원.
영성실버센터 시설장
12. 천변 찬가
佳泫/김미남
천변 냇가에 앉아
삶의 낙수가 흐르는 것을 본다
눈물이 섞이고
땀이 섞이고
석양에 지는 노인의 아픔이 섞여
아래로 아래로 흐른다
찬서리 내리는 밤 이별을 하고
새로운 삶을 향해
아래로 흐른다
서러운 이별의
시그널이 숨을 죽여도
아픔은 응어리진 소리를 낸다
삶이란 생각하는 것처럼
괴로운 것도 즐거운 것도 아니다
그저 물줄기처럼 흐르는 것이다
수로에 몸을 숨기는
송사리 떼의 사랑에
넋을 놓는 하오의 시간
시간은 물길을 타고
무심히 흐른다
佳泫 / 김미남
시인, 덕향문학 회원.
영성실버센터 시설장
13. 지금 이 순간
호원 / 유순희
가슴이 뛴다는 건
살아 있다는 거지
지금 이 순간
볼 수 있어서
엄마라고 부를 수 있어서
만질 수 있어서
행복한 거야
바쁘고 힘들지만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최면을 걸어봐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건
사랑이란 놈이 숨어 있어서 그래
호원 / 유순희
시인, 화가, 덕향문학 부회장
미술 개인전 다수
14. 싱그러운 녹음
호원/ 유순희
콧등을 스치는 달큰한 향기
희망을 노래하는
재잘대는 새들의 노랫소리
파릇파릇 나풀거리는 풀잎들이 춤을 춘다
아가는 먹고 자고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얼굴이 새빨갛게 용을 쓰며 자라고
까꿍 하면 까르르 웃는 모습에 세상을 얻는다
옆에 있어 소중하고 감사하고
사랑하기에
빈 가슴에 끈끈한 정을 채우며
하루하루 애쓰며 살아간다
오늘도 소중한 사람들과
사랑 한 스푼 타서
유월의 싱그러운 녹음을
차 한 잔에 담아 본다
호원 / 유순희
시인, 화가, 덕향문학 부회장
미술 개인전 다수
15. 방귀 뀐 놈과 똥뀐 놈의 차이
解言 / 김종열
똥 마려운 강아지
뀌다 만 방귀의 여진
세월은 저만치 흘러가고
향기와 향내의 모호한 구분
해우소(변소)는 멀기만 하고
소리는 자극의 절정이다
구린내 나는 삶의 언저리엔
그놈이 그놈의 향연이다
解言 / 김종열
시인, 덕향문학 회원.
IT전문가 활동, 약선푸드 대표
16. 천지인(天地人)
解言 / 김종열
나의 첫 울음소리가
태초(太初)의 문을 열었다
땅을 딛고 하늘을 향해
직립(直立)하는 순간
나를 나으신 어머니는
까무러치고 자지러진다
나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 꿈을 파란색으로 칠하여
꿈이 내 머리 위를 노니는 동안
나는 또 다른 꿈을 꾼다
꿈자리가 어수선하여
시간을 포기하는 순간이
다가오면
나의 인생은 하늘이 된다
애드벌룬에 날개를 달고
블루오션의 망중한에
처절했던 행복
꿈이 바스러지는 순간
천지인(天地人)의 윤회는
또 하나의 윤회가 된다
解言 / 김종열
시인, 덕향문학 회원.
IT전문가 활동, 약선푸드 대표
17. 찜질방에서
德仁 / 송일호
열기가 턱에 닿는 짬방에서
솔가지 타는 냄새
숨 막히는 절정이
삶의 열정이 된다.
턱에 와 닿는 열기에
물기에 젖는 알몸의 환희
머물다가는 인생이
뜨겁다는 이유만으로
행복한 것은 아니거늘
고단한 여정에서
차고 더운 윤회를 배운다
한잔의 냉수가 행복이다
德仁 / 송일호
시인, 덕향문학 회원
한국효문화지원센터 이사, 목천 향교 명륜대학장.
18. 꿈의 쇼핑
德仁 / 송일호
넓은 분지의 웅장한 풀숲에 누워
소가 되고 싶었던 소년은
이름 앞에 계급을 붙여
상병 송일호가 되었다
통신대 전화교환기 속의
힘차던 목소리는 온 데 간데없고
쇼핑장 앞에서는 낭인이 되었다
낭인의 거룩한 행보는
기다림의 헛한 세월 앞에 무릎을 꿇고
아이스크림 공장의 공장장이 되어 우유를 핥고 있었다
소가 되고 싶었던 내가 소젖을 맛보며
사람들의 입맛을 농락하고 있다니
소를 키우지 못한 여한이
전생의 인연이었나
새끼들과 마누라도 소젖으로 푼다
꿈의 쇼핑장 앞에서 어른대던 내 소년
성년이 되고 장년이 되고 노년이 되었다
꿈은 이루는 것은 아니라
꾸다 깨는 것인가 보다
갈 때까지 가다
올 때까지 왔다
쇼핑장의 불이 커졌다
德仁 / 송일호
시인, 덕향문학 회원
한국효문화지원센터 이사, 목천 향교 명륜대학장.
19. 봄비 내리는 날
벌뫼 / 김종천
봄비 살포시 내리는 날
벚나무 가지마다 빛나는 별들이
눈송이 되어 낙하를 꿈꾼다
아이야
꽃이 진다고 울지 마라
제왕이 되기 전
꿈에 비 오듯 떨어지는 꽃을 보고 근심하던 사내에게
꽃이 져야 열매를 맺는다는 해몽을 들려준 성자가 있었지
태양이 뜨겁게 전율하는 날
초록색 무성한 잎 사이로
알알이 빨갛게 익어가는 구슬이 보이면
아이야
오롯이 너만을 사랑하다 떠나는
마지막 선물 내 영혼의 결정체 사리(舍利)란다
벌뫼 / 김종천
시인, 덕향문학 회원
충청효교육원 운영위원
20. 하나님 전 상서
벌뫼 / 김종천
당신에게는 귀한 아들이
스스로의 무게를 못 이겨
땅 위의 거미가 되었습니다
산다는 이유로 하여
살아 낸 80년 세월을 고해합니다
드리지 말아야 할 선물에 독이 묻고
받지 말아야 할 사랑에 멍이 든 한 마리의 거미
올무로 엮은 줄을 쳐 사냥을 줄기고
포식으로 포만감에 취해 희희낙락합니다
태초의 운명은 거미가 아니라
사냥개였나 봅니다
자책의 후회는 늪이 되어
몸부림을 쳐도
의식은 낙하의 스릴 속에서 아래로 아래로 쳐집니다
하나님 아버지!
내 입맛을 돋우던 먹잇감들에 대한
감사도 증오도
치매 환자의 너스레가 되어
매양 되돌아오는 부메랑이 되어
의식 저변을 맴돌다 까무러칩니다
하느님 아버지
당신의 품에서 구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날조된 세리프를 잊게 하여 주옵소서
원죄라는 페인팅된 죄명을 사하게 하여 주옵소서
늦깎이 속죄를 용서하지 말아 주옵소서
벌뫼 / 김종천
시인, 덕향문학 회원
충청효교육원운영위원
21. 나는 다시 꿈을 꾼다 –수필 중에서 일부 발췌하다-
예진당 / 황해숙
나는 다시 꿈을 꾼다. 내 손에 무엇을 잡을 수 있을까.
이름 없는 작은 들꽃을 만나게 되면 그 작은 몸짓의 빛깔과 향기에 어울리게 살포지 힘을 주어 잡으련다. 설령 내가 감당하기조차 힘든 큰 별을 손에 잡으라 한다면 그도 마다치 않을 것이다. 어떠한 뒷담을 듣게 될지 모르겠으나 거머쥐고 그 빛과 향기를 감당하고자 혼신을 다할 것이다. 내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꿈이 등대가 되어 주었고 그 꿈이 나를 살게 했다. 하여 다는 다시 고단하나 찬란한 꿈을 꾼다.
예진당 / 황해숙
수필가, 덕향문학 회원
무량사 신도회장, 충청효교육원 운영위원
22. 내 삶의 전환점 –수필 중에서 일부 발췌하다-
예진당 / 황해숙
좋은 날이라고 마냥 웃을 수만 없고 힘들다고 주저앉을 수만도 없다. 쓴 것이 다 하면 단 것이 오고 단 것이 가면 다시 쓴 것이 오게 마련이다. 나무는 소리 없이 제 안에 나이테를 새긴다. 그런 것이다. 마냥 들레지 않을 일이다. 늘 섭섭해 울 일도 아니다.
전환점 돌아 다시 펼쳐질 나의 길을 내다본다. 가던 길 마저 완주하려 한다. 애당초 공부를 마치고 눈부신 날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다. 내가 누구인지 자문하고 자답하는 과정이었다. 이만하면 그런대로 만족할 수 있다.
예진당 / 황해숙
수필가, 덕향문학 회원
무량사 신도회장, 충청효교육원 운영위원
23. 입춘 연가
海霧 / 신영
벙어리장갑 끼고
아장아장 걷는 아기
두툼한 외투 입고
씩씩하게 달리는 청춘
그들 사이로
뚜벅뚜벅 거북이걸음으로 걷는다
쏜 살이 되어 달음질치는 세월
잡을 수 없어
손사래 치는 팔순의 시인
청춘아
보름달이 기울면 봄이 온단다
아가야
산모퉁이 돌면 꽃이 핀단다
봄이 오면
고목에 새순이 돋고 꽃이 필 거야
내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단다
海霧 / 신영
시인, 덕향문학 회원
새시대노인회 보령시 회장, 대천오토캠핑장 대표
24. 봄날은 간다
海霧 / 신영
겨우내 삭풍을 맞으면서
견딜 수 있었던 건
저 멀리 수평선 너머
봄이 오고 있는 믿음이었다
잠자는 대지 흔들어 깨우고
나목의 가지마다 꽃을 피우더니
속절없이 가는 봄
쉬었다 간들 세월이 좀먹을까
시인의 손을 뿌리치고
냉정하게 떠나간다
海霧 / 신영
시인, 덕향문학 회원
새시대노인회 보령시 회장, 대천오토캠핑장 대표
25. 구름의 노래
효원 / 진은정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언젠가 하늘도 땅도 바다도 주인을 잃었다
나도 모르게 나를 감싸고 있는 빌딩 숲
노래하는 새도
춤을 추는 나비도 없는
숲에 내가 갇혀 버렸다
효원 / 진은정
시인, 덕향문학 교육국장
3.1운동유네스코등재국민위원홍보위원장
26. 겨울연가
효원/진은정
입춘이 눈앞에 왔다
아직도 서설은 내리고
된바람이 분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마 떠나지 못하는 너
이제 가라
계급 없는 동장군
나도 장군이란다
계급이 없어도
겨울에는 서슬이 퍼렇다
눈앞에 다가온 봄
이제는 가야 한다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
모퉁이 돌아서면
깜박이는 신호등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한다
시간은
원성천 물결 따라 흘러간다.
효원 / 진은정
시인, 덕향문학 교육국장
3.1운동유네스코등재국민위원홍보위원장
27. 아우내에서
송헌 / 장성균
삼월의 창에 서면
열여섯 가출소녀의 옷 깁는 사연
할매는 신이 났지
얼굴 없는 평화는
생사(生死)의 계곡을 헤매는
나비 한 마리
봉화제의 화신이려니
멀리서 손짓하는 자태는
어둠을 뚫고 선 금세기 혼
이제는 돌아와 좋을까마는
긴 세월 나목으로 밀려온
작은 제례
관순은 영원한
아우내 꽃
松軒 / 장성균
시인, 덕향문학 회원
천안효교육원 원장. 시집 『하늘 보기』
28. 태조산 민들레꽃
松軒 / 장성균
우리들 꿈이
잉태되는 사월이면
천안천 갯벌 따라
퍼져 나는 흙 내음
홀로 선 몸짓으로
구름 뻘에 내민 미소
윤회하는 계절 속에
늘상 한 꺼풀씩 벗겨 내며
모두에게 잊힌
고향 마을 성황당
삶에 무슨
수식어 필요할까
비둘기 떼 수군대는
꽃 샘가 다가서면
우리 언니 손 비비며 살아온
겨울나기 이야기들
버릴 수 없는 것들 한데 모여
유량천 감아 돌고
그 하늘 가슴까지 기지개 켠
태조산 민들레
松軒 / 장성균
시인, 덕향문학 회원
천안효교육원 원장. 시집 『하늘 보기』
29. 허수아비 연가
우공 / 허욱
오곡이 여물어 가는 계절
두 팔 벌리고 서 있는 파수꾼
재잘대는 참새떼의 조롱
부릅뜬 호랑이 눈이 무색하다
농부의 곳간에 들어앉은 곡식
참새들도 모두 떠나고
휘뚜루마뚜루
폐부 깊이 파고드는 찬 바람
내 사랑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휑뎅그렁한 들녘에 퍼지는
허수아비의 서글픈 연가가 처량하다
우공 / 허욱
시인, 덕향문학 회원
전) 천안시의회의원, 독립기념관전철유치추진위원장.
30. 유세(遊說)
우공 / 허욱
오만과 교만이 얽히고설키어
자만이 된 세월의 뒤안길에서
제단에 바칠 어린양이 되어
무릎을 꿇고 눈을 감는다
뜨거운 피 전신을 휘돌던 때
세상을 향하여 힘껏 던진 부메랑
굽은 것을 곧게 펴려고 내리친 채찍
텅 빈 승리 앞에 좌표를 잃는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현실
효(孝)를 상실한 가정이 침몰하고
인성(人性)이 나들이 간 운동장이 흔들린다
두 주먹 불끈 쥐고 확성기를 들고 외친다
효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효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우공 / 허욱
시인, 덕향문학 회원
전) 천안시의회의원, 독립기념관전철유치추진위원장.
31. 인성교육의 허와 실(칼럼) -칼럼 중에서 일부 발췌하다-
천안교육지원청 교육장 / 이병도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워딩이 당면한 현실 앞에 무슨 의미가 있고 이념의 허구 앞에 사상누각이 되어 허물어져 가는 느낌이다. 우리는 역사가 없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야만족이라고 폄훼한다. 당연하다. 우리의 역사는 반만년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신화적이기도 하고 우화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간과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이기지심이 읽고 싶은 것만 읽고 쓰고 싶은 것만 쓰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는 것이다. 하여 우리가 지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전인적인 교육이거나 인성 중심의 효교육이 진개장의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병도
충남 서천 출신. 공주대 교육학 박사
전) 충남교육청 장학관 현) 천안교육지원청 교육장
32. 가정 윤리의 실종이 주는 경종 (칼럼) -칼럼 중에서 일부 발췌하다-
천안교육지원청 교육장 / 이병도
우리는 교육을 통하여 선(善) 지향적인 인간의 두뇌로 바꾸어야 한다. 부끄러움을 알고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 줄 알고 사양을 통하여 양보할 줄 알고 보다 겸손할 줄 아는 동물과 다른 가치관을 지녀야 한다. 본능과 이성이 병존하는 보편적 가치지향이 실종되어 가는 모습들이 우리를 아연하게 한다. 가정윤리란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국가 윤리는 나라가 나라다워야 하고 국민은 국민다워야 한다. 부모의 은혜, 자식의 도리가 실종되면 가정은 파탄 나고 가정윤리는 실종된다. 필자는 교육 현장에서 교육이 국가백년대계(國家百年大計)임을 되새긴다.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도 국가도 무너진다. 교육으로 가정을 지켜내고 국가를 지탱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혼탁한 세상에 맑은 물을 부어줄 수 있는 마중물이 절실하다.
이병도
충남 서천 출신. 공주대 교육학 박사
전) 충남교육청 장학관 현) 천안교육지원청 교육장
33. 사랑의 정의 31
溥根 / 최기복
작정 없이 떠난 길에서
우연이 만난 우연이
필연이 되어
길을 잃어버렸다
절망은 희망보다 한 수 위라는데
정수리에 와 박힌 햇살이
이토록 무거울 줄이야
흔적 없는 역사가
외로움일 줄이야
사랑을 사랑이라 말할 수 없는
벙어리 되어
침묵을 배운다
사랑을 팔아 사랑을 사는
사랑의 걸인(乞人)이 되어
돌아갈 수 없는 길 언저리에 앉아
그림자를 뒤돌아본다
필연이 되어 버린 우연을 본다
사랑은 우연도 필연도 아니다
거기, 그 자리
떼어 낼 수 없는
껌딱지다
溥根 / 최기복
시인, 논설위원, 효학박사, 충청효교육원 원장.
덕향문학 발행인, 시집 『풍경』, 칼럼집 『빛은 꺾이지 않는다』 외
34. 사랑의 정의 33 –늪지에서-
溥根 / 최기복
탄생의 비밀을 누설하고 싶어
찾아온 늪지
자궁의 하품에
달뜬 음성으로 흥얼거리는 허밍
욕망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노을은 붉게 타는데
식욕은 눅진거리고
눈빛은 사위어 간다
유린당한 유체는
소지(燒紙)의 재(滓)로 남고
그리움으로 새겨진 욕망의 잔해는 꺼질 줄을 모른다
향수로 얼룩진 늪지에
성긴 갈대가 원인 모르는 신열을 앓고 있다
치유가 불가능한 질환이다
지긋지긋한 열병이다
溥根 / 최기복
시인, 논설위원, 효학박사, 충청효교육원 원장.
덕향문학 발행인, 시집 『풍경』, 칼럼집 『빛은 꺾이지 않는다』 외
35. Memory3 中 제3부 [단편소설] -Memory3 중에서 일부 발췌하다-
소설가 / 노인기
범국민적 금 모으기 운동으로 겨우 위기를 넘겼다. 순전히 우리 국민의 자발적인 헌신에 의한 것이었다. 이것은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처럼 구제 금융을 받은 나라들이 꽤 많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처럼 빨리 IMF를 졸업한 나라는 일찍
이 없었다고 한다.
시대가 변하면 노래도 변하고 강산도 변하고 생각도 변하기 마련! 자동차산업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기술력이 하루가 멀다고 발전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엑슬하우징은 독립 현가 방식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승합차와 화물차에만 국한돼 있는데 그나마 승합차 생산은 이미 멈춘 지 오래다.
노인기
소설가, 덕향문학 제작국장,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중편소설 『포화가 피워낸 붉은 장미』, 에세이 『지난 기억』 외
36. 우크라이나의 봄 [단편소설] -우크라이나의 봄 중에서 일부 발췌하다-
소설가 / 노인기
러시아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시베리아의 찬 공기를 그대로 키예프 상공에 뿌려 놓은 것 같이 손등은 시리고 발걸음은 종종거렸다. 푸르렀던 가로수는 앙상해지고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햇살이 눈 부시다. 마른 가지는 햇살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했다. 아들은 그런 햇살을 보며 얼굴을 찡그린다. 막연히 꿈꾸던 도시의 태양을 그렇게 한없이 올려다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아버지가 흔들어 깨우듯 자신을 흔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부자는 모든 것이 낯선 거리를 약속이나 한 듯이 바삐 움직였다. 내년 봄이면 아들이 진학할 대학을 우선하여 들렀다. 정문에 들어서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사진으로만 보던 곳이 아닌가. 벅차기는 아버지도 매한가지다. 한마디로 감개무량, 가슴을 쓸어내리고 가슴을 부풀리고 또 쓸어내리기를 반복했다.
노인기
소설가, 덕향문학 제작국장,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중편소설 『포화가 피워낸 붉은 장미』, 에세이 『지난 기억』 외
37. 바람도 쉬이 그치질 않는다
강석희
풀잎 위로 이슬이 구르듯
아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어찌할 바 몰라
입 안에는 모래알만 버석거린다
무슨 영문인지 창 밖에는
바람도 쉬이 그치질 않는다.
강석희
시인, 변호사, 사진작가, 덕향문학 회원
사진시 1집 『너랑 걸어가니 좋다』, 사진시 2집 『시간 위에 그리는 그림』
38. 여왕의 걸음
강석희
그녀의 인생길은
울퉁불퉁 비포장도로
서러운 눈물에 질퍽이고
모질게 패이어 덜컹이고
야속타 하리다마는
먼지 풀풀 날리는 흙길을
종일 달리며 흘린 땀방울 모아
그 머언 우간다 땅에
고스란히 교회를 세워가니
하나 둘 셋...여덟...!
몸은 부서져가도
심장이 붉게 타오르는 것은
아이들 똘망한 눈망울이
심지 되었기 때문이리
심령에 값진 진주를 품어
세상살이 거침 없는 이 여인은
오늘도 흙먼지 날리는 길을
고고한 여왕처럼 걷는다
지긋한 눈빛으로
우아한 손짓으로
강석희
시인, 변호사, 사진작가, 덕향문학 회원
사진시 1집 『너랑 걸어가니 좋다』, 사진시 2집 『시간 위에 그리는 그림』
39. 호롱불 사랑
平心 / 홍원표
사랑은 등잔 밑
불빛만 할까?
자식 끼니 걱정하며
밤새 호롱불 밝히고
엄마는 불빛 아래
삯 바느질로 밤을 지새우고
볏짚으로 새끼줄 꼬아
가마니 짜며 밤새우던 아버지
장날이면 가마니 팔아
탁주 한잔에 콧노래 부르며
보리 쌀자루 들고 오면
햇반 찧어 주던 어머니
이순(耳順) 나이
호롱불 보고 있으면
정겹게 웃음 짓던 부모님 얼굴
그리움에 눈물이 나네
平心 / 홍원표
시인, 덕향문학 회원, 토목시공기술사
충청효교육원 운영위원, ㈜ 이산 부사장
40. 입춘(立春)
平心 / 홍원표
손님이 오시려나
늦겨울 따뜻한 햇살에
자지러진다
대문 앞에 누가 서성거린다
대길(大吉)이가 왔나 보다
아직은 잔설(殘雪)이 분분한데
밤새 얼마나 보고 싶으면
저리도 급하게 대문 앞에 왔을까
문 열고 나가 보아야겠다
문 앞에 선 날
대길(大吉)이 얼굴 내밀고
좋은 날
행복한 날
건강한 날
선물 한아름 앉고 들어오니
초록 새순이 꽃봉오리 껍질 벗고
붉은 매화 한 송이 피어오른다!
平心 / 홍원표
시인, 덕향문학 회원, 토목시공기술사
충청효교육원 운영위원, ㈜ 이산 부사장
41. 시낭송가의 꿈
木園 / 이수경
한 편의 시를 안고
무대에 올라서서
음악에 시를 얹고
낭랑한 목소리로
청중을
꼼짝 못 하게
감동으로 감싼다
책 속에 잠자던 시(詩)
깨워서 일으키고
시답지 않은 세상
시답게 살고 지고
오늘도
무대에 서서
낭랑하게 외친다
木園 / 이수경
시조 시인, 시낭송가, 덕향문학 사무국장.
효인성 강사
42. 벚꽃 사랑
木園 / 이수경
봄날에 아지랑이
살포시 춤을 추고
밤하늘 아기별이
창가에 내려오면
벚나무
성긴 가지에
점화하는 분홍 등
시인은 뒤척이고
밤잠을 설치는데
쓴 것이 지나가면
단 것이 온다기에
벚꽃 핀
길목에 서서
기다리는 내 사랑
木園 / 이수경
시조 시인, 시낭송가, 덕향문학 사무국장.
효인성 강사
43. 도도한 청개구리 (수필) -도도한 청개구리 수필 중 일부 발췌하다-
중안 / 조상진
군어일학 고고한 자태의 백로, 청둥오리의 무한한 새끼 사랑, 답답한 저수지를 뛰어오른 청개구리의 도도한 모습 등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반면에 미관에도 거슬리는 그물망을 높이 달아놓고 탁 탁 소음을 내며 공공의 호수 분위기를 방해하는 골프 연습장의 이기적 소인(小人)들과 비교도 되었다. 상업적 이익과 공을 때리는 기분에 빠져서 다른 사람들의 불편을 배려할 줄 모르는 행위 역시도, 우물 속에서 헤엄을 즐긴다는 개구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위인들이 청개구리 조형물의 의미와 그 도도한 모습과 용기를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중안 / 조상진
수필가, 칼럼니스트, 정치학박사, 덕향문학 회원.
군산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외래교수
44. 맨발 걷기 (수필) -맨발 걷기 수필 중 일부 발췌하다-
중안 / 조상진
황톳길의 시작점 입구에는 벗어놓은 신발들이 제멋대로 놓여 있는데 맨발 주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배의 안내에 따라 신발과 양말을 한쪽에 벗어놓고 맨발로 산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맨발을 맨땅에 내딛자마자 발바닥에서 불이 난다. 왜냐면 나뭇가지와 모래들을 우선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 속삭이듯 “선비군자가 꼭 이렇게 해야 하나....” 라고 자화자탄 하면서 앞을 보니 50미터 지점부터의 산길에서 빨간 황톳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입구에서의 따끔거리는 아픔을 참고 드디어 황톳길에 들어서니 발바닥의 느낌이 전혀 새롭게 전해 온다.
중안 / 조상진
수필가, 칼럼니스트, 정치학박사, 덕향문학 회원.
군산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외래교수
45. 늪으로 가자
影園 / 김인희
천륜을 외면하는 사람들로
하늘이 분노하고
산과 바다에 흩뿌린 폐기물로
땅이 오염될 때
푸른 별은 신열에 몸부림친다
생명을 잉태한 원시의 자궁
마른 고목을 품고 생수로 감쌀 때
풀무질로 불타는 용광로
말라비틀어진 혈맥
윤기를 잃은 가지마다
뜨거운 피가 솟구치고 꽃이 핀다
호흡 곤란으로 발작하는 대지여
찬연한 빛을 잃어가는 별이여
덫에 치여 상처받은 영혼이여
태초에 하늘과 땅이 열릴 때
치료의 백신으로 예비한 어머니의 태(胎)
늪으로 가자
수정처럼 맑은 공기를 뿜어내고
별빛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걷어내고
사랑으로 치유하는 시원의 오아시스
늪으로 가자
影園 / 김인희
시인, 수필가, 문학박사. 덕향문학 편집국장
수필집 『지금은 사랑할 때』
46. 절정은 없다
影園 / 김인희
정상을 향하여
신발 끈 질끈 묶고
지름길 에둘러
자드락길 따라 걷는다
한 걸음 걸을 때
두 걸음 멀어지는 별
발끝에 매달리는
작은 꽃과 작별하고
성긴 나뭇가지 사이로
빛나는 별을 찾아가는 길
그대에게 가는 나날이
내가 사는 이유인 것을
낙화가 두려워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별을 만나는 순간
러브스토리의 절정
히스토리의 끝임을 알기에
어제는 멀고
오늘은 낯설고
내일은 두려운 침묵의 시간
절정은 영원히 없다
影園 / 김인희
시인, 수필가, 문학박사. 덕향문학 편집국장
수필집 『지금은 사랑할 때』
47. 사랑의 선물
聖泉 / 김성수
깜짝 놀란 선물 이런 재능이 있었네
생일이라 한 주 전부터 축하해 주고
별일 없는지 안부를 물어주는 정성
선물 덕분에 누리는 기대되는 생일
매번 먼저 손 내밀어 주는 정성으로
생일날이 되면 기다려지는 소식들
언제부터 일까 생일날 받는 선물들
이렇게 기대하며 받는 날을 기대해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답장을 해주기만 해도 감사하다고
뭔지 알 것 같은 그 마음을 전해 듣고
감사 인사를 하며 서로 행복합니다
누군가에게 나도 이런 선물이 되어
하루를 기쁘게 한 주간을 행복하게
한 해를 돌아보며 새날을 준비하는
선물이고 싶다 찐 사랑을 주고받는
聖泉 / 김성수
시인, 건축가, 덕향문학 홍보국장
서해종합건설 부장.
48.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는 사랑
聖泉 / 김성수
없다고 이렇게 표가 날까
걱정 말라고 호언장담을 해놓고
정작 하는 게 없다는 것을 알았네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았네
그래 오면 잘해야지 이제부터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으면 이제부터 소중함을 알고
존중과 사랑을 다하는 진정한 사랑
긴 세월 그렇게 사랑으로 품어주고
얼싸안아 키워주셨는데 그 사랑을
이렇게 알아가니 그나마 다행이다
부모의 은혜는 말로다 못한다고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더 잘해야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거라 믿는가
항상 평생 함께하는 사랑하는 사이
더 잘하고 더 살갑게 사랑하는 의지
聖泉 / 김성수
시인, 건축가, 덕향문학 홍보국장
서해종합건설 부장.
49. 서각가의 꿈
윤창기
돌고 도는 운명의 수레바퀴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
걸어온 길 뒤돌아보니
황금빛 청춘은 시나브로 사라지고
윤기 잃은 나무판자 끌어안고 황혼을 바라본다
다시 걸어가야 할 여정
남아있는 생을 조각하는 일
심장에 스크래치로 남은 상처
뭉텅 잘라버리고
받은 은혜 깊이 새기고 어루만져
천년만년 간직하며 살아야지
제페토는
나무로 말썽꾸러기 꼭두각시를 만들고
나는
나무판자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서각은
죽은 나무에 꽃을 피우는 일이다
윤창기
시인, 서각 작가, 덕향문학 회원
천안발전협의회 회장, 원성2동 자치위원회 회장.
50. 원성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원사모)
장순철
원성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어깨에 띠를 두르고
천변 쓰레기를 줍는다
큰 돌을 에둘러 흐르는 물
작은 돌 사이 헤엄치는 송사리 떼
크고 작은 돌덩이
무엇하나 쓸모없는 것이 없다
봉투에 가득 찬 쓰레기
물살을 거슬러 춤을 추는 물고기
겨울의 골짜기를 건너온
햇살 한 줌
벚나무 나목에 걸터앉을 때
꽃눈을 품은 가지마다
연분홍 웃음 짓고 상춘객을 반긴다
장순철 / 기타리스트
덕향문예원 원장, 원성천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
충청효교육원 운영위원, 효인성강사.
51. 내 인생의 로또
명불허전 / 이은순
그 흔한 경품 추첨에도 꽝!
매주 초집중 긁는 로또도 꽝!
어쩌다 오만 원 당첨은
인생을 다 산 것 같은 희열로 가득~
다시 로또 1등을 기대하고 있다.
가지려고 할수록 빈주머니고
채우려고 할수록 공허하고
이기려고 할수록 뒤쳐지고
기대하려고 할수록 실망할 것을 모르고
나는 또 기대하고 있었다.
살다 보니
살다 보니
다 부질없더이다
주먹을 너무 세게 쥐면 삐져나오는 게
세상의 이치거늘
하늘을 우러러
탐욕을 다 내려놓고
숟가락 하나
동전 하나면 돼.
그게 내 인생의 로또지
명불허전 / 이은순
시인, 덕향문학 회원
어린이집 원장
52. 습작 같은 고독
명불허전 / 이은순
쓸데없는 자존심
개나 줄 시기심
공동묘지에나 묻을 아집으로 가득했던 날들
끼적여도
끼적여도
단 한 줄도 끝맺지 못한 습작 같은 인생
휴~우
먼 산 한번 흠뻑 훔쳐보고
까만 하늘 총총한 별을 헤이다 보니
뻥 뚫린 공허함이 하늘에 닿는다
터벅 터벅~
질질 끄는 슬리퍼 소리마저 거슬리는 골목길
하얀 담배 연기 내음이
구수한 된장국 내음이 될 리 없는데
오늘은~
오늘은 거부할 마음이 없네
텅 빈 가슴은 고독으로 닿는다
첫서리가 구슬피 우는 닭울음소리에 맺혀
똑~ 똑 옷고름은 고독으로 여민다
습작 같은 인생은 미련으로 차곡차곡 쌓여가고
끝없이 지독한 고독은
거부할 수 없는
한 편의 시(詩)를 낚는다
명불허전 / 이은순
시인, 덕향문학 회원
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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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2025년 원성천 시화전 편집원고를 탑재합니다.
문우님들께서는 개인 작품을 살펴주시고 수정할 사항이 있으시면
댓글을 남겨주시면 재편집하겠습니다.
원성천에 벚꽃이 아름답게 피어 향기를 뿜어낼 때
문우님들의 시꽃은 더욱 아름답고 향기로울 것입니다.
100만 상춘객의 가슴에 감동의 불꽃을 점화하리라 믿습니다.
편집실에서 홀로 문우님들의 작품을 매만지면서 기도했습니다.
편집국장 김인희 절.
문우님들 작품마다 프로필 사진과 약력을 기재했습니다.
본 방에 탑재한 원고는 프로필 사진을 생략했습니다.
파일 용량이 커서 탑재할 수 없었기에 사진 생략은 불가피했습니다.
모든 회원 약력은 동일하게 3줄로 맞추었습니다.
편집국장의 충심을 헤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7명중 1편 제출 회원 윤창기 장순철 님 25명은 2편 씩 편집되었군요. 모두 주옥 같군요
원성천의 벚꽃 축제장이 더 화사해 지겠군요
홍성도 회장님의 인사말씀은 조금 내용을 보강 바랍니다 천안삼거리에서 첫회를 시작 하여 원성천에서 3회 이번이 5회 째라는것 그리고 함께 글을 쓰고 싶은분들에게 드리는 메시지를 담아 주시면 ...전화번호도 사무국장 . 편집국장 . 회장님 번호로 적시해 주시면
말씀대로 수정했습니다.
살펴보시고 수정할 부분 있으면 다시 말씀하여 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편집국장.
이현애 시인의 요청으로
8. 연엽주를 빚으며 - 그리움으로
재편집했습니다.
다른 문우님들께서도 수정을 요청하시면 재편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