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익스프레스의 안 좋은 경험
농촌에 살면, 도시보다 e커머스 의존이 클 수밖에 없다. 마트는 멀고, 집에서 컴퓨터나 핸폰으로 필료한 것을 주문하면 집 앞가지 배달해 주기 때문이다. 주로 쿠팡을 이용해 왔으나 몇 년 전부터 동네 사람이 알리익스프레스가 싸다며 이용을 권했다. 쿠팡 물건도 많은 것이 중국산이라, 같은 중국산을 훨씬 싸게 살 수 있다는 논리였다. 작은 것부터 주문해 봤다. 싸기는 엄청 쌌지만, 완전 엉터리 물건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
첫 번째 엉터리 물건은 시계 무브먼트였다. 벽걸이 시계가 고장 나서 무브먼트를 직접 교체해 볼 생각이었다. 알리 가격은 1000원 조금 넘어 쿠팡의 1/3도 안 되었다. 벽걸이 시계에 맞는 무브먼트는 시계바늘 꼽는 장치의 길이가 중요했다. 알리를 못 믿어 길이가 다른 무브먼트를 2개씩 6개를 주문했다. 그러나 온 것은 시계바늘 꼭지가 가장 짧은 것만 6개가 왔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모두 집에 있는 벽걸이 시계와는 맞지 않아 못쓰게 되었다. 항의할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두었다. 시계 무브먼트는 버리지 못하고 지금도 갖고 있다.
두 번째 엉터리는 충전식 예초기였다. 농촌에서 여름철에 많이 쓰는 농기계의 하나가 예초기이다. 나 같이 초생재배를 하는 경우 더 그렇다. 예초기는 2개를 갖고 있다. 하나는 4행정의 등에 메는 배부식 예초기이고, 하나는 손으로 미는 긴 풀 예초기이다. 엔진 예초기의 일반적 문제는 가끔 시동이 잘 안 걸리고, 작업하는데, 힘이 꽤 든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충전식 예초기가 편하다고 권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충전식 예초기는 초생재배와 같이 풀이 억센 곳에는 못 쓴다는 말도 있고 하여 오래 고민하였다. 충전식 예초기는 가격도 만만치 않고 크기도 커, 샀다 버리기도 쉽지 않은 물건이다. 충전식 예초기는 거의 다 중국산이니 동네 사람이 알리에서 물건을 찾아보라 했다.
알리에서 충전식 예초기를 검색해보니 종류가 많고 가격도 무척 저렴했다. 중국이 배터리 강국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 성능과 가격 등이 괜찮은 충전식 예초기를 골라 주문했다. 가격이 68.700이고, 악세사리가 많은데다 고성능 배터리도 2개를 같이 주는 조건이었다. 물건이 왔는데 배터리가 예초기 본체에 끼워지지를 않았다. 규격이 다른 것을 보낸 듯했다. 아예 쓸 수 없어 환불 신청을 했다. 처음에 뜨는 것이 10% 부분 환불이었다. 이것을 안 한다고 했어야 하는데 어떨 결에 잘못 눌러 한다고 하였다. 아이고 잘못했네 하고 바로 전액 환불로 넘어가 신청하니 전액환불 해주겠다는 메시지가 떴다. 다행이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한 달이 넘게 연락이 없어 고객센타에 전화하니 본사와 연결해 주웠다. 본사는 이메일로 전액 환불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전액환불해주겠다는 메시지를 캡춰해서 보내줘도 답은 같았다. 10%로 환불로 종결된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전액 환불 메시지는 어떻게 된 것이냐에 대해 설명을 부탁해도 답은 없고 환불이 안 된다는 말만 반복 하였다. 시간이 아깝지만 알리의 하는 짓이 괘씸해 몇 번 더 전화하고 항의 이메일도 더 보냈지만 계속 같은 답이었다. 결국 환불은 못 받고, 시간 빼앗기고, 기분만 나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시는 알리익스프레스와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뿐이었다.
중국이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등의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졌다는 말이 많다. 그러나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하나인 알리익스프레스가 고객과의 약속은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만하는 것을 보고, 기업과 나라 전반의 신뢰 수준이 아직 형편없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기술만 갖고 나라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신뢰 수준이 뒷받침 못하면, 나라 전체가 쉽게 무너져 버릴 수 있다. 사회의 신뢰 수준은 민주주의와도 관계가 깊다. 이것이 현재 중국의 한계일지 모른다. 앞으로 중국이 더 발전하려면 기술굴기가 아니고 신뢰굴기를 해야 할 것 같고, 한국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알리익스프레스와의 거래는 운 좋으면 싼 물건을 살 수 있지만, 대부분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쓰레기까지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나처럼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알리익스프레스 많이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경험을 공유해야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글을 쓰게 되었다. 2025년 5-6월에 있었던 일이다. 관련 자료는 컴퓨터 속에 잘 저장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