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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土生涯量雨晴
시골생활 비와 맑음도 헤아리고 1)
亂時韜晦待晴明
피란에 실력 길러 때 기다리네. 2)
顔回簞食堪居梁
안회는 가난해도 들보 감당했고 3)
諸葛躬耕合實情
제갈량 밭 갈며 실정에 맞췄네. 4)
修德何能縻好爵
덕 닦으면 좋은 기회 따라오고 5)
看書不必願馳聲
공부로 이름 내려 할 건 없네.
請君踏罷蔞蒿處
그대여 쇠락한 곳을 가서보라, 6)
曾是紅塵紫陌城
옛날 도성 길에 먼지 날렸다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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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토(食土): 옛날 제후에게 내리던 식읍(食邑)과 같은 뜻이기도 하나, 여기서는 토속적인 식생활이나 시골생활을 말하니 지방생활에 익숙해지니 날씨도 대략 예측할 수 있다는 뜻.
2) 도회(韜晦):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줄임말로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이다.
3) 안회단사감거량(顔回簞食堪居梁): 안회는 공자의 제자, 단사는 초라한 식사, 감거량은 대들보가 되는 인물의 자리를 감당했다는 말. 안회는 한 대그릇의 밥과 한 바가지 물을 마시며(一簞食一瓢飮) 누추한 마을에 살았지만 즐거움을 잃지 않아서 스승 공자로부터 칭찬을 받고 수제자의 지도적 인물로 남게 되었다.
4) 제갈궁경(諸葛躬耕): 제갈량(諸葛亮/ 181-234)은 몸소 밭을 갈았다는 말.
5) 수덕하능미호작(修德何能縻好爵): 덕을 수양함이 얼마나 능한가, 스스로를 굳세게 하면 좋은 기회[벼슬]가 온다네. 미호작은 역경(易經 中孚卦)의 호작자미(好爵自縻)다. 호작은 높고 녹(祿)이 많은 벼슬 곧 행운과 좋은 기회를 뜻하고, 자미는 쇠고삐처럼 자신을 견제한다는 말로 덕을 수양하는데 스스로 노력을 다한다는 뜻이다. 이로서 자기의 덕을 닦으면 좋은 운명이 온다는 말이 된다.
6) 답파루호처(踏罷蔞蒿處): 답파는 답파(踏破)와 같이 직접 밟아서 끝까지 다 가서 경험함이고 누호처는 (옛날 번성했던 도시가 무너져 지금은 황량해진 옛터) 쑥대만 덮인 곳.
7) 홍진자맥성(紅塵紫陌城): 홍진은 번거롭게 흩날리는 세속의 먼지이고, 자맥(紫陌)은 도성으로 가는 그 교외이니 자맥성은 도성으로 가는 길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