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싸리나무
말씀
이는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 그에게 영광이 세세에 있을지어다(로마서 11:36).
묵상
한계령, 그곳에 싸리꽃이 피어있었다.
장맛비가 내리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사이 바람을 타고 구름이 몰려왔다 몰려가곤 하면서 한 폭의 수묵화를 만들어 낸다. 그 수묵화에 짙어가는 연록의 빛이 은은하게 깔렸고, 그 연두의 빛 속에 작은 보랏빛이 은은하게 퍼져있다. 싸리나무의 꽃이 그 보랏빛의 근원이었다.
싸리나무는 콩과의 식물로 흉년에는 구황식물이 되기도 했다.
봄에 올라오는 어린싹은 나물로 먹고, 씨는 갈아서 죽으로 먹거나 밥에 섞어 먹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용도보다는 줄기들이 이모저모로 우리의 생활에 많이 사용되었다.
싸리비뿐 아니라 싸리나무로 엮은 나지막한 담장에서부터 소쿠리를 만드는 세공재료로 많이 사용되었다. 그럴 뿐만 아니라, 열량이 높고 연기가 나질 않아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하던 시절에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그리고 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회초리였다.
오늘날에는 싸리가 구황식물로 사용되는 것도 아니고, 어린싹을 나물로 먹는 일도 드물고 우리가 사용하는 연장 중에서 싸리로 만든 것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싸리비 대신 대나무에 플라스틱을 달아 만든 빗자루가 사용되고 있고, 그 외에도 많은 부분 플라스틱이 싸리의 역할을 잠식해 버렸다. 물론 싸리뿐 아니라 자연을 이용한 다른 세공품도 마찬가지 신세가 되었다. 그만큼 그들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가면서 우리의 생활은 더 편리해졌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삶도 그만큼 더 행복해 졌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그들과 멀어진 만큼 우리의 삶도 퍽퍽해진 것은 아닌가?
인간이 편리하게 사용하던 플라스틱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미세플라스틱이 우리의 몸에 축적되어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이 되어서야 우리가 얼마나 무심하게 자연을 대했는지를 깨닫는다. 이미, 수많은 동식물의 삶이 플라스틱 때문에 무너질 때 그 위험성을 알았어야 했다.
자연에서 생활필수품들을 얻고, 그것들을 이용해서 사용하고, 다시 자연으로 온전히 돌아가던 시절의 이야기들이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도
주님, 자연에서 삶의 필요를 채움으로 주에게로 온전히 돌아갈 수 있게 도우소서. 아멘.
*싸리나무: 가지가 가늘고 부드러워서 바구니나 광주리 재료나 마당비, 울타리를 만드는데 사용하였다. 또한 흉년 때 구황식량으로 봄에는 어린싹을 나물로 먹고 씨는 가루로 만들어서 죽을 쑤거나 밥을 지을 때 섞어서 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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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절" 50가지 들꽃과 나무를 묵상하며, 창조주 하나님 안에 깊이 머물러 보길 소망합니다.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는 피조물 전체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때, 우리는 창조주를 기억하며
우리 주변에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생명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바라보아야 합니다.
9월 1일부터 대림절 전까지를 동방 정교회는 1989년부터, 가톨릭교회는 2015년부터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여 기념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에서는 9월 1일부터 시작되는 창조절 동안 하루 한 생명 씩,
총 50가지의 들꽃과 나무를 묵상함으로 창조주를 기억하며, 기후 위기 속에서도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지구와
그 안에서 우리와 더불어 숨쉬고 있는 생명을 보고 듣는 시간을 갖고자 ‘창조절 생태묵상 50’캠페인을 시작합니다.
50일 동안 창조주 안에 깊이 머물며, 그 안에서 들려오는 살아있는 말씀에 귀 기울이고,
생명 하나하나를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면,
나와 이웃을 이해하면서 지구를 지키고 돌보는 일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매일 한 가지씩 들꽃(혹은 나무) 이미지 묵상카드를 묵상하는 가운데 창조주 하나님이 우리 안에 심겨두신
살림의 씨앗을 싹틔워 세상을 살릴 힘을 더하여 주시리라 믿습니다.
우리 교회도 같은 마음으로 9월 16일(월)부터 주 5일(월~금), 50일 동안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에서
제안하여 제공하는 묵상자료(생태묵상 카드)를 하루에 하나씩 올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