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잃어버리다..
가을의 초입에 제법 어울리는 주제이고, 제목을 보시고 솔깃해 하실 여러분을 위해(?) 제 사랑의 짤막한 에피소드 몇 자 남길까 합니다.
제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려니 조금 샤이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만, 칼 아니 디지털 펜을 들었으니 쭉 써 내려가겠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30몇년 전 저는 약간 멍청한 끼를 풍기는 단발머리에 화장할 줄도 모르고, 나이트도 안가보고, 더욱이 미팅도 안해본 수줍음 많고 한마디로 뭘 잘 모르는 존재감없는 대학교 1학년 학생이었습니다.
여고시절 국어선생님 좋아서 혼자 뭐 바라보고 하는 정도는 해 봤지만 '사랑' 그게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웃음이 납니다^^)
그런데 제 눈을 사로잡은 남자선배 한 명이 두둥 나타났습니다!
그는 우리과, 우리동문 선배였고 저보다 두학년이 높았고 나이는 세살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군대를 가고도 남을 나이에 군대를 안 간 좀 특이한 3학년 선배였지요!
저는 정말 그 선배가 좋았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사람을 그렇게 좋아한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이유는..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너무 좋아서 그 선배가 나타나면 긴장 상태가 되어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고 곧 그 마음을 들키게 되었습니다.
유별난 제 친구들이 일조하기도 했지요.
"지금도 원망스럽다, 이 휘파람 잘 불던 과친구녀석들아!!"
(제 패거리는 여4, 남2여서 항상 재미있게 같이 우당탕탕 학교생활을 이어갔답니다^^)
선배만 지나가면 제 이름을 부르고, 선배를 불러세워 휘파람불고 저를 난감하게 하고..
곧 선배는 억지인지 뭔지 제게 고백을 했고 그럭저럭 데이트도 하고(거기에 그 두 남사친들이 따라 붙기도 하고...) 그러는 사이 이런저런 추억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 군대를 간답니다!!
'오잉? 그럼 난??'
세상이 온통 흙빛입니다..
그러나 갈 사람은 갑니다.
군대에 가서 몇 번 편지가 오가고 첫휴가 오고 잠시 보고 연락없이 두번째 휴가 오고 귀대하고..
그냥 연락 두절..
제대 후 들리는 소문에 다쳐서 6개월간 육군병원에 있었다 하고..
제대하고 저는 4학년이 되고 그는 3학년으로 복학하여 제 주위를 빙빙 돕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넌 아웃!!
그동안 저는 그 놈을 잊기위해 노력했습니다.
야속하고 미웠지만 잊혀지지가 않아 뭐라도 해야 했습니다.
저는 영타와 한타를 배웠습니다.
그 때만 해도 컴퓨터가 대중화되지 않았고 레포트는 손으로 써서 냈습니다.
저는 영타와 한타를 배우러 다녔습니다.
가만있기가 너무나 괴로웠으니까요.
여학생들이 급수를 따기 위해 매진할 때 저는 분노를 담아 영타와 한타를 쳐 댔습니다..
덕분에 저는 컴퓨터 세대가 도래했을 때 영타와 한타를 아주 잘 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ㅎㅎㅎ
저의 첫번째 실연(失戀)이야기입니다..
두번째 실연(失戀).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잊혀진다 했던가..
그렇습니다.
저는 그 첫사랑에 분노하며 딴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바로 제 남편이 된 사람입니다.
그런데 웬 실연(失戀)??
들어보세요~!
제 남편은 제 유별난 과 친구의 친구로, 소개로 만나 제법 연애를 했는데 자존심 때문에 서로 버팅기다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너무 괴로웠습니다..
'이 놈을 또 어째 잊지~?' 저에게 자문 하였습니다.
'그렇다!!
나 아직 수영을 못하지!!'
유레카~~!
저는 수영을 배우러 다녔습니다.
매일매일.
시간날 때 마다 레슨과 연습을 병행하며 주변에 모든 수영장을 섭렵했습니다.
귀에는 수영장 락스물이 마를 날이 없었고, 코에는 락스물이 줄줄줄, 기침으로 락스물을 뱉아내고, 못뱉는건 삼키고~~~
그 와중에 여자수영코치는 숨쉬기도 못하고 발차기도 못한다고 매일 저를 구박했습니다.
저는 그놈을 잊기위해 수영을 시작했는데, 이제 그 여자코치한테 구박 안받기위해 수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두번째 실연(失戀) 이야기입니다...
이후 저는 제게 강제수영실력을 준 남자와 다시 만나 결혼을 하였고, 이 실연(失戀)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구체적으로 한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저는 실연(失戀)을 극복하고 제 또래에 비해 영타와 한타를 좀 치는 사람으로, 수영장 수영은 좀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생각합니다.
'연애를 여러 번 더 했다면 사법고시도 쳤겠다'라고.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 때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이상은 저의 '사랑을 잃어버렸던 나' 이야기입니다.
가끔 '사랑을 잃어버린 나'라는 노래를 듣게 되면 저는 그 시절 이야기를 생각하며 혼자 웃음 짓습니다.
나이가 조금 들고 나니 이런 추억 정도는 말해도 되지않을까 싶어 글 쓰게 되었습니다.
이 가을!
여러 분의 사랑도 익어가고, 실연(失戀)은 하시지 않길 바라며, 내내 깊고 아름다운 사랑들 하시기 바랍니다~!!
아!! 혹시. 진짜. 만에 하나.
실연(失戀)하셨다면 저에게 물으세요.
"뭘 좀 배울까요~?"하고^^
첫댓글 ㅎ 옛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현재의 남편 얘기까지..
재미납니다~
발전적인 사랑을 하셨네요.
정윤님의 성격이 보입니다.
이쁜 사랑 쭈~욱 이어가시길~ㅋ ㅋ
ㅎㅎ웃기지요~
저는 제가 쓰면서도 그 바보같았던 첫사랑과 멍청했던 저의 20대를 생각해보면 그냥 웃음이 납니다.
많이~하하하하
@정윤 누구나 젊은 20대를 떠올리다보면 바보같고 부질없었다...생각할테지만 그 시절엔 절절하고 애틋했을거라 생각됩니다.
열정적이었던 그 시절이
저도 가끔 떠오르기도 하고 그 시절의 나(?)가
그립기도 하구요..
언제나 꿈꾸게 하는 사랑 이란 단어...
@김여진 꿈꾸지 않으면 사는게 아니라 하데요~
그러나 가끔만 꾸시길^^
아....나의,,추억의첫사랑
오라비는 지금 어디서 무얼하며 살고, 있을까요?
군대보내고 ....그뒤로 진짜 편지 몇번 오고가더니
자연스래 연락이 끈김요~~
정윤대장님 글 보면서
그때 그사람 생각이 스윽 내머리속을 스쳐갑니다~~
추억돋는
옛..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저는 첫사랑이 무얼하고 어디사는지도 다 알아요ㅎㅎㅎ
휘파람쟁이 동창녀석들이 철철이 알려줍니다~~
제발 그만~~!!
야단났습니다
정윤님의 첫사랑 얘기에 감동받아 뭇사람들이 못다한 첫사랑 이야기를 공모전에 도배를 할듯해요~~~^^
네, 저만하면 불공평하니 여러분들도 이 대열에 펜들고, 아니 손가락을 펜삼아 참전하길 바래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지금은 재미로도 쓰겠는데 그 때는 뭐 나름 심각했습니다~ㅎㅎㅎ
ㅎㅎ 재밋습니다.
그래도 두번째 실연은 성공한 실연이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인듯 하네요.
첫 번짼 연습 게임
두 번짼 본 게임이라 어쨋든 성공한듯 하네요~ㅎㅎ
지금은 쓰고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 하는데 그 땐 나름 심각했던 이야기랍니다.
쓴다고 썼는데 재밌었다니 다행입니다~
울
정윤운영자님
연애사
감동적이네여...ㅎ
글 엄청 좋고
실력도 데길이고
예상 밖이네...ㅎ
역시
최고입니다.
좋은하루되세요!!!
@띨빵 감사합니다!
연보 만드는 글 모으시느라 수고 많습니다~
여성분이 첫사랑의 실연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오픈하시는 용기와 순수하심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저에게도 이와 비슷한 첫사랑의 실연이 있어
마음 아리게 즐감했습니다
네 즐겁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지나가니까요,
그때도, 지금도~^^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는
속담이 생각나게 만드는 실연 이야기
보기애는 부드럽게 보이지만
열 받으면 앞만 보고 달리는
정윤님의
정열적인 연애사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성분들에게 함부러 했다간
큰 코 다치겠다는 마음이 드네요
ㅎㅎ한품은 얘기는 없는데~~
즐거운 하루되세요~!
영타 한자타 어려운코스 수영실력까지 고루 갖춘
대학생활 성장기
잘보았읍니다
고맙습니다
아, 맞네요,,
저의 성장기였네요~
감사합니다~!
타인의 연애이야긴 언제 들어도 설래고 안타깝고 재미납니다.
좀 서툴고 미흡한들 그 뜨거운 열정을 누구나 다 가지고 살고 있을겁니다.
서로 챙겨주고 보듬어 주는 카페가 되길 희망해 봅니다. ^^
그렇지요~
지나간 추억이고, 누구에게나 있을 법 한 일들.
함 써 봤습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우리정윤님의 첫사랑의
가슴아픈 이야기 동감 합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첫사랑
애듯하게 끝났네요
첫 사랑읏 이루어 지지 않는데요
두번째 사랑이 온전체라 다행
입니다 ~
그러게요,
대장님도 글 쓰셨는데 저도 써야겠기에 한번 써 봤습니다~^^
순수하고 풋내나는 사랑 얘기
잘 읽었습니다
내사랑도 뒤돌아 보게 되네요
출근길에 미소 지어봅니다
건행!!!!!
감사합니다, 미란님 친구분들과의 추억담에 힘 입어 한번 써 봤습니다^^
가히 아름다운 글
공모전에 빛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실연 글도 재밋게 적는 글솜씨가 대단하네요.
감사합니다~!!^^
남의 연애사는 언제 들어도 귀 솔깃에
재미까지 더해지고~~
정윤님의 학교생활 야기에
나의학교 생활도 새삼 생각케 해주고
남포동도 생각나고ㅋㅋ
암튼 옛추억을 더덤더덤게 해주고
정윤님의 연애사 짱임다욤
감사합니당^^
남포동의 그 시절 이야기들.
기억 속에 가득하죠,,
데이트하면 남포동이었죠~~
언제 남포동 얘기 한번 나누어요~^^
@정윤 ㅎㅎ포동포동 남포동이군요~한때는 만이 싸돌아다닛는데ᆢ 즐감예^^
@테리 장난아니였죠~
남포동!
저도 참 구석구석 많이 돌아댕겼죠^^
글 넘 재미있구요
참 잘 썼네요 ㅎ
어디에 투고해도 될 듯 합니다.
부러운건
1.첫사랑에게 고백을 받아낸거(전 못했거든요 ㅠ)
2.현재의 남편이 된거(이것도 못함 ㅠ)
3.지금도 휘파람부는 친구들이 있다는거(이것도 없음 ㅠ) ㅎㅎ
아름다운 추억과 사랑
넘넘 부럽네요ㅎ
1번은 차라리 짝사랑으로 끝나니만 못해 괴로웠으나 그리 알아주시니 고맙고요.
2번은 음..
예예, 중간생략ㅎㅎㅎ
3번은 두 남사친 중 한명이 남편의 친구이니 끊을래야 끊어지지 않는 관계!
기분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참 묘한 인연 이군요
두번째 사람과 헤어지고, 그이후
그 사람과 다시만나 수영을 배우고
다시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로 맺어졌군요
사람들 마다, 사랑의 추억들이 있는 것이죠
젊음의 시절로 되돌아 보는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젊은 시절의 이야기.
이제는 추억이니 적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는
요즘
욜씸히
금정산을
오르락
내리락
혼산하니
머리가
더복잡
ㅋ
저는 날씨 좋아서 너무 걷고 싶어요~
그런데 혼산은 가끔하시고 서너명 모다서 다니셔요~~
@정윤 죤코스
다
다니뿌서
손님모시기가
거시기함돠 ㅋ
@희 웅[喜雄] 넵! 조만간 뵈어요,,길에서^^
@정윤
정윤님 글이 이 가을초입에
너무너무 재미있고
심쿵하게 하네요.
그런 사랑의 추억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부자일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 늘 설레이는 말이지요~
재미있고 심쿵했다하니 다행입니다^^
맛갈나는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기억의 저편에 있는
달콤한 첫사랑의 아련함이 새록새록.
저도 운우님 글 애독자입니다~!
즐겨 읽어주셔 감사하고, 다리는 좀 괜찮으신지 안부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