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춘천퀴어문화축제 개최 알림 및 장소 불허 규탄 기자회견문>
퀴어가 뿌리내렸네!
안녕하세요, 춘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입니다. 9월 12일, 이 자리에서 제4회 춘천퀴어문화축제의 개최를 선포합니다.
지난해 6월,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에 걸맞지 않은 성소수자 혐오발언이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동성애 축제니, 퀴어 축제니 그런 것은 절대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라는 그의 발언은, 그러나 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습니다. 춘천퀴어문화축제는 올해로 4회째, 춘천에서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으며, 매년 200여 명의 참여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춘천뿐 아니라 전국 수많은 지역에서 퀴어문화축제는 계속하여 열리고 있으며, 그를 통해 성소수자가 지금 이곳에 존재함을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성소수자의 존재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거나 허락을 받아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혐오하고 배제할 권리’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혐오하고 배제되어야 할 것은 오직 혐오와 배제 그 자체입니다. 이미 춘천, 전국, 전 세계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고 있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그렇기에 그릇되고, 결국에는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춘천퀴어문화축제가 춘천시에서 매년 장소 허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그러한 차별과 분명 닿아있습니다. 모든 시민에게 개방되어야 하는 공원임에도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성소수자는 ‘시민’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또 하나의 배제를 드러낼 뿐입니다.
조직위원회는 올해도 의암공원을 사용하기 위해 공원사용 신청서를 녹지공원과에 제출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당부서는 이번에도 신청을 불허하였습니다. 춘천퀴어문화축제가 지난 축제에서 상행위를 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공원 내 상행위와 관련하여 법제처는 “도시공원의 관리에 현저한 장애가 되지 않으면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퀴어문화축제에서의 부스운영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운영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리에서 진행하는 일시적 행위이기에 도시공원관리에 현저한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축제에 참여하는 부스는 소수자 인권증진에 이바지하는 부스이기에 공공의 이익에 부합합니다.
비영리단체, 인권단체,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가 지지와 연대의 부스를 꾸리고 참여자와 상호소통하며 서로를 후원하는 과정을 단순 상행위로 규정할 수 없습니다. 만에 하나 상행위가 성립된다고 하더라도 춘천, 아니 전국 각지에서 시시때때로 진행되는 프리마켓과 같은 상행위를 폭넓게 허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결국, 춘천시는 법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허한 게 아니라, 춘천시의 판단으로 퀴어문화축제를 불허·차별한 것입니다.
우리는 성소수자를 향한 춘천시의 차별행정을 규탄하는 바입니다. 퀴어문화축제가 춘천에 발붙이고 있으며 성소수자가 지금 이곳에 존재함을 춘천시가 받아들이는 그 날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춘천시에 이의를 제기할 것입니다.
제4회 춘천퀴어문화축제는 2024년 10월 19일 토요일에 춘천 낙원문화공원(제2호문화공원)에서 개최됩니다. ‘연대’라는 기치 아래,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와 앨라이(지지자)를 위한 만남과 평화의 장을 열어보려 합니다. 이번 축제의 슬로건은 ‘퀴어가 뿌리내렸네’입니다. 올해 춘천퀴어문화축제는 수많은 연결과 연대 속에서 퀴어가 춘천에, 전국에, 전 세계에 발을 붙이고 있음을, 뿌리내리고 있음을 다시금 세상에 알리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축제, 혐오하고 배제하지 않는 축제,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축제를 열어낼 것을 약속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제4회 춘천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다시금 선포합니다.
2024년 9월 12일
춘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X 소양강퀴어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