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깨어 있어라!
“내일”이라고 말하지 말라.
많은 내일들이 왔다가 가버렸다.
조심하지 않으면, 어느새
나무 심는 철이 지나가리니.
<루미지혜>
둥글레(마을인생, 작은집)에서 여섯시에 나옵니다. 집에 돌아와 탐라수국 꽃망울 터진 것을 보니 놀랍습니다. 담벼락밑에 난 풀들도 그러네요. 뜨거운 물 한잔 들고 가만히 앉습니다.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물을 따라 가다가 길을 잃습니다. 그러기를 몇 차례.
아침명상 마치고 열한시에 마을인생학교 3차순례 일꾼들과 함께 합니다. 빛나는, 남현, 승희, 다정과 함께 마음모으고 순례단 첫 만남. 유월 초사흘 점심밥모심 후 출발해서 칠월 초닷새에 돌아오는 여정입니다. 특히 마을인생동무들과 도서관일꾼들 그리고 청년(남현, 승희)가 함께 하는 순례여서 가볍고 든든한 칠백킬로미터여정일 것 같아요. 남현과 승희의 밝은 에너지가 큰 힘이 됩니다.
열두시 사십분, 오늘은 맞이모임시간을 십분 당겼어요. (한시에 농촌활성화센터 사무국장과 팀장의 방문이 있어서) ‘죽음, 가장 큰 선물’ 헨리 나우웬의 글을 윤독합니다.
‘제1부, 잘 죽기, 가슴 가까이로’ 어린 시절에 우리는 인생의 의미를 가르쳐줄 부모, 교사 친구 들이 필요했다. 자라서 어른이 된 지금은 스스로 인생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자신이 지식의 원천으로 되어야 하고, 삶과 죽음에 관한 말을 해도 그것이 우리 자신한테서 나오는 것이어야 한다. 위대한 사상가들과 성자들이 죽음에 관한 글을 많이 남겼지만 어디까지나 그분들의 생각이다.
한시에 사랑어린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오하이오, 신난다, 두더지, 영주, 중정, 해리, 자허, 지영, 구정.
마루인 두더지께서 수첩을 펴시고 그동안 순천시 농촌마을활성화지원센터 사무국장을 만난 일부터 이 자리가 마련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시고 두바퀴, 그리고 말하지 않은 이들한테 한번 더 손을 잡게 하셨습니다. 저마다 생각한 바를 이야기했지요. 농촌마을활성화지원센터와 어떤 일, 형태가 되든 해 보기로 하고 만남을 이어가기를 합니다. 저는 ‘엉성한 조각보’생각이 났습니다. 저마다 품고 있는 조각들을 찾아내고, 그것으로 실과 바늘로 연결하여, 얼기설기 엮어내는 엉성한 조각보. 전체그림을 상상하는 힘이 중요하겠지요.
이어 두시, 농촌마을활성화지원센터과 관련한 일에 관심을 가지거나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두더지, 오하이오, 해리, 자허)이 유순재사무국장, 이영미 마을팀장과 풍경소리방에서 만났습니다. 두더지께서 풀무(교육)를 중심으로 한 홍동지역을 말씀하시고 유순재사무국장은 그 뜻을 받은 듯 보였습니다. 앞으로 해리가 농촌마을활성화지원센터와 관련된 일을 맡기로 했다고 마루께서 말씀하시고 해리는 즐겁게 해 보겠다 하시네요. 이후 펼쳐질 일들에 마음모습니다.
네시 마무리모임 전에 이야기방에서 영주, 지영, 승희 청년들과 민들레, 신난다, 보리밥, (멀리서 구정)이 즐거운 시간을 잠시 가졌어요. 하하오오.
마무리모임의 힘을 느낍니다. 하루를 열고닫는 일상이 주는 개운함, 알아차림을 잘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곱시 도서관 살림모임. 향원, 빛나는, 구정, 간송, 자허.
오늘은 마을인생학교흐름, 관옥나무도서관 숲으로 되는 날, 사랑어린마을배움터 20주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달에 한번은 깊이 생각하고 나누는 자리로 살림모임을 꾸려보자했는데 오늘 자리가 그런 자리의 시작이 아닐까 싶네요. 마을인생학교 순례가 우리는 설레게 합니다. 유월 일꾼대화 모임은 순례지에서 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지요.
우리들한테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향원살림꾼도 고맙고, 그 어려운 일들을 천천히 해 나가고 있는 구정도 고맙고, 마을인생의 갈래갈래를 잘 이어가고 있는 빛나는도 고맙고, 간송도 이래저래 고맙고, 또 순천을 며칠간 떠난다하니 건강하고 맑은 여정이길. 여기 있는 우리들도 그러하길.
오늘도 둥글레로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