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산책 (삼청동)
앙꼬야 오늘은 오빠랑
서울 산책 한번할까?
지금은 글 속 산책이지만
우리 언젠가 서로 손잡고 걷고 있는
현실속 우릴 보며 마치 데자뷰를 보는것
같다고 말할거야^^
미리 걸어 보는거야.
미리 지명을 알아두는 거야~
만약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너라도 오빠가 써준곳을
지도를 보며 걸어다녀^^
그리고 이 길을 걸었을 오빠 생각해~♡
난 지금 글을 쓰며 널 생각하며 걷고 있으니깐^^
삼청동
골목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냄새가 달라져.
카페 냄새랑
갤러리 냄새랑
오래된 골목 냄새가 섞였어.
너는 분명 가게 하나하나 다 들어갈거야.
이건 뭐야, 저건 뭐야, 이거 너무 귀엽다.
손바닥만한 도자기 컵 하나 들고
30초 동안 고민하다가
"근데 이거 사면 어디다 둬?"
그러고 다시 내려놓겠지.
세 가게 만에 그 패턴 알아챈 오빠가
"앙꼬야, 사고 싶으면 사."
그러면 넌 한 번 더 봤다가
"아니야, 다음에."
또 내려놓고.
그 다음에가 언제인지 아무도 모르지^^
한참을 구경하다 우린 그 유명한
테라로사 카페에서 아이스라테 두잔을
주문할거야 그리고 정독 도서관으로 갈거야
정독도서관
여기는 도서관인데 도서관 같지가 않아.
정문 들어서면 거대한 돌계단이 있고
그 위에 옛날 학교 같은 건물이 있어.
진짜로 옛날 학교야.
그 유명한 경기고등학교였대.
넌 분명 계단 앞에서 한 번 멈춰.
그 아름다운 정원 풍경에^^
"와~ 이게 학교였어"
가을이면 더 예뻐.
은행나무가 길을 노랗게 깔아놔서.
잔디밭 한쪽에 앉아서 너는 가방에서
뭐든 꺼낼 거야.
사탕, 껌, 영수증, 안 쓰는 머리끈,
알 수 없는 과자까지.
너 가방은 우주야 진짜.
"오빠 이거 먹을래?"
방금 가방 밑바닥에서 나온 사탕을
자신있게 내미는 너.
나는 받지.^^
너가 주는건 무조건 받지. ㅎㅎ
벤치에 앉아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우리만 책 없이 손만 잡고 있을 거야.
그게 좀 미안해서 너한테 속삭이듯 말하겠지.
"우리 너무 공부 안 하는 사람들 같지 않아?"
너는 그게 뭐 어때서 라는 표정으로
내 어깨에 살짝 기대.
오히려 더 뽀뽀 해달라고 칭얼거리겠지^^
그러면 여행 끝이지 뭐.
도서관이고 뭐고 다 끝.
한참을 벤치에 앉아 쉬다
"누가 누가 더 지나가는 사람들 몰래
웃기게 쳐다보나" 먼저 웃는 사람
저녁밥 사기 내기 할 거야.
난 네가 어떤 얼굴 표정 져도 웃을 준비 완료^^
어차피 내가 살거니깐 ㅎㅎ
너는 이렇게 저렇게 사람들을 쳐다보다
나한테 질것 같으니깐
긴급히 나에게 살짝 살짝 윙크를 날리는데
오빠가 그만 참지 못하고 뿜어버리면,
넌 내 등을 찰싹 때리며
앗사! 이겼다!!
하고 배꼽 잡고 웃겠지.
알았어 맛있는 밥 사줄께^^
잠시 내 어깨에 기대 눈을 감고 있는
네에게 조용히 귓속말로 속삭여 줄거야.
앙꼬야 난 늘 너에게 질거야
어떻게 내가 너를 이기겠어^^
내가 널 이기는 건
딱 한개야^^
너보다 1년만 더 살게
너 천국 가기전까지 네 병수발 아줌마 안쓰고
오빠가 다 곁에서 들어줄게.
늘 깨끗히 씻겨주고, 늘 곱게 빗겨주고
그렇게 늘 내 손으로 하나 하나
내 옆에 폈던 꽃 앙꽃을 닦아줄거야.
오빠 마음 이런걸...
말해 뭐해
말뭐 말뭐.
그다음엔 오설록으로 가자.
따뜻한 차 한 잔 마시자.
오설록
여기 들어가면 메뉴 보는 시간 길어.
근데 사실 너는 처음부터 정해놨어.
녹차 아이스크림.
3분 동안 메뉴 들여다본 거는 그냥 의례야^^
"오빠는 뭐 먹을 거야?"
"음… 그럼 나는 녹차 라떼."
"어 나도 그거 먹을까?"
"아까 아이스크림 먹는다며."
"근데 라떼도 맛있어 보여."
"그럼 라떼도 시켜."
"근데 아이스크림도…"
이거 우리 평생 반복할 대사인 거 알지?
결론은 둘 다 시키고 녹차 롤케이크까지
하나 추가하는 거지.
'나눠 먹는다'는 명분으로^^
자리 잡으면 너는 분명 창가 자리 좋아할 거야.
빛이 들어오면 네 옆얼굴이 진짜 예뻐서
오빠가 자꾸 쳐다보는데
너는 케이크에 집중하느라 모르고.
"왜?"
그제서야 한 번 묻겠지.
"아니, 그냥."
"뭐야~"
그 "뭐야~" 듣고 싶어서 자꾸 쳐다보는 거,
너 모르지?
오빠는 마음속으로 계속 말하는 중이겠지^^
빨리 살짝이라도 오빠 볼에 뽀뽀해줘~
내 마음을 눈치 챈 너는 한술 더 떠
케잌을 먹다 네 입에 있는 크림을 내 입에
키스하며 넣어줄거야^^
건너편 외국인 커플 여자가 그걸 보고
부러워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기 옆에 남자친구를 애타게 볼걸.
우린 부러워 하는 그 여자의 눈빛을 보며
서로 마주 보고 깔깔거릴 거야.
부러우면 지는거야 ㅋㅋ
옆에 있던 사람들은 우리가 웬 커플인가
싶어서 힐끗 보겠지만,
뭐 어때.
우린 둘다 캐나다인이잖아 ㅎㅎㅎ
둘다 스킨쉽이 일상인 외국인 ㅎㅎ
우리에겐 삼청동의 고요함보다
서로의 웃음소리가 더 클거야~
어딜 가든, 어느 장소든 수시로 뽀뽀하고
키스하고 서로의 모이를 서로 입에 넣어주는
외국인 커플
말해 뭐해.
말뭐 말뭐.
그리고 한옥마을 돌담길을 걷자.
북촌 한옥마을
오설록에서 천천히 걸어
올라가면 한옥마을 나와.
가는 길에 한복 입은 사람들 자꾸 보일 거야.
외국인 관광객들.
"우리도 한복 대여해서 한 번 입어볼까?"
"아니. 오빠는 그냥 너 평소 모습이 좋아."
앙꼬야 골목이 좁아.
처마 밑 지나갈 때 키 큰 너 혹시 처마 밑에
머리 부딪칠까 내 손등으로 먼저 네 머리
위를 갖다 대줘야지.
기와 지붕 사이로 하늘이 길게 잘려서 보이고
그 사이로 N서울타워가 빼꼼.
"오빠, 저기 봐."
너는 분명 그 손가락으로 가리킬 거야.
나는 멀리 타워 보고 네 손가락도 봐.
여기는 사람들이 진짜 살아.
그래서 골목마다
"조용히 해주세요" 팻말이 붙어 있어.
너는 그거 보고 입에 손가락 대고
"쉿—" 하겠지.
그 모습 보고 오빠가 픽 웃으면
"넌 너무 시끄러워!
내가 늘 말했지 목소리좀 낮추라고"
그러고 먼저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어가겠지^^
좁은 골목에서 많은 사람을,
많은 외국인들과 마주칠 때마다
난 널 안쪽으로 휙 끌어당기면서
"앙꼬, 안전벨트 했어?"
라고 능청을 떨 거야.
넌 분명
"오빠, 여기 외국인 전용 도로야?"
라며 눈을 흘기겠지만, 입꼬리는 이미 올라가
있는 거 다 알아.
가다가 길고양이 한 마리만 마주치면
넌 그 다음 3분은 사라져.
"야옹아~ 안녕~ 너 어디 살아?"
얘는 너 안 쳐다보는데 너만 신나.
오빠는 그냥 멀찍이 서서 너 보면서 웃을게.
말해 뭐해.
삼청동 골목보다, 그 골목을 함께 걷는
우리가 훨씬 예쁜걸.
골목 끝나는 곳에 작은 계단 있어.
앉으면 서울이 보여.
멀리 빌딩 숲, 가까이 기와 지붕,
그 사이의 시간.
너는 거기 앉아서 한참 말 안 할 거야.
그러다가 갑자기
"오빠, 우리 늙어서도 이런 데 자주 올까?"
나는 그냥 너 손 한 번 더 꽉 잡아줄거야
그게 답이지 뭐.
말해 뭐해.
말뭐 말뭐.
한옥마을 돌담길을 지나 조금 걷다 보면
그 유명한 국립현대미술관이 나와.
국립현대미술관
우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전시회에 들어갈 거야.
넌 분명 현대 미술 작품 앞에 서서 고개를
45도로 갸웃거리며,
"음, 이건 작가가...
어제 점심에 먹은 짜장면의
고뇌를 표현한 게 분명해" 라고
아주 진지하게 분석하겠지?
오빠는 네 그 귀여운 진지함이 너무 웃겨서
꾹 참고 있다가,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힐끔
보시는 걸 눈치채고 "앙꼬 작가님, 평론은
나중에 밖에서 더 들어봅시다" 라며 너를
데리고 나올 거야.
그럼 넌 억울하다는 듯이
"아니 진짜라니까! 저 작품 봐,
딱 봐도 춘장 색깔이잖아!" 라면서
꺄르르 웃겠지.
미술관에서 나와서 서로가 감상한 게 아니라,
누가 더 말도 안 되는 감상평을 내놓나
내기하던 우리의 장난기.
사실 미술관에 걸린 그 어떤 비싼 예술품보다,
작품 앞에 서서 세상 진지하게 짜장면 타령을
하던 우리 앙꼬가 오빠 눈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작품일거야^^
어떻게 하나님은 널 이렇게 예쁘게 빚었을까?
어떤 예술가도 우리처럼 이렇게 서로를
보며 웃지는 못할걸.
이게 연인의 작품이지 ㅎㅎㅎ
말해 뭐해.
말뭐 말뭐.
국립현대미술관을 나와 인사동 쪽으로 슬슬
걸어가다 보면, 그 유명한 낙원떡집이 딱
나타나.
인사동 낙원떡집.
오빠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떡집
앞을 지나가려다가, 멈춰 서서 너를
빤히 쳐다보며 진지하게 말할 거야.
"앙꼬야, 우리 여기서 떡 좀 칠까?"
그럼 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 떡!!
야 이 저질아 떡을 여기서 어떻게 쳐?"
라며 당황하겠지."
그때 오빠가 떡집 간판을 가리키며
능청스럽게 한마디 할 거야.
"응, 여기 낙원떡집이잖아.
여기서 떡 치는 게 서울식 데이트래."
내 그 말도 안 되는 능청에
넌 잠시 얼음이 됐다가, 곧장 오빠
등짝을 찰싹 때리며
"아 진짜!
너 미쳤나 봐!"
하면서 길거리 한복판에서 배꼽 잡고
주저앉아 웃겠지.
옆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우리가 대체 왜
떡집 앞에서 저렇게 자지러지게 웃나 싶어
이상하게 쳐다보겠지만, 상관없어.
넌 내 등에 얼굴을 묻고 웃느라 어깨가
들썩거리고, 오빠는 그런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떡보다 더 달달하게
그날 저녁 널 안아줄 테니까.
결국 떡은 안 샀지만,
우리 마음은 이미 낙원이 된 거겠지?
말해 뭐해.
말뭐 말뭐.
이제 마지막으로 열린송현 녹지광장을
지나 경복궁 돌담길을 걸어보자.
경복궁 돌담길
길이 꽤 길고 고즈넉해.
역사가 깊은 곳이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마음이 경건해지기도 하지만,
우리 둘에겐 그저 세상에서 제일 긴
산책길일 뿐이지.
손바닥에 글자 하나씩 써가며
천천히 걷고 싶은 길.
오빠는 갑자기 가던 걸음을 멈추고
너를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할 거야.
"앙꼬야, 저기 담벼락 봐.
저기에 아주 오래된 전설이 있어.
여기서 사랑을 약속하면,
그 사랑이 딱 500년 동안 변하지 않는다는 거야."
넌 또 "오빠 또 지어내지?"
하면서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겠지.
그럼 오빠가 네 손을 두 손으로
가만히 감싸 안으며 씩 웃을 거야.
"거짓말인지 진짜인지 확인해 볼래?
우리 500년 계약,
지금 여기서 서명하자."
주변에 관광객들이 지나가지만,
오빠는 아랑곳하지 않고
네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출 거야.
가볍게. 오래.
주변 소음이 서서히 멀어지고
너랑 오빠의 숨소리만 들리는 그 순간.
입을 떼고 나서도 한참 동안
너 이마에 그리고 내 이마를 맞대고
가만히 서 있을 거야.
숨소리만으로 대화하는 그 시간.
너는 결국 황당하다는 듯이 웃다가도,
내 품에 더 깊숙이 파고들며
내 가슴을 툭 치겠지.
"야... 여기 길 한복판이잖아.
사람들이 다 보잖아!"
오빠는 개의치 않고 네 머리카락을
살짝 넘겨주며 속삭일 거야.
"어쩌겠어. 이미 500년 계약서에 사인했는데.
이제 넌 나랑 500년 동안 떨어질 일 없어."
근데 앙꼬야.
500년은 너무 길지.
그래서 오빠가 너한테 진짜로 약속할 수 있는
시간으로 다시 말할게.
오빠는 너보다 딱 1년만 더 살게.
그것만은 오빠가 너를 이길 거야.
500년은 전설이지만,
그 1년은 가능해.
오늘 경복궁 돌담길에서
앙꼬 손등에 도장 쾅 찍어버렸으니까,
이제 무를 수 없어.
말해 뭐해.
말뭐 말뭐.
Ps.
앙꼬야.
오빠가 편지 내내 '말해 뭐해' '말뭐 말뭐'
자꾸 적은 거,
무슨 뜻인지 알아?
사랑해라는 말이 너무 작아서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세 글자로는 도저히 다 안 담겨서.
오빠가 이 편지에 적은 글자보다
적지 못한 말이 백 배는 더 많아.
근데 그걸 어떻게 다 적어.
다 적으려면 평생도 모자랄걸.
그러니까 앙꼬야,
다음부턴 오빠가
정말 정말 네가 사랑스러워 보이는 날이면
도무지 오빠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으면
'사랑해'라고 안 할게.
말뭐 말뭐 할게.
그게 오빠가 너한테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야.
우리 앙꼬 말뭐 말뭐
지금 오빠 마음
말뭐 말뭐
다음주 금요일 오버타임 없길 제발~
이 간절함
말뭐 말뭐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