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활동 설명회 두 번째입니다.
어제 설명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다연이를 대신해서 현아를 사회자로 섭외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한 명 더 섭외했습니다. 차대접 팀의 재인입니다. 제가 처음 제안 할 때는 고민하더니, 현아 언니가 함께 하자 하니 바로 수락했습니다. 역시 재인이에게는 상냥하고 잘 놀아주는 현아 언니가 최고입니다.
재인이에게는 한가지 걱정이 있었습니다. 사회자 역할을 맡게 되면서 차대접 역할을 못한다고 차대접 팀에게 말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새로운 팀원이 생겨 마냥 기뻤는데, 원래 맡은 역할을 포기하고 와야하는 재인이의 입장은 난처했을 것 같습니다. 미처 아이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처음 제안했을 때 재인이가 망설였던 이유를 이제야 제대로 알았습니다.
재인이와 함께 쿡쿡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전지민 선생님께 찾아갔습니다.
재인이가 설명을 함께 해달라 부탁했습니다.
“선생님~ 저희 팀에서 사회자 역할을 맡을 사람이 필요해요. 혹시 차 대접팀의 재인이를 섭외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전지민 선생님은 재인이의 의사가 중요하니, 재인이만 좋으면 괜찮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사회자팀 하는거 좋아요!”
이렇게 재인이는 사회자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선생님 말고도 차대접팀 아이들에게 묻고 의논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재인이가 빠지게 되면서 차대접팀 과업을 다시 나누어야 했을테니, 아이들에게 먼저 양해를 구했어야 했습니다. 다음에는 당사자인 아이와 그 아이의 둘레사람인 친구들과의 관계에 더욱이 중점 두어 살펴야겠습니다.
다연이가 섭외한 현아와, 현아가 섭외한 재인이와 설명회 준비 시작했습니다.
어떤 과업을 해야하는지, 다연이와 지난 시간에 어디까지 준비했는지 설명해주었습니다.
재인이는 노트북 앞에 자리잡고 앉자 대본을 수정했습니다.
현아는 재인이 옆에서 어떤 부분을 수정해야 할지 짚어주었습니다.
곧이어 다연이가 왔습니다. 멀리서부터 우람한 목소리가 들리니, 현아가 바로 알아채고 말합니다.“다연이 왔다.” 둘이서 넷이 되니 제법 시끌벅적해졌습니다.
남은 과업을 나누었습니다. 대본은 재인이와 현아가 맡고, 저와 다연이는 활동 신청서 프린트를 맡았습니다. 신청서 프린트는 어디서 할 수 있는지 묻자 다연이가 청소년문화의집에서 할 수 있다 알려주었습니다. 프린트 하러 가기 전에 미리 여쭤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다연이의 카카오톡에 청소년문화의집 고은아 선생님이 있어 바로 여쭤보았습니다.
다연이는 자신있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호연결음이 울리자 갑자기 떨리는지 저에게 대신해달라 부탁했습니다.
그런 다연이에게 차분히 상황 설명하고 부탁드리면 된다 응원해주었습니다. 몇 번의 통화연결음이 있고 고은아 선생님께서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선생님~ 저 다연이에요.” 라는 인사말 한마디를 시작으로, 다연이는 뒷말을 술술 잘 이어갔습니다. 상황 설명드리고, 가능한지 여쭙고, 감사 인사드렸습니다.
청소년문화의집 가는 길, 서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며 도란도란 갔습니다.
들어가니 고은아 선생님께서 맞이해주셨습니다. 다연이가 프린트 해야할 파일을 고은아 선생님께 보내드리고, 프린트 했습니다. 프린트는 다 했지만 고은아 선생님과 대화 조금 나누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활동 신청서에서 하고 싶은 활동들을 찾아보셨습니다. 고은아 선생님은 주말 별보기 활동에 참여하고 싶으시답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마을 어른도 함께하는 철암도서관 여름활동! 사회 속에 흐릅니다.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오는길, 다연이와 했던 대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다연이가 좋아하는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 만화 이야기를 하다가, ‘존경하는 인물’ 이야기로 흘렀습니다.
“다연이는 존경하는 사람있어?”
“네! 엄마요.”
망설임 없이 확신에 차 답하는 다연이가 멋있었습니다.
“왜 존경하는 사람이 엄마인지 물어봐도 돼?”
“일단 우리 엄마는 하겠다고 하는 일은 꼭 해내요.”
다연이는 엄마가 가진 멋진 강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엄마를 멋진 어른으로써 세울 줄 알았습니다. 다연이에게 배웠습니다. 저도 부모님의 강점을 볼 줄 알고, 멋진 사람으로 세워드리고 싶습니다.
도서관에 돌아오니 현아와 재인이가 어느새 대본을 다 완성한 상태였습니다. 재인이 마지막 배웅을 못해줘서 아쉽습니다. 그래도 사회팀 과업을 모두 끝냈습니다. 이제 내일 마지막 리허설만 남았습니다. 처음엔 둘이서 잘 할 수 있을까 막막했는데,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니 일이 술술 풀렸습니다. 신기합니다.
사회사업 잘 되는 방법.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기.
다시한번 되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