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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대국어 갑골문자 원문보기 글쓴이: 하늘아비
隹 새 추 鳥 새 조
-새[모양새]
隹의 갑골문
鳥의 갑골문
隹의 금문 隹의 전문
鳥의 금문 鳥의 전문
隹와 鳥는 모두 새의 모양을 본뜬 글자입니다. 설문(說文)에서는 隹는 꽁지가 짧은 새를 나타내며, 鳥는 꽁지가 긴 새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새를 의미하는 문자가 이와 같은 식으로 구분이 되려면 갑골문자를 처음 만든 사람들의 입말에서도 이와 같은 구분을 하고 있어야합니다. 우리말에서도 그렇고 중국어에서도 꽁지가 길고 짧은 것으로 새를 구분하여 부르지 않으며, 따라서 다른 방식의 구분입니다.
隹와 鳥의 갑골문 자형을 비교해 보았을 때, 隹는 날개가 펼쳐진 모양을 하고 있으며[①], 鳥는 날개를 접고 있습니다[②]. 또 隹는 부리가 하나의 선[③]으로 처리되고 있는 반면 鳥에서는 부리를 벌리고 있거나 닫고 있는 모양[④, ⑤]을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鳥는 실제의 새를 나타내며, 隹는 보다 형식적으로 간략화 시킨 경향입니다. 隹와 鳥의 금문과 전문 자형을 비교해 보아도 隹가 鳥에 비하여 새의 모양이 보다 형식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문자에 사용된 용례에서 隹가 직접 ‘새’의 뜻을 나타내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새의 종류를 표기할 때에는 鳥가 사용됩니다. 따라서 隹는 꽁지가 짧은 새를 나타내며, 鳥는 꽁지가 긴 새의 종류라는 설문(說文)에서의 자원(字源)은 근거 없이, 글자의 모양새만 보고 설명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隹가 새와는 무관한 의미를 나타내는 글자들이 있는데, 이는 순우리말에서 걸음새, 모양새, 생김새 등의 예에서처럼 ‘모양, 상태, 정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接尾辭)’ ‘-새’의 뜻을 나타냅니다.
進 나아갈 진
가는 모양새, 나아가다, 내다
進의 갑골문 進의 금문 進의 전문
進의 갑골문 자형은 ‘걷다’의 소릿값을 나타내는 之[①]와 隹의 합자이며, 금문에서부터 行의 축약인 彳[②]과 之가 덧붙여진 辵[③]으로 바뀝니다. 이는 進이 실제의 움직임, 즉 동사(動詞)가 아닌 진행상태의 어기를 나타내는 것에 따른 변화입니다.
여기서의 隹는 ‘모양새’로 ‘가는 모양새’에서 ‘나아가다(/앞으로 향하여 가다. 또는 앞을 향하여 가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進行(진행 ; 앞으로 향하여 나아감/일 따위를 처리하여 나감), 前進(전진 ; 앞으로 나아감), 進就(진취 ; 적극적으로 나아가서 일을 이룩함), 進入(진입 ; 향하여 내처 들어감), 進出(진출 ; 앞으로 나아감), 進化(진화 ; 일이나 사물 따위가 점점 발달하여 감) 등에서 進이 ‘나아가다’의 뜻입니다.
進上(진상 ; 진귀한 물품이나 지방의 토산물 따위를 임금이나 고관 따위에게 바침), 進勸(진권 ; 소개하여 추천함), 進供(진공 ; 물건 따위를 상급 관청이나 궁중, 또는 임금에게 바치던 일), 進封(진봉 ; 물건을 싸서 임금에게 바치던 일), 進納(진납 ; 나아가 바침. 또는 받들어 모심), 進言(진언 ; 윗사람에게 자기의 의견을 말함) 등에서 進은 존칭어(尊稱語)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進兵(진병 ; 싸움터 따위로 병사를 내보냄), 進來(진래 ; 관아에 속한 노비를 체포할 때에, 미리 그 까닭을 해당 관아에 알리던 일), 進宴(진연 ;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에 궁중에서 베풀던 잔치), 進達(진달 ; 말이나 편지를 받아서 올림/관하의 공문 서류를 상급 관청으로 올려 보냄) 등에서 進은 존칭어로 볼 수 없습니다.
이는 배달말의 ‘내다’의 쓰임새에 그대로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進上(진상)은 ‘내어 올리다’, 進勸(진권)은 ‘내어 권하다’, 進供(진공)은 ‘내어 바치다’, 進納(진납)은 ‘내어서 들이다’, 進兵(진병)은 ‘병사를 내다’, 進來(진래)는 ‘내어서 오게 하다’, 進宴(진연)은 ‘잔치를 내다’, 進達(진달)은 ‘내어서 도달하게 하다’로 풀어보면 進이 배달말의 ‘내다’와 완전히 일치함을 알 수 있습니다.
趡 움직일 유/달릴 추
달리는 모양새, 닫다
趡의 금문 趡의 전문
趡는 금문(金文)에서 처음 확인할 수 있으며, 走와 隹의 합자입니다. 여기서의 隹는 배달말의 모양이나 상태의 뜻을 나타내는 접미사 ‘-새’의 뜻을 나타냅니다. ‘달리는 모양새’에서 ‘닫다(/빨리 뛰어가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推 밀 추/밀 퇴
내미는 모양새 ; 밀다, 손의 모양새 ; 들추다
推의 전문
推의 전문 자형은 手와, 進[내다]의 축약인 隹의 합자이며, ‘손을 내다’에서 ‘밀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推進(추진 ; 물체를 밀어 앞으로 내보냄/목표를 향하여 밀고 나아감), 推薦(추천 ; 어떤 조건에 적합한 대상을 책임지고 소개함), 推動(추동 ; 물체에 힘을 가하여 앞으로 나아가게 하거나 흔듦) 성의 성어에서 推가 ‘밀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推移(추이)는 ‘밀려서 이동하다’의 뜻입니다.
推測(추측 ; 미루어 생각하여 헤아림), 推理(추리 ;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알지 못하는 것을 미루어서 생각함), 類推(유추 ; 같은 종류의 것 또는 비슷한 것에 기초하여 다른 사물을 미루어 추측하는 일), 推算(추산 ; 짐작으로 미루어 셈함), 推究(추구 ; 이치를 미루어서 깊이 생각하여 밝힘) 등에서는 推가 ‘미리(/어떤 일이 생기기 전에. 또는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미루다(/이미 알려진 것으로써 다른 것을 비추어 헤아리다)’의 뜻을 나타내는데, 이는 ‘밀다’와 ‘미리, 미루다’의 소릿값의 유사성에 따른 사용입니다.
推敲(퇴고 ; 글을 지을 때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치고 다듬음)는 ‘밀쳐버리고 다듬다’로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옆으로 밀쳐버리거나, 다듬는다는 뜻입니다.
推服(추복)은 사전적으로는 ‘따라서 높이 받들고 복종함’으로 정의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루어서 복종하다’이며, 여기서의 ‘미루다’는 ‘넘기다’의 한 표현입니다. 모든 책임과 권한을 상대방에게 미루고 복종함의 뜻입니다.
推撻(추달 ; 조선 시대에, 볼기를 치던 고문), 推奴(추노 ; 도망간 종을 찾아오던 일), 推尋(추심 ; 찾아내어 가지거나 받아 냄) 등의 성어에서 推는 ‘들추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이는 ‘들추다’의 뜻을 손[手]의 한 모양새[隹]로 나타낸 것입니다. 즉 推撻(추달)은 ‘(죄상을) 들추어 매질하다’, 推奴(추노)는 ‘(숨어 있는) 노비를 들추다’, 推尋(추심)은 ‘들추어 찾다’의 뜻입니다.
帷 휘장 유
둘러친 모양새, 돌림포
帷의 전문
帷의 전문 자형은 帶(띠 대)의 축약인 巾과, 隹의 합자이며, 帶가 ‘두르다’의 뜻을 나타내어, ‘둘러친 모양새’에서 ‘돌림포’의 뜻을 나타냅니다.
帷帳(유장 ; 휘장과 장막을 아울러 이르는 말), 帷幕(유막 ; 비밀스러운 일을 의논하는 곳), 유방(帷房 ; 부부의 침실) 등에서 帷가 ‘돌림포’의 뜻입니다.
唯 대답할 유
입의 모양새, 예
唯의 갑골문
唯의 금문 唯의 전문
唯의 갑골문, 금문 및 전문 자형은 모두 口와 隹의 합자입니다. 口는 자형의 요소로 쓰여, ‘뜻을 가지지 않는 소리’의 뜻을 나타내며, 隹는 구분자로 쓰여, ‘입의 모양새’라는 것에서 ‘대답하는 소리’, 즉 ‘네, 예(/윗사람의 부름에 대답할 때 하는 말)’의 뜻을 나타냅니다.
鳴(울 명)의 鳥로 직접 새의 뜻을 나타내어, ‘울음의 대표’으로 쓰여, ‘울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父命召 唯而不諾 食在口則吐之. 『明心寶鑑』
아버지가 명하여 부르면 ‘예’라고 하며, ‘그래’라고 하지 않는다. 음식이 입에 있다면 곧 뱉는 게다.
상기 문장에서 唯는 상대방에게 공손하게 대답하는 소리로 우리말의 ‘예’와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諾은 반말 투의 대답하는 소리 ‘그래’에 해당합니다. 하여 唯諾(유락), 唯唯諾諾(유유낙낙)은 연속된 대답하는 소리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르다, 순종하다’의 비유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唯에는 ‘대답하는 소리’의 뜻 외에도, ‘비록, 오직, 누구’ 등의 뜻도 함께 가지는데, 후대에 惟(생각할 유), 誰(누구 수)로 뜻이 분화됩니다.
惟 생각할 유
마음의 모양새, 생각하다, 오직
惟의 전문
惟는 心과 隹의 합자입니다. ‘마음의 모양새’라는 것에서 ‘바(/자기주장을 단언적으로 강조하여 나타내는 말)’의 뜻을 나타내며, ‘오직(/여러 가지 가운데서 다른 것은 있을 수 없고 다만)’의 뜻으로도 가차 사용됩니다. ‘오직’과 같은 관념적인 낱말은 구체적인 형상으로 나타내기 어려워 지사(指事)라는 사회적 약속의 기호로 나타냅니다.
惟는 전문 자형에서 처음 확인되는데, 전문 이전인 금문이나 갑골문의 시대에 없는 개념의 말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전에는 唯 자로 통용 사용하다가 전문에서 뜻을 세분화시켜 분화시킨 것입니다.
思惟(사유 ;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 恭惟(공유 ; 삼가 공경하고 생각함)의 실제 뜻은 ‘생각하는 바’, ‘공경 하는 바’입니다.
惟獨(유독 ; 많은 것 가운데 홀로 두드러지게), 惟一(유일 ; 오직 하나밖에 없음) 등에서 惟가 ‘오직’의 뜻입니다.
雖欲盡力訓進後學 實不能堪, 夙夜思惟, 恐負殿下委任之意. 『太宗實錄 7年 3月 4日』
비록 힘을 다해 후학을 가르쳐 내고자 하여도 실로 감내할 수 없으니,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생각한 바, 전하의 위임하신 뜻을 저버릴까 두렵습니다.
而治不從欲 澤不下究, 每自思惟 淵谷在前. 『哲宗實錄 14年 6月 1日』
그러나 정치는 하고자하는 대로 따르지 않고, 은택은 궁구(窮究)에 내리지 않으니, 매양 생각하는 바 연못과 골짜기가 앞에 있다.
상기 두 구문에서 사용된 ‘思惟’는 현재의 사전적 정의에서처럼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의 뜻이 아니라, ‘생각한 바’이며, 여기에서의 惟는 상(相)조사의 기능을 하는 배달말의 의존명사 ‘바’입니다.
恭惟 殿下應天革命, 初登寶位. 『太祖實錄 1年 7月 20日』
공경하는 바, 전하(殿下)는 하늘에 응한 혁명으로 처음으로 보위(寶位)에 오르셨습니다.
상기 예문의 ‘恭惟’는 현대의 사전적 정의처럼 ‘삼가 공경하고 생각함’의 뜻이 아니라, ‘공경하는 바’의 뜻이며, 여기서의 惟의 ‘바’는 화제어(話題語)로 사용된 것입니다. 이런 의존명사의 기능은 배달말에서만 존재합니다. 만약 惟를 빼버리고, ‘恭殿下’라고 한다면, ‘전하를 공경하다’의 뜻이 되어, 전체 문맥에 맞지 않게 됩니다.
誰 누구 수
새(/사이)를 묻는 말, 누구
誰의 전문
誰는 전문 자형은 言과 隹의 합자이며, 隹는 [새 추]의 훈(訓) ‘새’는 ‘사이(/서로 맺은 관계)’의 준말로 ‘사이[隹]를 묻는 말[言]’이라는 것에서 ‘누구’의 뜻이 나타납니다.
誰何(수하 ; 어떤 사람. 어느 누구), 誰何者(수하자 ; 어두워서 상대편의 정체를 식별하기 어려울 때 경계하는 자세로 상대편의 정체나 아군끼리 약속한 암호를 확인하는 사람), 誰某(수모 ; 아무개), 誰怨誰咎(수원수구 ;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냐는 뜻으로, 남을 원망하거나 탓할 것이 없음을 이르는 말) 등에서 誰가 ‘누구’의 뜻입니다.
且其罷更散歸之卒 犯次更之巡 亦不誰何. 設有無賴之徒, 冒稱罷巡之卒, 則亦難辨矣. 『太宗實錄 2年 6月 18日』
또 근무시간을 마치고 흩어져 돌아가는 병졸이 다음 시간의 순찰을 범(犯)하더라도 또 수하(誰何 ; 누구이고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니, 만약 무뢰배가 있어서 함부로 ‘순찰을 파하고 돌아가는 병졸이다’라고 말하면 또한 분별하기 어렵습니다.
상기 문장에서 誰는 ‘누구’의 뜻이며, 何는 ‘사람이[人] 등에 짐을 메고[可] 있는 모양’인데, 이 ‘메다’에서 ‘뭐다?’의 소릿값을 나타냅니다. 誰何는 후대에 하나의 성어가 되어, 대명사로서 ‘누구’의 뜻을 나타내거나, 암구호(/어두워서 상대편의 정체를 식별하기 어려울 때 경계하는 자세로 상대편의 정체나 아군끼리 약속한 암호를 확인함)의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誰怨孰尤(수원숙우 ;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랴라는 뜻으로, 남을 원망하거나 탓할 것이 없음을 이르는 말)에서 孰은 享(누릴 향)은 배달말의 ‘고다’를 나타내며, 丸(알 환)은 뭉친 덩어리를 나타냅니다. 고아서 환약 형태로 뭉칠 수 있게 된다는 것에서 ‘누긋해지다’를 나타내며, 이 ‘누긋하다’에서 ‘누구’의 소리를 가차한 것입니다.
誰는 비한정적인 사람에 대하여 ‘누구’의 뜻이며, 孰은 보다 한정적인 사람에 대한 ‘누구’의 뜻입니다. 이는 孰은 ‘누구’에 상(相)조사가 결합된 형태입니다. 따라서 誰는 ‘누구인가’로 풀이되며, 孰은 ‘누구겠는가’의 뜻입니다. ‘-겠-’에서 ‘-게’는 ‘것이’의 축약으로 배달말의 의존명사 ‘것’이 상조사의 역할을 합니다. 이 상(相)으로부터 보다 한정적인 ‘어떤 누구’의 뜻이 도출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誰怨孰尤는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란 것을[/≒누긋을] 탓하겠는가?’가 됩니다. 물론 현대국어에서는 구분 없이 사용되고 있기에 어색하지만 상고대(上古代)에서는 달랐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특별하게 지정되지 않은 의미를 나타내는 본말에 상조사가 결합된 형태로는 惑(혹 혹), 各(각각 각), 莫(말 막) 등이 있습니다. 모두 종성 [ㄱ] 음이 포합되어 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得(얻을 득)은 조동사로 ‘~일 수 있다, ~할 수 있다’의 뜻을 나타내는데, 이 경우는 의존명사 ‘수’가 상조사의 역할을 합니다.
維 벼리 유
줄의 모양새, 벼리
維의 금문 維의 전문
維의 금문 자형은 糸와 殳와 隹의 합자이며, 전문 자형은 糸와 隹의 합자입니다. 금문의 殳는 실제적인 동작 행위를 나타내는데, ‘줄[糸]을 엮다[殳]’이며, 그러한 모양새[隹]로 ‘벼리(/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 놓은 줄. 잡아당겨 그물을 오므렸다 폈다 한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순우리말의 ‘새’는 ‘피륙의 날을 세는 단위[한 새는 날실 여든 올]’의 뜻도 있는데, 이에 견주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로부터 纖維(섬유)의 뜻이 나오는 것입니다.
綱維(강유)는 ‘나라의 큰 법도’, ‘임금과 신하’ 등의 뜻이 있는데, 이는 ‘벼리’가 배달말에서 ‘일이나 글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의 비유어로 쓰이는 것과 같습니다. 四維(사유) 역시 ‘네 가지 벼리’로 ‘나라를 유지하는 데 지켜야 할 네 가지 대강령’의 뜻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維新(유신 ; 낡은 제도를 고쳐 새롭게 함)에서 維는 ‘벼리다(/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들다)’의 뜻입니다.
維持(유지 ; 어떤 상태나 상황을 그대로 보존하거나 변함없이 계속하여 지탱함), 保維(보유 ; 보존하고 유지함) 등의 성어에서 維는 ‘계속 이어지다’의 뜻이 나타나는데, 현대국어에서 ‘벼리’는 ‘그물의 위쪽 코를 꿰어 놓은 줄’로 명사(名辭)이지만, 본래는 반복되는 동작 ‘벼리다’에 의한 것입니다.
칼 따위의 연장을 숫돌에 갈 때 ‘벼리다’라고 하며, 이 ‘벼리다’가 ‘날카롭게 하다’의 뜻은 전용(轉用)된 것이며, 본래는 ‘일정한 동작을 반복하다[/유지하다]’에 어원이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進退維谷(진퇴유곡)에서 維란 ‘일정한 동작을 반복하다[/유지하다]’로서의 ‘벼리다’입니다.
維歲次(유세차 ; ‘이해의 차례는’이라는 뜻으로, 제문의 첫머리에 관용적으로 쓰는 말)에서의 維는 일반적으로 발어사로 정의되고 있으며, 시경(詩經)을 비롯한 고전(古殿)에 자주 등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糸와 隹의 합자인 維가 ‘발어사’로 쓰인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용례이며, 이 경우는 口와 隹의 합인 唯가 오용된 것입니다.
여기서의 維도 ‘일정한 반복의 유지’로서 ‘벼리’를 의미합니다. ‘세차(歲次)를 벼리다[/이어오다]’가 維歲次(유세차)의 뜻입니다.
蜼 긴꼬리원숭이 유
너울대는 꼬리 모양새, 잘래미, 잘래비
蜼의 전문
蜼의 전문 자형은 虫과 隹의 합자입니다. 虫은 의태어로서 ‘너울너울(/부드럽고 느릿하게 굽이져 자꾸 움직이는 모양)’을 나타내며, 隹의 ‘모양새’와 더하여, 원숭이의 모양을 형용하는 글자입니다.
배달말에서 원숭이를 뜻하는 말 중에 ‘잘래미, 잘래비’가 있는데, 여기서의 ‘잘래’가 ‘잘잘잘래(/머리를 좌우로 가볍게 자꾸 흔드는 모양)’의 어기를 나타냅니다.
雖 비록 수
벼룩≒비록
雖의 금문 雖의 전문
雖의 금문 및 전문 자형은 口와 虫과 隹의 합자입니다. 口와 虫으로 ‘무는 벌레’로 ‘벼룩’을 나타내며, 隹는 구분자로 쓰여, ‘벼룩’과 유사한 소릿값인 ‘비록(/아무리 그러하더라도)’을 나타냅니다.
유사한 용례로는 遂(드디어 수)에 보이는 㒸는 ‘두더지’를 나타내며, 辶(쉬엄쉬엄갈 착)은 구분자로서 達(이를 달)의 축약입니다. ‘두더지’와 유사한 소릿값이 ‘드디어’로 쓰이며, ‘드디어’에 있는 ‘결과의 도래’라는 어기를 達로 지칭하는 것입니다.
雖然(수연 ; 비록 ~라 하더라도. 비록 ~라고는 하지만)에서 雖가 ‘비록’의 뜻입니다.
陮 높을 퇴
높직한 모양새, 불룩하다
陮의 갑골문
陮의 전문
陮의 갑골문 및 전문 자형은 阝[阜(언덕 부)의 변형]와 隹의 합자이며, 阜는 ‘지형, 지세’의 뜻을 나타내며, 뾰족하게 솟은 모양새[隹]라는 것에서‘불룩하다(/물체의 거죽이 크게 두드러지거나 쑥 내밀리다. 또는 그렇게 되게 하다)’의 어기를 나타냅니다.
㢈 기울 퇴/쌓을 퇴
지붕의 모양새 ; 물매
㢈의 전문
㢈의 전문 자형은 广과 隹의 합자이며, 广이 ‘지붕’을 뜻하여, ‘지붕의 모양새’라는 것에서‘물매(/수평을 기준으로 한 경사도)’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이 ‘물매’라는 것에서 ‘점점 높아지다’로 ‘쌓다’의 뜻도 나타냅니다. 현재 주로 쓰이고 있는 堆(쌓을 퇴)는 전문 자형에 없지만, 土가 ‘돋다, 돋아나다’로 쓰여, ‘쌓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堆[/㢈]積(퇴적 ; 많이 덮쳐져 쌓임), 堆[/㢈]石(퇴석 ; 돌을 높이 쌓음), 堆[/㢈]肥(퇴비 ; 두엄) 등에서 堆가‘쌓다’의 뜻입니다.
罹 걸릴 리
마음에 걸리는 모양새, 걸리다
罹의 전문
罹의 전문 자형은 网과 心과 隹의 합자입니다. 网은 사냥 도구의 하나로 ‘잡다’의 뜻을 나타내며, 隹는 ‘모양새’로 ‘잡힌 모양새’에서 ‘걸리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心은 ‘걸리다’가 가지는 뜻 중에서 심리적인 것을 지정하는 구분자입니다.
罹災民(이재민 ; 재해를 입은 사람), 罹患(이환 ; 병에 걸림)에서 罹는 ‘걸리다’로 ‘어떤 상태에 빠지도록 하다/무엇이 급박한 상태에 놓이게 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百罹(백리 ; 온갖 근심), 橫罹(횡리 ; 뜻밖에 재앙을 당함/[북한어]부당하게 걸려듦)에서는 罹가 ‘걸리다’로 재앙이나 불행, 근심의 비유어로 사용된 것입니다.
售 팔 수
사다
售의 전문
售의 전문 자형은 隹의 아래에 口가 놓여 있는 모양이며, 隹의 ‘새, 사이’에서 ‘사’의 음을 가차하여, ‘사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배달말에서 ‘사다’는 사거나 파는 경우를 모두 나타내기도 합니다.
사다 (1) 값을 치르고 어떤 물건이나 권리를 자기 것으로 만들다.
(2) 가진 것을 팔아 돈으로 바꾸다.
買售(매수 ; 물건을 팔고 사는 일), 發售(발수 ; 상품이나 증권 따위를 내어 팖), 出售(출수 ; 물건을 내어서 팔기 시작함) 등에서 售가 ‘사다’의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