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무차별적인 공습 속에서도 '생존'을 넘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재래시장이 있다.
바로 부산 수영구 남천동 남천해변시장이다.
대형마트를 코 앞에 두고도 움츠리지 않는다. 오히려 질 높은 상품과 서비스로 단골손님을 확보해 대형마트를 압도하기도 한다. '골리앗을 뛰어넘는 다윗'으로 불리며 업계에서도 귀감이 되고 있다.
양질의 상품으로 고객 사로잡아
소량 판매·배달 서비스도 시행
남천해변시장은 3층 규모로 주변에는 수영구 일대 아파트단지가 밀집해 있다. 상인은 250여명. 농수산물 등 1차 상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으며 시장 내에는 활어횟집 등이 모여있다. 여느 재래시장처럼 똑같은 풍경이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보통 재래시장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직선 거리로 150~200m 떨어진 곳에 대형마트인 메가마트 남천점이 위치해 있는 것.
코 앞에 '공룡' 대형마트가 들어섰으나 남천해변시장은 당당하게 맞서고 있다. 초반에는 어려움도 있었으나 주저앉지 않고 우뚝 일어섰다. '치열한 경쟁을 벌여 오히려 고객들을 더 많이 끌어모으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을 정도다.
남천해변시장 상인회 전상윤 회장은 "지난 2002년 7월 시장 바로 옆에 메가마트 남천점이 들어서자 시장의 매출이 30% 정도가 떨어져 큰 타격을 받았다"며 "그러나 가만히 있을 수만 없었다. 우리 시장이 메가마트에 맞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형마트를 넘어서기 위해 가장 먼저 도입한 방법은 '질 좋은 상품을 제값에 파는 것'이었다.
마트와 필사적으로 대결하던 당시, 상인들은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질은 좋으나 비싼 배추와 질은 떨어지지만 싼 배추 중에 어느 쪽이 잘 팔리는가에 대해서였다. 결과는 가격은 비싸도 질이 좋은 배추의 매출이 훨씬 높았다. 이때부터 상인들은 강원도 등 산지를 찾아다니며 보다 질 좋은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남천해변시장에서 농산물을 취급하는 한 상인은 "당시 메가마트가 질 낮은 야채를 아주 저렴하게 팔아치우는 등 자본력을 동원해 대규모 할인 공세로 나왔다. 우리가 도저히 이겨낼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대형마트와 차별화하기 위해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질 좋은 상품을 판매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질 좋은 상품을 기반으로 판매 방식도 10여년 전부터 고객들을 위해 간편 소량화시켰다. 고객들이 편하고 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농수산물을 일일이 손질했다. 생선의 경우 토막낸 후 비닐에 싸서 한 개씩 소량으로 판매했으며 야채도 일일이 씻고 다듬은 뒤 묶음 단위로 팔았다. 특히 김장 배추의 경우 고객들이 집에서 바로 담글 수 있도록 반으로 쪼개 다듬은 배추와 김치 양념을 세트로 판매했다.
이같은 고객 중심의 판매 방식은 당시 지역의 재래시장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남천해변시장은 부산의 재래시장 중 처음으로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부산은 물론 전국으로 배달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남천해변시장 상가회 관계자는 "이같은 노력 덕분에 메가마트 남천점이 생긴 이후 급감했던 매출은 불과 3~4개월 만에 원상 복귀했으며 각 상점마다 단골손님들이 수십명씩 늘었다"며 "대형마트가 옆에 있다고 주눅 들기 보다는 차별화시키기 위해 발로 뛰고 땀을 흘리다보니 길이 보였다"고 말했다. 김 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