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스코틀랜드 가정예배모범에 대한 해설을 마무리 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스코틀랜드의 장로교회들이 추구하는 개혁된 신앙에 있어서 가정이 중요성이 생각보다도 지대하더라는 점이다. 특별히 가정의 “가장”은 가정의 머리(head of the family)로서 뿐 아니라 가정의 다스리는 자(governour of the family)로서도 언급되고 있어서, 가히 “목회자”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것임을 알 수가 있었다. 물론 목회자로서의 가장의 역할은 가정에만 한정된다. 하지만 가정에서의 가장의 목회적 역할은 공적인 경건의 의무를 수행하는 장소인 교회당의 공적 직분들인 장로(그 가운데서도 특히 감독)와 집사들을 세우는 중요한 조건을 이루는데, 딤전 3:4절에 이른 것처럼 “자기 집을 잘 다스려 자녀들로 모든 공손함으로 복종하게 하는 자라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공적 직분을 수행하는 모든 직분자들은, 공히 가장 가운데서 세워지는 것임을 알 수가 있다. 이처럼 가장을 중심으로 경건의 틀을 형성하는 가정은 가장 작은 단위의 교회를 이루는 것이며, 그러한 교회들이 공적으로 한 장소에 모이므로 하나의 조직교회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하고 교회다운 가정들이 모이게 될 때에 비로소 조직교회 또한 건강하고 교회다운 교회를 이루게 된다고 생각하기가 쉬울 것이다.
그런데 에베소서 5장에서 사도바울은 아내와 남편들, 그리고 자녀들과 심지어 종들에 이르기까지, 가정을 이루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을 언급하여 서로 간에 복종과 사랑의 관계를 이룰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권면의 중심에 그리스도와 교회가 자리하고 있으니, 32절에서 “나는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고 하여 그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사도바울은 에베소서 5장에서 가정의 모든 구성원들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그러한 권면의 말은 오직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한 비밀을 깨달을 때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성격이다. 때문에 아내들과 남편들, 자녀들과 심지어 종들까지 통틀어서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순종하는 경건한 가정(말 2:15)을 이루게 될 때에 비로소 서로 간에 복종하고 사랑하는 가정을 이룰 수가 있다.
사실 에베소서 5장은 아내(여자)가 남편에게 복종할 것(엡 5:22)을 말하지만, 그런 복종의 원리는 “교회가 그리스도에게 하듯”(24절) 하는데 있으며, 남편들도 아내를 사랑해야 하되(25절)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그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주심같이” 하는 데에 그 원리(사랑의 원리)가 있다. 특히 26-27절은 “이는 곧 물로 씻어 말씀으로 깨끗하게 하사 거룩하게 하시고 자기 앞에 영광스러운 교회로 세우사 티나 주름 잡힌 것이나 이런 것들이 없이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려 하심이라.”고 했는데, 이는 그처럼 귀히 세우신 교회를 이루는 아내와 남편들을 향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어서, 교회와 가정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는지를 알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31-32절에서 사도는 창 2:24절의 “남자(사람)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라는 말씀 인용하되, 그 원리가 그리스도와 교회의 연합으로 말미암음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즉 그리스도가 그의 몸된 교회의 머리로서 불가분 연합하시는 것처럼 남자와 여자라 연합하여 가정을 이루는 것이며, 그리스도와 그의 교회를 분리할 수 없는 것처럼 연합되어 있는 것이 가정을 이룬 남자와 여자인 것이다. 따라서 사도바울은 에베소서 5장에서 교회에 대한 바른 이해,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연합된 온전한 교회가 없이는 결코 온전하게 남편이 아내를 사랑할 수 없음을 말한 것이며, 마찬가지로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연합한 교회가 그리스도의 말씀(성경)에 복종하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 없이는 결코 아내가 온전히 남편에게 복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한 것이다. 그러한 원리는 자녀들과 종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연계된다. 그러므로 약속이 있는 계명(모세의 계명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계명)에 따라 순종하는 교회의 이해 없이는 결코 자녀들이 부모에게 순종해야 마땅함을 깨닫지 못하며, 마찬가지로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마 22:37) 하나님을 사랑하는 교회에 속하지 못한 종들은 결코 상전을 주께 하듯 섬기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그리스도의 말씀과 진리가 교회가 신봉하며 따르는 유일한 머리가 되는 온전함과 건강함이 있는 교회는, 남자와 여자(인간), 부모와 자식(가족), 종과 상전(사회) 등 사회의 모든 구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참으로 크고 비밀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니 어찌 그처럼 중요한 교회의 일꾼, 그 가운데서도 그리스도의 말씀을 맡은 일꾼들인 교회의 목사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제쳐 놓고”(행 6:2) “접대를 일삼는 것”과 같은 온갖 잡다한 일들에 시간들을 빼앗길 수 있겠는가? 행 6:4절에서 열두 사도가 공히 말한 것처럼, “기도하는 일과 말씀 사역에” 전념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목사들이 행 6:4절에 있는 열두 사도들의 말을 따르지 않게 될 때에, 마땅하지 않은 일들로 분주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제처 놓게 될 때에, 결국 교회는 그리스도께 복종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처럼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서 그리스도께 복종하지 않는 교회로 말미암아 남편들은 참으로 사랑하는 법을 모르게 될 것이며, 아내들은 참으로 복종하는 법을, 자녀들과 종들 또한 복종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니, 가히 교회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망쳐놓는 죄악이 교회의 목사들로 말미암아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대에, 다만 “하나님의 말씀(만)이 점점 왕성하여”(행 6:7) 허다한 교회의 일꾼들이 “이 도(믿음)에 복종”하기를 소망하며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