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와 키사 고타미 이야기 - 부처님의 생애(지혜와 자비의 가르침) -펌
<아들을 잃은 키사 고타미>
1.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
부처님께서 코살라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었습니다.
키사 고타미(Kisagotami)는 사밧티 출신의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잘 먹지 못하고 힘겹게 자랐기 때문에 삐쩍 마르고 호리호리했습니다.
그래서, '가냘프다'는 뜻의 "키사"를 붙여 '키사 고타미'라고 불렸습니다.
가난했지만 집안의 신분은 좋았기 때문에 키사 고타미는 젊은 재산가와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집안과 볼품없는 외모로 인해 시집에서도 구박을 당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을 하나 낳고 나서야 비로소 남편과 시댁 식구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아들이 겨우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에 갑자기 죽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슬픔과 충격은 너무나도 컸습니다.
그녀는 죽은 아들을 안고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아다니며 살려낼 수 있는 약을 달라며 애원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를 상대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가운데 어떤 현명한 사람이 있어서 어떻게든 그녀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당신이 찾아가야 할 분은 부처님인 것 같소.
그분은 지금 당신이 찾고 있는 약을 갖고 계신다오.”
<코살라국 기원정사>
2. 겨자씨를 구해오라
그리하여 키사 고타미는 기원정사에 계시는 부처님을 찾아가 아들의 시신을 내려놓고 울며 애원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어떤 어진 사람이 제게 말하기를 부처님께서는 제 아들을 살려낼 수 있는 약을 가지고 계신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제발 제 아들을 살려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이 여인을 매우 가엾게 여기시어 부드러운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인이여, 사람이 죽은 적이 없는 집에 가서 겨자씨 한 줌을 얻어 가지고 오너라.”
그래서 키사 고타미는 죽은 아들을 가슴에 안고 첫 번째 집의 문을 두드리며 말했습니다.
“제발 제게 겨자씨 한 줌만 주십시오. 그것이 내 아들을 살리는 약이랍니다.”
그렇게 사정하여 겨자씨를 얻어 그녀는 나오면서 주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전에 이 집에서 혹 사람이 죽은 일이 없습니까?”
그러자 주인은 대답했습니다.
“작년에 우리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오.”
“그렇다면 이것은 약이 되지 않습니다.”
키사 고타미는 받은 겨자씨를 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불행한 사정을 알게 되어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했지만,
사람이 죽은 적이 없는 집은 한 집도 없었으므로 그녀를 도와줄래야 도와줄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집을 돌고나서 키사 고타미는 지친 몸으로 죽은 아들을 내려놓고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하여 그녀는 마침내 자기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가정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과, 진실을 말한다면 죽은 사람의 수가 살아 있는 사람의 수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키사 고따미는 부처님께서 자기에게 겨자씨를 구해 오라고 하신 것은 자기로 하여금 진리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느끼고 부처님의 훌륭하신 지혜와 크신 자비심에 감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이와 같이 깨닫는 순간 그녀에게 죽은 아들에 대한 애착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키사 고따미는 어린 자식의 시신을 숲 속에 묻고 부처님께 돌아와 사람이 죽지 않은 집은 찾을 수 없었노라고
말씀드렸습니다.
3. 부처님의 설법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녀에게 이렇게 설법해 주셨습니다.
“ 키사 고타미여,
너는 너만이 아들을 잃어버린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네가 이제 깨닫게 된 것처럼 모든 생명에게는 반드시 죽음이 있느니라.
죽음은 중생이 자기 욕망을 다 채우기도 전에 그를 데려가 버리느니라.”
키사 고타미는 이 설법을 듣고 일체 모든 현상을 무상하여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제행무상)과,
모든 생명은 자기가 욕망을 성취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다가 불만족 속에서 죽어간다는 것(일체고),
그리고 일체의 사물에는 그것을 이끌어 가는 불멸하는 주체, 즉, 나(我)가 없다는 것(제법무아)을 완전히 깨닫는
‘수다원과’라는 수행의 경지를 성취하였습니다.
그런 뒤 끼사 고따미는 이혼하고 출가하여 비구니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녀는 기름 램프를 밝히고 있었습니다.
그때 램프불이 펄럭거리다가 꺼지는 듯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일체 중생이 죽었다가
또 다시 태어난다는 진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때 부처님께서는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신통력으로써 키싸 고타미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아시고
광명을 놓으시어 마치 키싸 고타미 앞에 가까이 계신 듯이 모습을 나투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키사 고타미에게 일체 중생의 생명이 계속해서 변화하면서 잠시도 멈추지 않아서,
사라지면 다시 태어나고 태어나면 다시 사라지는 바, 이 현상에 마음을 계속하여 집중함으로써
마침내 해탈을 증득하라고 격려하셨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죽음을 초월하는 길을 모르고 백년을 사는 것보다는 단 하루라도 죽음을 초월하는
진리의 길을 알고 사는 것이 훨씬 낫다.”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키사 고타미 비구니는 완전히 해탈하여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죽은 아들과 겨자씨 이야기"로 많이 알려진 키사 고타미 비구니 이야기입니다.
애착을 버리는 것은 진리에 눈뜸에 의해 가능합니다.
백방을 뛰어다녀도 아무도 죽은 적이 없는 집에서 겨자씨를 구할 수 없슴을 알고는 더 크게 좌절하고 미쳐버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 원망의 화살을 겨눌 수도 있었지만 끼사 고따미는 진리를 발견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할 줄 아는
지성적인 여인이었습니다.
출가한 그녀는 램프불이 바람에 펄럭거리며 꺼질듯 하다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고
모든 중생들이 죽고 다시 태어나고를 반복하는 윤회의 진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자비로운 인도로 더욱 집중하여 마침내 해탈한 성자가 된 것입니다.
비록 볼품없는 깡마른 외모로 "키싸"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해탈한 그녀를 누가 가냘픈 여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자식을 잃은 큰 슬픔에 집착하고 좌절했지만, 부처님의 자비로운 방편으로 진리에 눈뜬 이후
자신의 애착을 떨쳐버리고 수행에 정진하여 아라한과를 증득한 키싸 고타미!
금강과 같은 단단한 마음 세계를 가진 그녀를 '금강 고타미'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