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바꾼 서부 정류장 안 들어서니 네 살배기 큰아들 출발하던 버스 세워 오줌 가리던 곳 아직 그대로네 잊어 까마득한 그곳 남의 집 딸 외우는 구미역 찾아가려 광양읍 내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표 끊어 내렸더니
삼십 년 전과 바뀐 것 같아도 붕어빵 파는 노점상이 그대로인 관문 시장 포항에 신혼살림 차려 남원 넘어갈 때마다 아내와 나는 빛바래 겉절이 같던 안내판을 보며 타향에서 다들 짠해지는 것이 저럴 거라며 보따리에 챙겨 넣은 허름한 것들
그 안에 싸 넣을 수 없던 것들 여기저기서 가물거리지만 봉긋 거리다 터트려지는 연보랏빛 오동꽃 같은, 아저씨의 아들 같은 사람 검표하는 목소리도 똑같아 재촉할수록 가슴 죄던 버스표를 주머니 속에서 되 만지고 있다
<청산도>
누구나 바다보다는 소리가 넘칠 것 같아 귀 기울이는 포구다 어부의 눈으로 바다를 가를 때마다 거품처럼 이는 소리 가만 귀 기울여보면 멍게며 전복이며 참돔이 거품을 터트리며 따라붙는 소리 하루 같이 난 바다를 다스리듯 곡진해진 소리를 모아 딱 한 번씩 소식 전한다는 당리 포구 푸른 바다에서 갓 따온 완두콩을 까며 할머니가 내뱉은 외마디 서편제 소릿길 따라 느릿느릿 주저앉는데 사는 것이 고달프다는 넋두리에 둥글게 휜 썰물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