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의 종류
◉ 설화(雪花) 눈이 나무나 풀에 쌓인 것으로 가지를 흔들면 떨어진다.
◉ 상고대 나무나 풀에 눈처럼 내린 서리를
일컫는 말로 수빙(樹氷)이라고도 한다. 나뭇가지가 머금은 습기가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서
얼거나, 산꼭대기 같은 찬 곳에 구름이 스쳐가다가 나무 등에 엉겨붙는 현상으로 결이 있고 단단하게 붙어
있어 가지를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고 낮은 기온이 계속되면 키가 자라기도 한다. 치악산 오대산 태백산
덕유산 설악산 한라산 지리산 등은 특히 상고대가 아름답기로 으뜸인 곳이다.
◉ 빙화(氷花)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많이 볼 수 있으며, 설화나 상고대가
녹아 흐르다가 기온이 급강하할 때 그대로 얼어 버린 얼음으로 가지 끝에 매달린 빙화가 햇살을 받으면 영롱한 빛을 뿜는다. 그래서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빙화를 찾아 산을 오르기도 한다.
♣ 상고대의 추억
쉴새 없이 귓전을 스쳐 가는 바람소리가 마치 산짐승의 울음소리처럼 느껴진다. 두려움보다 오싹한 한기가 뇌리를 때린다. 산장의 불빛에 비치는 눈보라는
마치 산을 집어삼킬 듯 몰아친다. 오직 눈송이뿐 아무 것도 뵈지 않는다. 어둠이 지배할 시간이지만 눈앞에 보여지는 세상은 온통 하얗다.
새벽 4시. 서서히 눈이 그친다. 그제서야
암흑 속에 잠겼던 각 봉우리들이 아련히 모습을 나타낸다. 칠흑같이 검게만 보이던 잡목들이 서서히 검붉은
색으로 물들어 간다.
가지 위에 쌓인 눈과 서리에 비친 붉은 기운에 눈이 부시다. 타는 듯 붉은 색으로 물들었던 가지들은 해가 조금씩 떠오르면서 어느새 새하얗게 변한다. 마치 색의 파노라마를 보는 듯하다.
시야를 사방으로 넓혀 봐도 보이는
것은 하얀 연무로 뒤덮인 산등성이 뿐이다. 하늘은 너무도 흰 상고대 때문인지 오히려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 그제서야 갑자기 산이 눈앞에 다가와 있음을 느낀다. 밤새
내렸던 된서리로 산이 온통 하얗다. 천년세월을 버텨왔다는 주목과 구상나무, 이름을 알 수 없는 잡목들의 가지 위에도 흰 상고대가 사뿐히 내려앉아 있다.
산줄기 아래쪽에서 치고 올라오는 습한 기운과 능선을 사정없이 쳐 내려가는 매서운 북풍에 얼어붙어 순식간에 밑동부터 잎새까지 한치의
틈도 없이 하얗게 덮어 버리는 상고대는 너무나 희어 그야말로 순백(純白)색 자체다.
♣ 눈이란?
눈은 대기중의 구름으로부터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얼음의 결정이다. 구름에
있는 물방울은 많은 양이 영하 20도 이하에서 과냉각된 상태로 물방울과 공존한다. 매우 순수한 물로 된 물방울의 경우에는 지름이 단지 수㎜정도에 불과한 작은 입자로서 영하 40도까지 과냉각될 수 있다. 영하40도
이하에서는 이런 작은 물방울이 자연적으로 얼게 되나, 영하 40도
이상의 온도에서는 먼지와 같은 아주 작은 외부 물질이 혼입될 때 얼게 된다. 이런 얼음의 핵으로부터
눈의 결정이 성장하게 되는데, 얼음인자들은 개개의 얼음결정들이 독립되어 있거나 같은 핵을 중심으로 몇
개의 빙정들이 빙정군을 형성하고 있는 경우와 눈송이, 싸락눈, 우박
등 4개의 주요한 형태를 이루게 된다. 얼음으로 포화된 대기
중에서는 얼음결정의 성장면으로 수증기가 확산됨으로써 얼음결정이 복잡한 모양으로 성장하게 된다. 눈 결정의
크기는 보통2㎜ 정도이므로 돋보기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런
눈 결정이 여러 개 합쳐지면 눈송이를 형성하게 되어 크기가 보통 1㎝ 정도가 되지만, 내릴 때 수천 개의 결정이 서로 엉겨붙어 큰 눈송이를 이루게 될 때는 수십㎝ 크기가 되기도 한다.
눈은 기온이 낮은 한랭한 날에는 큰 눈송이로 성장하지 못하고 1개의
눈송이로 내려 가루눈이 되며, 기온이 높아 포근한 날에는 몇 개의 눈송이가 붙어서 함박눈이 된다. 눈과 비가 섞여 내리는 진눈깨비는 눈이 내릴 때 지면부근의 기온이 섭씨 0도
이상으로서 지면 가까이에서 눈의 일부가 녹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싸락눈은 흰색의 투명한 얼음알갱이로서
주로 기온이 섭씨 0도 정도인 초겨울이나 이른봄에 내린다. 이
싸락눈은 지름이 2㎜~5㎜로서 공 모양 또는 원뿔모양이고, 싸락눈을 중심으로 주위에 물이 엷고 투명하게 얼면 작은 우박이 된다.
속담에 함박눈이 내리면 따뜻하고 가루눈이 내리면 추워질 징조라는 말이 있다. 이는 눈의 상태를 보고 날씨를 예상하는 것으로서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함박눈은 온도가 비교적 높은 온대지방에서나
상층의 온도가 그다지 낮지 않은 곳에서 내리는 습기가 많은 눈인 반면에, 가루눈은 기온이 낮은 한대지방이나
상층으로부터 지표면 부근까지의 기온이 매우 낮은 곳에서 눈의 결정이 서로 부딪쳐도 달라붙지 않고 그대로 내리기 때문에 형성되는 `마른 눈'이다. 따라서
싸락눈이 내리면 상층으로부터 한기가 가라앉기 때문에 추워질 징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70년대 이전만 해도 이 땅엔 겨울이면 눈이 `무지하게' 내리곤 했다. 강원도 지방에서는 집과 집 사이에 새끼줄을 걸어 흔들어서
눈 속 통로를 내 다녔다. 남쪽 지방에도 눈이 많이 내려 산에서 꿩 쫓는 일이 신나는 겨울놀이였다. 꿩털이에 준하는 것으로 토끼몰이도 있었으니, 눈이 많이 온다는 것은
시골 사람들에겐 `살 맛 나는 겨울'이요. 산짐승들에겐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눈이 많이 오면 사람들은 하다
못해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이라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눈을 좀처럼 보기가 힘들게 되었으니 사람들은
그 탓을 지구온난화, 공해, 환경오염 등에 돌린다. 그건 결국 사람 탓이 아닌가.
눈에 빠져,
눈과 더불어 겨울을 나는 것은 자연순응이요 자연의 동물인 사람이 `동물(자연)'답게 사는 모습이기도 하다. 조상들은 겨울에 눈 속에서 바삐 뛰며 사는
일을 한 해의 건강을 준비하는 일로 보았을 것이다. 집안에 갇혀 사는 아이들에게 체력단련의 기회를 주기
위해 눈싸움과 눈사람 만들기를 생각해 냈을 것이다. 눈싸움은 맞아도 상처가 나지 않는 게임이고 눈사람
만들기는 갖가지 창의성을 북돋아주는 배려가 돋보이는 것이다.
♣ 상고대 산행
상고대는 설화와는 달라… 일교차 클 때 생겨 지리산이나 오대산에 상고대가 잘 생긴다고 해서 아무 때나 그냥 가면 상고대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온-습도-풍향
등 기상조건이 맞아야 상고대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상고대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로 지난 95년 광주 문흥초등학교
학생들이 무등산의 상고대 발생 조건을 조사해 전국과학전 학생부 대상을 받은 연구결과가 있다. 무등산
정상부의 공군부대의 협조를 받아가며 상고대가 필 때마다 무등산에 올라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섭씨 영하 6도
이하, 습도 90% 정도,
풍속 초속 3m 이상일 때 피어났다.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고 습도가 아주 높아야 상고대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안개가 끼면 상고대가 생길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따라서 안개가 잦고 높은
산의 온도가 낮은 늦가을이 상고대가 잘 피는 계절이 된다. 안개 외에 비나 눈이 와 푹한 날씨가 밤새
갑자기 추워져 기온이 떨어질 때 공기 중의 수분이 얼면서 나무에 달라붙어 상고대가 생긴다.
낮에는 따뜻했다 밤새 기온이 급강하하는 조건은 국내의 경우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상고대를 보려면 고산지대를 오르는 수고를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기온이 급강하한다고 해도 습도가 40~60% 정도로 건조한 상태에서는 상고대를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허탕
없이 상고대를 만나기 위해선 지역번호-131 번으로 전화해 미리 현지의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이 요령이다.
산 속의 나무에 흰 눈꽃이 핀다고 다 상고대는 아니다. 눈이
쌓인 것은 설화, 쌓였던 눈이 얼면서 얼음 알갱이가 줄기에 매달리는 것은 빙화로 각각 구분된다. 물론 한겨울 눈이 내린 뒤에는 설화 상고대 빙화 같은 현상이 복합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 설경산행 시 주의 사항
설화를 감상하는 즐거움과 함께 여름 산행과는 달리 미끄러움 등 악조건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한다.
『겨울산행은 추위와 미끄럼 등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일이 종종 있다』면서『특히 일조시간이
짧은 점을 감안. 해 뜨자마자 출발해 하오4시 이전에는 반드시 하산해야 한다』
겨울산행의 가장 무서운 적은 추위. 이를 견디기 위해서는 방수 등산화와 땀을 잘 흡수하는 면양말을 신어 발을 따뜻하게 하고 여벌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옷은 속옷 위에 면셔츠,얇은 털 스웨터를
여러 겹 겹쳐 입고 그 위에 방수 파카나 점퍼를 입어 바람과 추위를 막아야 한다.
또한 뜨거운 음료나 물을 담은 보온병을
휴대하고 하루 6시간 정도 산행을 하는데 따른 간식도 필요하다. 간식으로는 떡이나 빵 종류가 보통이나
열량이 높은 초콜릿․곶감 등도 좋다.
이밖에 흔히 전문가들이나 갖추는 것으로
생각하는 아이젠은 누구나에게 필수. 값도 그리 비싸지 않으므로 등산화와 결합하기 쉬운 4발 또는 6발짜리를
골라 갖춰가고 장갑은 울을 소재로 한 것이 좋으나 스키장갑도 무방하다.
겨울산행이 고행길이 아닌 즐거운 산행이 되기
위해서는 장비를 완벽히 갖추고 경험이 많은 가이드가 동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