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도 걸었죠

[정동윤]

추워도 걸었죠/정동윤

몹시 추운 날
창자처럼 긴 골목 끝의
살점 넉넉한 생선구이 집에서
막걸리로 언 몸을 녹이고
인근 쌍화차 집에서
꽤 묵은 회포도 풀어냈죠

청계천 걸으며
얼음보다 차가운 물이
영하의 냉기로 우릴 감싸도
발걸음은 쉬지 않고
덕수궁 휘감고 돌아
한적한 카페에서 멈췄지요

오래 걸었으면 좋겠어요
세월과 다투지도 말고
풍경에 말을 걸며
서로 위로하고 다독거리며
햇살 따뜻하게 품듯
같은 방향으로 걷고싶네요

(종로5가역에서 만나
광장시장, 신진시장.골목,
생선구이집 전주식당, 한의원 쌍화탕,
청계천, 환구단, 시의회 회관, 성공회 성당,
정릉 영국대사관, 덕수궁 돌담길,
구세군혜마루, 구러시아 공사관, 고종의 길,
캐나다 대사관 회화나무, 성프란치스코수도원,
돈의문 터,대만 교회, 이화학당 정문,
정동극장 이동백 명창 동상, 정동 교회, 시립미술관, 배제학당, 서소문 공원,
약현성당./맛집에서 마무리).

[난정주영숙]

언제나 청춘이십니다.
오래오래 그렇게 아름다우시기를 바랍니다.

[정동윤]

너무 걷는 이야기가 많아 난정님께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양해 바랍니다

[난정주영숙]

[최냠균]

여유로운 시선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ㆍ

[정동윤]

세상을 보는 시선이 좀 더 부드러워졌으면 고민합니다

[전산우]

참 좋은 시간들이었겠습니다.

[정동윤]

네,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