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ㅡ
- 정호승 -
서울에 푸짐하게 첫눈 내린 날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고요히 기도만 하고 있을 수 없어
추기경 몰래 명동성당을 빠져 나와
거울역 시계탑 아래에 눈사람 하나 세워놓고
노숙자들과 한바탕 눈싸움을 하다가
무료급식소에 들러 밥과 국을 퍼주다가
늙은 환경미화원과 같이 눈길을 쓸다가
부지런히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껌 파는 할머니의 껌통을 들고 서 있다가
전동차가 들어오는 순간 선로로 뛰어내린
한 젊은 여자를 껴안아주고 있다가
인사동 길바닥에 앉아 있는 아기부처님 곁에 앉아
돌아가신 엄마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다가
엄마의 시신을 몇개월이나 안방에 둔 중학생 소년의 두려운 눈물을 닦아 주다가
경기도 어느 모텔의 좌변기에 버려진 한 갓난아기를 건져내고 엉엉 울다가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부지런히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와 소주를 들이켜고
눈 위에 라면박스를 깔고 웅크린녹숙자들의 잠을 일일이 쓰다듬은 뒤
서울역 청동빛 돔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다.
비둘기 처럼
(정호승시인의 ''이 짧은 시간 동안''중에서)
이 시는 정호승 시인이 추기경님을 추모하며 올린 시라고 들었습니다.
이번에 들려오는 고국의 폭우 피해 소식을 들으며 이 시를 떠올려 봅니다.
추기경님의 기도하는 손!
감당할 수없이 폭풍우처럼 쏟아지는 애원의 기도소리에 얼마나 애태우며 헤매고 다니셨을는지요?
귀한 인명피해 소식에 그저 한숨만 짓고 있습니다.
언제나 인명사고는 한 발 늦은 대책이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이 모든 기상이변의 원인 중에 지구 온난화가 차지하는 바가 크다고 하는데
이 원인은 빠른 시일내에 해결 되어질 수 없음을 직시하고
새로운 온난화 상황의 재난 대비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같습니다.
다시 한 번 지구 온난화를 막는 노력에 진심으로 동참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다시는 이런 재해 소식 들리지 않기를 기도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