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군(聖君)의 백성답게 살아갑시다
오늘은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예수님에게는 여러 가지 호칭이 있습니다. 메시아, 구세주, 하느님의 어린양 등등. 그중에 가장 영광스러운 호칭이 바로 왕입니다. 왕은 그가 한 말과 행동에 따라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성군(聖君), 혼군(昏君), 폭군(暴君). 성군(聖君)은 꼭 필요한 왕입니다. 자신의 모범적인 말과 행동으로 미치는 영향력을 통해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뿐만 아니라 역사에도 길이 기억될 업적을 남기는 선구자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왕 밑에 사는 백성은 행복합니다. 그래서 그 행복이 백성들의 삶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태평성대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지요. 우리에게 예수님 왕은 바로 이런 존재이십니다. 성군이 다스리는 때라고 해서 문제가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공명정대하게 사회 시스템이 돌아가고, 서로를 도와주고 위로해 주면서 살아가기에 쉽게 극복이 됩니다.
혼군(昏君)은 있으나 마나 한 왕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가 다스리는 나라뿐만 아니라 역사에도 그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었는지 모르겠다고 기록이 됩니다. 이런 왕 밑에 사는 백성은 괴롭습니다. 백성들은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나타나서 이 세상을 한 번 뒤집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폭군(暴君)은 왕이 되지 말았어야 할 왕입니다. 그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기 때문에 그가 다스리는 나라 뿐만 아니라 역사에도 그는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 말고는 한 게 없다고 기록이 됩니다. 이 왕 밑에 사는 백성은 새날이 오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래서 새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차라리 나라가 망했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하게 됩니다.
성군 밑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혼군 밑에는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폭군 밑에는 폭군 못지않은 악인들이 모여듭니다. 예수님은 역사에 길이 남을 성군이신데 우리가 사는 이 세상과 우리가 모여있는 이 교회 안에는 훌륭한 사람들만 있습니까?
솔직히 아닙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더 많은 훌륭한 사람들의 힘으로, 공명정대한 시스템과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자기 잇속만 챙기고자 하는 사람, 악한 마음만 가득한 사람을 정화시킬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성군은 궁 밖에 몰래 나가는 야행이라는 것을 통해서, 자신의 눈과 귀를 대신할 수 있는 암행어사를 통해서 백성들의 삶의 모습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보았습니다. 우리의 예수님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그렇게 오셨고, 또 지금도 그렇게 살고 계십니다. 우리는 이런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서 성군의 백성답게 예수님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삶의 모습이 예수님 삶의 모습을 따르고 있어야 하고,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예수님의 마음을 드러내는 거울이 되고 있어야 합니다.
-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 / 사회사목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