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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tyle="text-align: left;">고랑에 스미는 시절<br><br><br>김진<br><br><br><br><br>비가 온다던 반월댁의 말이 <br>고추 모종 비닐포에 후둑후둑 쏟아진다<br><br>머위대 굵어가는 새골댁의 <br>파꽃 등불 환한 안성댁의<br>삽자루 심는 종태 아저씨의 <br>텃밭이 젖어간다<br><br>채송화 올망졸망한 초등학교 복도가 들썩인다 <br>똑순이가 교문으로 뛰어나온다<br><br>밤새 파꽃처럼 몽실거리는 담배 연기를 품은 종태 아저씨가 몹쓸 병에 걸려 연기 따라 가셨단다<br><br>무엇 때문인지 무슨 병인지 묻지 않고 동네 텃밭은 소란한 눈물만 쏟아냈다<br><br>똑순아, 아저씨가 젖는다<br><br>모종처럼 나란히 비닐포 사이를 파고들 듯<br>눈물 고랑을 내던 아저씨가 텃밭에 스며든다<br><br>비와 텃밭은 사람의 고랑에 스미는 시절<br><br>빗소리가 요란할수록 귓가로 쏟아지는 사람들이<br>하염없이 고랑을 타고 흐르고 있다<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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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고랑에 스미는 시절
삐삐롱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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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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