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퍼펙트 게임, 의외로 터지는 영화를 만나는 즐거움
스포츠는 무지하게 싫어해도 스포츠 영화는 좋아한다. 일단 결과를 알고 볼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작되는 스포츠 영화의 경우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경우가 여럿 있고, 그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게다가 스포츠 영화 특유의 그 짜릿함이라니. 다소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충분한 매력이 아닌가? 또 스포츠를 싫어하더라도 야구는 조금 안다. 모바일로 나온 야구 게임 덕이지만, 아무튼 조금 아는 만큼 영화를 재밌게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게다가 야구를 하나도 모르는 캐릭터를 집어넣으면서, 나처럼 야구 모르는 관객들도 하나씩 배워가면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해외 스포츠 영화가 단순히 지루한 감성에만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과 다르게 여전히 한국적 신파에 모든 것을 올인하기는 하지만. 그 맛에 한국 영화를 또 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올 한 해 롯데에서는 무려 두 편의 야구 영화를 만들었다. ‘김주혁’과 ‘김선아’가 꽤나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지만 완전히 묻혀버린 [투혼] 그리고 [퍼펙트 게임]이다. 하지만 [퍼펙트 게임]은 [투혼]하고 조금 형국이 다른데, [머니 볼]을 통해서 야구 영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커졌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연말 개봉하는 영화들이 스토리에서 다소 약한 모습들을 보여주시니 상대적으로 뻔한 스토리이기는 하지만 안정적인 [퍼펙트 게임]에 관객들이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최종 병기 활]의 경우 뛰어난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퀵], [고지전], [7광구] 스토리에 실망한 관객들이 찬사를 보냈었다. 반사 효과랄까?) 다만 네티즌의 호평에도 흥행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CJ 계일인 CGV와 프리머스 시네마에서는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과 [마이웨이], [오싹한 연애] 챙기기도 바쁘니까. 우리나라에서 영화관의 푸쉬가 없으면 흥행하기 어렵기에 롯데시네마 계열의 [퍼펙트 게임] 확실히 버겁다.
- 감독
- 박희곤
- 출연
- 조승우, 양동근, 최정원, 마동석, 조진웅
- 정보
- 드라마 | 한국 | 128 분 | 201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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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영화 무지하게 빤한 영화다. 실화가 바탕이 되었다고 하지만 주인공 이름 빼고는 거의가 허구다. 게다가 스포츠 영화가 그렇듯 닳고 닳은 스토리 진행을 보여주는데, 약간 억지식 감동 역시 스포츠 영화 특유의 냄새가 짙다. 롯데에서 제작이 된 만큼 롯데 쪽이 더 멋있게 그려지기도 했다. 물론 롯데 덕이 아니라 ‘고 최동원’ 감독에 대한 예우일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닳고 닳은 이 이야기의 반복 덕분에 재미는 있다. 분명 어딘가에서 흥행한 코드들을 따왔으니 스토리가 재미없기도 어렵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퍼펙트 게임]은 다른데, 쓸데없는 변주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성공 코드를 가지고 오면서 감독들은 거기에 자신의 색을 넣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러다가 오히려 스토리가 무너지는 영화들이 많다. 흥행 코드는 가능하면 그대로 따르는 것이 좋다.
조연들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 역시 [퍼펙트 게임]의 강점이다. 큰 줄거리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포커스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몇 개의 에피소드가 보이는데 큰 줄거리를 거스르지 않으니 이거 분명 감독의 능력이다. 또한 상투적인 이야기라 지루해지려고 하면 에피소드를 마무리하는 방식이니 지루할 틈이 적다. 자칫 산만해 보일 수도 있는 구성이지만 큰 줄거리를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그 흐름도 순서대로 정렬이 된 만큼 몰입도를 방해하지 않는다. 게다가 에피소드가 마무리가 되면 그 에피소드에서 중심을 잡았던 캐릭터를 깔끔하게 재등장시키지 않으니 관객들은 누구에게 포커스를 맞추면서 볼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눈에 보이는 ‘조승우’와 ‘양동근’ 이 두 사람이 주인공이니 말이다. 그리고 영화는 충실하게 주연들에게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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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조승우’라는 배우는 그다지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다. 그의 연기력은 뛰어나지만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흥행 실패는 그의 이미지를 나쁜 쪽으로 굳혔다. 게다가 어딘지 모르게 악한 느낌을 주는 그의 마스크에 약간의 두려움도 있달까?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며 진짜 야구를 하려고 하는 ‘최동원’ 감독의 야심이 보이는 순간 더 이상 ‘최동원’ 감독이 아닌 ‘조승우’로 변해버린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자신의 색채가 짙은 배우는 좋은 배우가 아닐 것이다.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이 이렇게 흠으로 느껴질 줄이야. 89년생인 나는 ‘최동원’ 감독님의 선수시절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지 못하기에 영화를 통해서만 그 삶을 느껴야 하는데, 그 삶이 느껴지기 보다는 그저 배우 ‘조승우’만 남아있는 것은 아쉬운 느낌이다. 뭐, 연기 잘 해서 실망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조승우’는 어이없어 하겠지만 말이다.
아마 이 부분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캐릭터 구성이 다소 약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선동렬’에 비해서 캐릭터가 약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영화감독의 지나친 존경심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선동렬’ 캐릭터는 다소 까불거리면서도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내게 하는 반면, ‘최동원’ 캐릭터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신화처럼 그려내는 느낌이 강하다. ‘최동원’ 감독의 선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그의 선수시절을 생각하며, 아, 그때는 그랬지. 라고 이야기하며 감탄할 수도 있겠지만, 그를 모르는 사람으로는 그저 추상적인 느낌이다. 또한 대결을 통해서 승리를 하고자 하는 ‘선동렬’의 이유는 명확한 반면, ‘최동원’ 은 어쩔 수 없이 끌려나온 느낌이다. 그 절실함이 부족한 것 역시 ‘최동원’ 캐릭터의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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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양동근’은 ‘선동렬’과 잘 어울린다. [뉴 논스톱]의 구리구리 양동근을 지나서, [네 멋대로 해라]의 ‘고복수’, 그리고 [그랑프리]의 ‘이우석’을 찍은 ‘양동근’ 표 ‘선동렬’은 영화에서 살아난다. 아무래도 이미지 자체가 워낙 잘 어울리는 탓에, ‘양동근’ 역시 자신의 느낌이 꽤나 강한 편이지만 그래도 ‘선동렬’ 감독의 느낌이 살아난다고나 할까? 위에서도 살짝 언급했던 것처럼, ‘선동렬’ 캐릭터는 행동을 하면서 그걸로 캐릭터를 구축한다. 그렇다 보니 더 캐릭터에 생동감이 주어지고, 매력에 빠지게 된다. 또한 왜 그렇게 승리를 위해서 집착하는 지 역시 그의 행동을 통해서 어느 정도 보여주니 결과적으로 포커스는 ‘조승우’에게 더 많이 갔지만,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배역은 ‘양동근’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또 포커스와 다르게 비중 자체는 ‘선동렬’도 그리 적지 않다. 아니, 오히려 뒤따라가는 느낌이다 보니 더욱 집중도 있게 보여주지 않나 생각이 된다.
‘양동근’이라는 배우는 그가 가지고 있는 연기력에 비해서 과소평가 되고 있는 대표적인 배우다. [네 멋대로 해라] 같은 진지한 영화부터, [바람의 파이터] 같은 영화. 혹은 [아이 엠 샘] 같은 명랑한 드라마에까지 모두 다 어울렸다. 하지만 시트콤에서의 이미지가 너무나도 강렬했던 탓과 더불어 다소 추레하게 하고 다니는 그의 외모 탓에 그의 연기력은 대중에게 무시당하는 느낌이다. [그랑프리] 당시에서도 갑작스럽게 하차하게 된 ‘이준기’의 대타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일부에서는 테리우스처럼 묘사가 되었던 극 중 캐릭터와 ‘양동근’의 부조화만 꼬집었다. 아무튼 이 연기 잘 하는 ‘양동근’은 [퍼펙트 게임]에서 연기력을 선보일 기회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조승우’의 경우 ‘조진웅’이라는 배우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혼자만의 질투가 대다수의 감정이니까. 그럼에도 ‘양동근’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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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나는 그가 [국가대표]에서 열심히 해설을 했을 때부터 좋아했었다. 최근 살까지 쫙 빼시고 [뿌리 깊은 나무]에 나오는 것을 보며 말 그대로 놀라웠다. 사람이 저렇게 멋있게 변해도 되는 건가? 얼마 전 씨네 21을 보다보니 [퍼펙트 게임]에 들어가면서 체중 관리가 된 거라고 하던데, 영화가 한 배우의 이미지를 확 바꾼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나는 체격이 좋던 ‘조진웅’도 좋아한다. 영화에서는 ‘조승우’와 티격태격하면서도 그의 고통을 이해하고 도와주기 위해서 애쓰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스포츠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조력자 같은 느낌? 적당히 명랑하면서도 코믹한 느낌의 좋은 배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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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은 과거 [히트]에서 형사로 나온 이후 좋아하고 있는 배우다. 굉장히 거칠어 보이는 인상과 다르게 착한 역할을 주로 한 것이 그에 대한 이미지를 굳혔는데, 이번 [퍼펙트 게임]에서도 만년 후보 선수이지만 성실히 최선을 다 하는 역할을 맡았다. 허구의 인물인 만큼 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역할도 맡았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주연으로 나온 그 어떤 배우보다도 임팩트가 컸다고 생각 된다. 아내로 나오는 ‘이선진’ 까지도 빛을 발하게 만드는 최고의 배우로 [통증]에서 보다도 느낌이 좋았다. 다만 캐릭터 자체가 감동을 위해서 사용 되는 한 방 캐릭터라는 느낌이 강하기에 조금 아쉽다. 게다가 주인공이 아니다보니 캐릭터로 만들어지는 감동을 느길 시간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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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은 야구 영화를 야구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들도 볼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키워드다. 극 중에서 야구를 하나도 모르는 초짜 기자로 출연하는데, 그녀가 하나하나 야구를 배워가면서 열정을 가지는 부분은 흥미롭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야구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던 관객들도 어느 정도 상식을 가지게 된다. 사실 스포츠 영화는 스포츠를 하나도 모르고 봐도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왕 보는 거 조금 더 알고 보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왜 그렇게 사람들이 이 대결에 집착하게 되는 지 역시 ‘최정원’의 캐릭터를 통해서 보여준다. ‘최정원’이 두 사람의 대결을 보면서 눈물 흘리는 것은, 대결 이상의 무언가를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고, 이는 스크린을 넘어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부분이다. 얼굴만 예쁜 연기자인 줄 알았는데, 연기도 참 잘 한다.
그렇지만 다소 긴 런닝타임은 흠이다. 잡지에서 보니 119분짜리 버전이 있었다고 하는데, 차라리 그 버전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이 된다. 어설프게 군부독재 이야기를 넣는 것도 아쉬웠다. 3S 정책이 분명 프로 야구의 탄생 시초였고 그 의도는 나빴지만, 그렇게 스리슬쩍 지나갈 소재는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포커스만 흐리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올 겨울 개봉작 중 평점 9점대는 (다음 평점) 분명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관객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즐거운 영화고 말이다. 게다가 세대롤 관통하는 것이 있으니, 연말 연시 애인들만 챙기지 말고 부모님들도 챙기시는 것 어떨까? 가족과 영화관도 가고, 몰링도 하고, 밥도 먹고. 아무튼 이 영화 매력적이다.
2008년 2009년 2010년 상/하반기 2011년 상/하반기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권순재의 러블리 플레이스 http://blog.daum.net/pung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