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주간조선 2012년 10월 15일
[건강] 중년 남성의 잠도둑 야간뇨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227100025
건축설계사인 박모(55)씨는 몇 주 전부터 새벽 3시쯤 되면 잠에서 깬다.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전날 과음을 한 경우에는 자다가 두 번을 깨기도 하고, 심한 경우 볼일을 보는 꿈을 꾼 적도 있다.
자연히 박씨의 생활패턴은 불규칙해졌다. 밤에 자주 잠에서 깬 탓인지 피로가 몰려왔고 낮잠을 자는 시간도 늘었다. 고민 끝에 비뇨기과를 찾은 박씨에게 ‘야간뇨’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 화장실에 간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전날 물을 많이 마셨거나 평소보다 유난히 일찍 잠자리에 든 경우라면 요의(尿意) 때문에 눈이 떠진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가 아님에도 한 번 이상 꼭 화장실에 간다면? 당신은 지금 야간뇨, 즉 배뇨장애를 앓고 있다. 배뇨장애란 말 그대로 소변을 원활히 보지 못하는 것. 야간뇨는 성인남성에게 특히 많이 나타난다.
지난 6월 대한비뇨기과학회(회장 정문기)와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회장 이규성)는 40세 이상 성인남성 중 65% 이상이 야간뇨 증상을 보인다고 발표했다. 야간뇨란 밤 시간 수면 중 잠에서 깨 1회 이상 화장실에 가는 것으로, 야간뇨의 유병률(발병자 수의 비율)은 40대 57.3%, 50대 64.5%, 60대 77.8%로 나이가 많을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야간뇨를 조기에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야간뇨가 배뇨 시 통증은 물론 고혈압, 당뇨병, 심지어 우울증까지 동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환자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낮 시간에 운전을 해야 하는 사람의 경우 야간뇨가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40세 이상 남성 65%가 야간뇨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의 회장인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전문의는 주간조선에 “병세가 심각한 환자의 경우는 낮보다 밤에 화장실에 많이 가기도 한다”며 “이런 ‘야간다뇨’를 앓고 있는 환자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말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실제로 환자 가운데 46%는 ‘야간뇨가 직장생활에 불편함을 준다’고 대답했고, 20.1%는 ‘야간뇨가 일상생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밤 시간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낮 시간 집중력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생활리듬이 깨져버리는 것이다. 야간뇨 환자 10명 중 3명은 배뇨 시 통증으로 고통을 받기도 한다.
야간뇨가 우울증이나 고혈압 등 다른 질병을 동반할 때는 치료가 더 시급하다. 이규성 회장은 “야간뇨와 다른 성인병의 연관관계가 높다”며 “조사에 따르면 우울증을 동반한 야간뇨 환자율(17.8%)은 정상인(8.1%)의 두 배가 넘고, 고혈압을 동반한 야간뇨 환자율은 39.1%로, 이 역시 정상인(26.9%)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였다”고 말했다. 야간뇨 환자(15.4%)는 정상인(11.1%)에 비해 당뇨병을 앓기도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야간뇨와 기타 질병을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높은 동반율로 볼 때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는 야간뇨를 겪고 있는 환자의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30% 더 높다는 통계도 있다”고 말했다. 또 막 잠에서 깬 상태로 화장실을 찾는 것은 낙상의 위험을 높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야간뇨를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정문기 대한비뇨기과학회장은 “조사에서 야간뇨를 앓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 75%가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본 적은 없다고 답했다”며 “야간뇨가 치료의 대상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정 회장은 “일반적으로 야간뇨를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증상이 보이는 즉시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간뇨의 원인은 크게 ‘전립선 비대증’과 ‘과민성 방광’ 두 가지로 분류된다. 전립선이 비대해져 소변 통로를 막을 경우 소변 배출 과정에 문제가 생겨 배뇨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소변을 보기 전 오랜 시간 뜸을 들여야 하는 ‘지연뇨’, 소변의 흐름이 끊기는 ‘단절뇨’, 소변 줄기가 약한 ‘세뇨’ 등의 증상 역시 전립선 비대증과 관계가 있다. 특히 ‘지연뇨’로 고생하는 50대 이상 남성의 경우, 공중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심리적 압박을 받아 오줌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야간뇨, 노화 아니라 질병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한 야간뇨에는 전문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 치료에는 전립선부 요도를 이완시켜 배뇨 증상을 완화하는 ‘알파차단제’와 전립선 성장에 관여하는 남성호르몬을 차단하는 ‘남성호르몬 차단제’가 쓰인다. 심할 경우 레이저로 전립선 조직을 제거해 소변의 출구를 확보하기도 한다.
과민성 방광의 경우 소변의 저장 과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 경우 부교감신경 억제제 투여를 통해 치료할 수 있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방광이 수축되고 소변이 나오는 것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과민성 방광의 치료는 방광 근육의 긴장도를 낮추고 유연성을 증가시켜 방광의 기능 회복을 돕는다.
과민성 방광의 치료를 위해서는 이뇨 작용을 유발하는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방광을 자극할 수 있는 매운 음식이나 탄산음료를 피해야 한다. 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는 민간요법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아미비뇨기과의 배범철 전문의는 “증세가 심각하지 않을 때는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긴장을 이완하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전문의는 “만성피로나 신경과민증 역시 야간뇨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하루 2L 이상의 과도한 물 섭취는 야간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야간뇨가 의심될 경우 저녁식사를 마친 후 혹은 잠자기 두 시간 전부터는 가급적 물을 마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잠에서 깨면 무의식적으로 화장실을 찾는 습관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