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한계>
1. 1970년대는 전 지구적으로 성장과 풍요의 욕망이 극대화되던 시기였다. 경제적 성장은 인간의 복지를 향상시켰고 인류는 전체적으로 높은 생활수준을 달성하였다. 성장지상주의는 이 시대를 지배한 중요한 이데올로기였다. 이때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반대되는 중요한 저작이 나타난다. 1972년 로마클럽이 발표한 <성장의 한계>는 현재와 같은 인구증가 및 경제규모 증가가 계속된다면 성장은 한계에 맞을 것이며 지구 전체에 위험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작품이 제기한 경고는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에는 아직 자원의 부족과 인구증가에 따른 위험이 실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으며 기술의 발전에 대한 낙관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지배했기 때문이다.
2. 발표 30년 후 저자들은 다시 <성장의 한계> 개정판을 내놓는다. 여기에서는 좀 더 다양한 데이터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지구 시스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30년 전의 경고가 결코 잘못된 헛소리가 아니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지구에 대한 핵심적인 경고는 반복되고 있다. 인구의 증가와 경제의 증가는 지구의 수용능력을 넘어섰고 늘어나는 오염과 폐기물에 대한 처리능력이 한계에 도달할 때 지구에 미치는 인간의 생태발자국은 점차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발자국은 “자연에 미치는 총체적인 영향력을 말한다. 자원추출, 오염물질 방출, 에너지 사용, 생물다양성 파괴, 도시화를 포함해서 모든 물질적 성장의 결과는 자연에 미친 영향의 총합으로 정의”된다고 할 수 있다.
3. 저자들은 <월드 3>이라는 컴퓨터 모형을 개발하여 인구 및 경제 증가 그리고 다른 사회적 요소들이 변화할 때 지구 시스템에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를 분석적으로 탐색한다. 이때 추출되고 분석되는 지표는 크게 3가지이다. 첫째는 ‘세계의 상태’로 여기에는 인구, 식량생산량, 산업생산량, 상대적 오염도, 재생불가능한 자원(화석연료, 금속, 물질 등)의 남아있는 정도 등이 포함된다. 둘째는 ‘물질적 생활 수준’으로 1인당 식량생산량, 사회서비스, 상품소비량과 평균수명이 대상이 된다. 셋째는 인간의 복지지수와 생태발자국이다. 즉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국의 정책과 제도가 세 가지 지표에 어떤 영향을 주며 이러한 영향이 과연 지구 시스템에 한계초과와 위기를 초래하는 지를 추적하는 것이다.
4. 컴퓨터 모형을 통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추적한 결과 지구의 생산기반과 폐기물 처리의 문제는 지구의 한계를 초과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것은 성장지상주의라는 사회적 목표에 집착했을 때 성장의 기하급수적인 발전은 엄청난 후유증을 발생하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신호에 대한 왜곡과 지체 때문에 대처는 점점 늦어지고 결국은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원의 한계와 인구의 성장은 결코 지구를 지속가능한 세계로 만들 수 없음에도 인간들은 기술과 시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바탕으로 여전히 성장의 욕망을 줄이지 않고 계속적으로 현재의 자원을 낭비하면서 지구에 생태발자국을 남기면서 한계초과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초과의 결과는 결국 지구 붕괴일 수밖에 없다. “지구 전체 차원에서 한계초과와 붕괴는 지구를 조절하고 공기와 물을 정화하고 생물량을 복원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쓰레기를 영향소로 바꾸는 자연을 지탱하는 거대한 순환체계의 붕괴를 의미할 수 있다.”
5. 그렇다면 저자들이 제기하는 해결책은 무엇인가? 저자들이 컴퓨터 모형을 통해 찾은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인구증가와 생산량 증가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안정화를 추구하며 오염방지 및 자원효율성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정책이나 기술적인 접근이 아니라 지구 전체에 대한 세계관의 전환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지구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기술적인 해결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고 다음과 같은 방법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①인구와 자본의 증가속도 늦추기 ②에너지와 물질의 처리량 축소 ③지구의 생산기반 능력 및 폐기물처리능력 보존 및 복원 ④자연의 신호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 ⑤ 환경의 침식을 막고 원상태로 복원” 이러한 실천은 빠를수록 지구의 위기를 막을 수 있다.
6. 이것은 궁극적으로 1972년 제기되었던 질문 “현재 전 세계에서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은 우리를 지속가능한 미래로 이끌 것인가? 아니면 붕괴시킬 것인가? 모두가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인간경제를 창조하기 위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응답이다. 지속가능한 세계는 지구상에 생존하고 있는 사람들의 절대적인 목적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작업이 바로 <성장의 한계>의 저자들이 오랫동안 추구했던 목표였다.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에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속가능한 사회는 오늘날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미래 시대의 역량을 훼손하지 않고 현재의 욕구에 잘 대응하는 사회이다.”
7. 저자들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침을 좀 더 세부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것은 보통의 사람들이 지녀야 할 지구생태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에 해당할 것이다. “①계획대상기간을 늘린다(단기-장기) ②신호체계를 개선한다 ③반응속도를 높인다 ④재생불가능한 자원의 사용을 최소로 줄인다 ⑤재생가능한 자원의 침식을 막는다 ⑥모든 자원의 효율성을 최대로 높여 사용한다 ⑦인구와 물질자본에 기하급수적 증가를 서서히 늦추다가 결구에는 멈추게 해야 한다.” 이러한 지침의 공통된 요소는 삶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의식전환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삶에서 중요한 것을 물질적인 만족이나 성장에 두지 말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행하지만 이것은 ‘행복이 아닌 생존’에 대한 탐색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전지구적 문제인 것이다.
8. 하지만 인간의 어리석은 본능은 때론 미래의 안정보다는 현재의 욕망에 더 집중되어 있다. 미래의 세계가 어떻게 변하든 현재 나의 삶이 풍족하고 물질적 욕구를 채울 수 있다면 그것을 요구하고 몰두할 것이다. 아쉽게도 저자들이 말하는 내용에도 이러한 물질적 욕망을 자극하는 발언이 있다. 그것은 2040년까지는 현재의 자원과 인구 그리고 물질적 소비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예상하고 있는 점이다. 결국 어느 시기에 급속도로 문제는 악화되겠지만 현재만 살고 미래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수많은 사람들은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 지구의 자원을 최대로 사용하는 것을 선택할지 모른다. 결국 인간의 의식적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지구 전체의 지속가능한 세계는 불가능하다. 지금은 오히려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위해 타인을 배제하고 지구를 학대하는 현상이 더 확대되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저자들은 세계의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꿈꾸고 네트워크 만들고 진실을 말하고 배우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록 쉽지 않은 흐름이지만 소규모의 공동체가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어보는 것이다. “예정된 미래는 없으며 세계는 인간의 선택에 달려있다.” 어쩌면 <성장의 한계>는 지구 시스템의 회복을 위한 고독한 협력자를 부르는 서글픈 메아리인지 모른다. 그것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첫댓글 - " 미래의 세계가 어떻게 변하든 현재 나의 삶이 풍족하고 물질적 욕구를 채울 수 있다면 그것을 요구하고 몰두할 것이다. "
- 지금까지의 세계를 바라볼 때 아직까지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것은 너무 웃기는 생각이다. 아무리 외친들 무엇하랴? 그냥 달려갈 뿐! 인종, 종교, 민족, 국가의 경제적 이익......... 사고날 때까지 배불리 먹고 마시며 놀다가 함께 죽어나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