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먹고 알 먹기, 건강 챙기고 쓰레기 줍기
일석이조, 일거양득, 운동하고 선물 받기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에서 시행하는 플로깅 행사가 코로나 19로 인해 개별적으로 실시한다. 플로깅을 하면서 인증 사진과 5천보 이상 만보기 어플을 캡쳐한 사진 2매를 복지관 카카오 톡 플러스친구나 개인 SNS에 해시태그(#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서동요 #플로깅 #내가그린서대문)하여 업로드 하면 된다.
참여 혜택으로는 어르신이 직접 제작한 뜨개질 수세미 제로웨이스트 네트백과 칫솔 등 친환경 기념품 세트를 발송해주며 베스트 후기 5명을 선정하여 추가 상품을 준다. 참고로 희망자에게는 VMS 봉사시간을 발급한다.
플로깅이란 이삭을 줍는다는 뜻인 스웨덴어 ‘plocka upp(pick up)’과 조깅(jogging)을 합친 단어다. 우리나라에서는 줍깅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줍기와 조깅을 합친 말이다. 플로깅 캠페인이 효과적인 이유로는 30분 동안 쓰레기를 주우면서 조깅하는 사람이 조깅만 하는 사람들에 비하여 훨씬 많은 칼로리를 태운다는 통계도 있다.
8월 20일 주말에 비가 온다는 예보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어서 서두르기로 했다. 행선지는 5 천보를 예상하여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복지관까지로 정하고 가벼운 옷차림에 비닐봉지를 들고 집을 나섰다.
불볕더위가 가시고 시원한 가로수길을 걷노라니 마음이 상쾌해진다. 미세하나마 가을 향기가 코끝을 건들고 지나간다. 정을병 문학비가 있는 이 거리도 얼마 후면 낙엽이 쌓일 것이다.
정을병(1934~2009)은 소설가로 허구적인 측면보다는 체험을 중시하는 고발문학의 기수로 평가받는다. 주요 작품으로는 '개새끼들, 1966', '말세론(末世論), 1968', '도피여행(逃避旅行), 1971', '피임사회(避姙社會), 1972' 등이 있다.
문학비를 지나면 정자와 제법 큰 운동기구를 비치한 쉼터가 나온다. 헬스장에 가지 않고도 충분한 운동이 가능하게 여러가지 운동기구가 있다. 오랜만에 마시기 적합하다는 샘터에는 너무 조금씩 작은 구멍에서 물이 떨어져 한 잔 마시려면 한 시간은 걸릴 듯싶다.
휠체어 무료 대여소를 지나 커피지기푸드트럭 있던 자리에는 코로나 19 여파로 '무기한 연장'이라는 플래카드만 팔랑거리고 넓은 휴게소는 사람들이 앉지 못하도록 곳곳을 노란 줄로 동여맸다. 서대문 도서관으로 내려가는 곳에도 2인 이상 취식도 할 수 없도록 주의 사항이 적혀있다.
쓰레기 1호 발견, 누군가 종이컵을 버리고 갔다. 결과적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담배 꽁초를 발견하기는 힘들었다. 그만큼 환경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아졌다는 뜻일 것이다. 이번에 발견한 또 하나의 기쁨은 곳곳에 소화기를 비치한 일이다. 초반 진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사람으로서 말이지만 소화기는 산불예방에 필수적인 도구다.
이번 플로깅을 통해 느낀 점은 집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쓰레기 경사 아래에 있는 것은 손이 닿지 않아 줍지 못했다. 대신 재개발 지역에서 바람에 날려온 쓰레기들을 주우니 봉투에 제법 쌓인다.
재개발 때문에 독립문역으로 내려가는 방향이 바뀌었다. 안산과 인왕산을 잇는 무악재구름다리쪽에서 내려가 다시 독립문 공원으로 가야 한다. 워크 온을 확인하니 3 천보를 약간 넘었다. 복지관까지 어림짐작해봐도 5 천보가 되지 않을 것 같다.
독립문공원에 들어서자 주차장 앞 화장실도 독립을 위해 싸운 선조들의 기개가 느껴진다. 이번 홍범도 장군처럼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핍박을 받고 친일한 사람들이 부귀를 누리는 세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걸음수도 부족해서 겸사해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둘러보고 싶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예약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
독립신문을 창간했던 서재필(1864~1951)의 동상, 독립관, 독립공원 방문자센터, 독립문을 거쳐 횡단보도를 건너면 영천시장이다. 시장은 규모에 비해서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유명한 맛집이 많아 독립문공원에 오게되면 많은 사람들이 들리게 된다.
2500원짜리 칼국수도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떡갈비로 유명한 최가상회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상회 건너편에 휴게소를 만들어 놓았는데 "저희를 사랑해 주셨던 고객분들에게 불편을 드리지 않는 것이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문구에 조그마한 감동이 밀려와서다. 땀을 식힐 겸 의자에 앉아 얼음물에 담긴 음료수를 마시고 얼마냐고 묻자 옆에 떡갈비를 기다리고 있던 손님이 공짜라고 알려준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좁은 골목을 통과, 오르막길을 간다. 이번에는 이전에 없던 횡단보도 표시를 보니 무척 반갑다. 노인복지관 가는 길이어서 노인들의 통행이 빈번한데 대부분이 돌기 싫어 무단횡단하기 일쑤였던 지역이다.
복지관 도착하여 항상 웃음으로 응대하는 권다래복지사를 찾아 플로깅 기념사진을 부탁했다. 등에는 흐르는 땀으로 옷에 달라붙어 눅눅했지만 마음이 상쾌하다.
권다래 복지사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어서 보람이 있다"라고 말한다. 이어서 "어르신들이 살기 좋은 곳이면 누구나 살기 좋은 곳이다"라는 의견을 밝히고 "코로나 19로 대면으로 행사를 이루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어르신들이 개별적으로 운동과 환경보호에 참여함으로써 건강 유지 활동에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소망을 피력했다.
정재순 서대문시니어기자
https://blog.naver.com/cjs2136
첫댓글 요즘은 플로깅이 많이 알려져서 주위에서도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재순 님의 참여기 잘 봤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