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은 장맛비로 라이딩이 취소되어 마음이 휑하였으나 오늘은 모처럼 장맛비가 걷혀 하늘은 청명하고 미세먼지는 사라졌으며 여름 날씨 답지않게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와 운동하기에는 최상의 날씨였다. 7월은 염소뿔이 녹는다는 일년 중 가장 무더운 대서(大暑)가 있는 달이다. 이때를 기준으로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바캉스 시즌으로 접어든다. 자전거 여행도 휴식기를 맞이한다. 이번 라이딩은 부담없이 가볍게 몸을 풀면서 휘파람불며 심드렁하게 달릴 수 있는 아기자기한 우이천 코스이다.
살곶이 체육공원에서 청계천 수상교를 건너 중랑천으로 접어들고 우이천(牛耳川)으로 가는 도중에 이화교를 지나서 반대편에서 달려온 베어 킴을 우연히 만났다. 베어 킴이 라이딩에 참가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라이딩 도중에 쇄도우수(김명수)에게 전화를 걸어 합류하겠다는 언약이 있었다고 한다. 동행을 하게되어 매우 반가웠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우이천 하류 쉼터에서 휴식하면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베어 킴은 물리적 치료를 받은지 5일째 되는 날로 몸상태가 매우 좋아 라이딩에 합류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아픈 사람 답지않게 쾌활하고 건강해 보였다. 우이천은 1960년대 당시에는 자연 그대로의 하천이었으나 자전거길과 산책로를 조성하고 체력단련 기구들이 설치되면서 새로운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하였다. 우이천 상류에는 우이구곡(牛耳九曲)이라 불리는 명승지가 자리하고 있었으나 옛 모습을 잃어버려 구곡이라는 명칭이 붙기에는 더이상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이 자연을 가꾸고 보존했더라면 그 명승지가 대대손손 이어져 올텐데 안타깝게도 훼손되어 볼폼이 없어졌다고 한다. 우이천에는 원앙새, 백로, 청둥오리가 서식하고 있다. 엄마 청둥오리와 아기 청둥오리가 노는 모습이 마치 엄마가 아이를 품은 모습처럼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였다. 우이천은 무성한 갈대와 잡초가 우거져있고 야생화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로 벌과 나비들을 유혹하고 있었으며 새들은 하천에서 유영하면서 한가롭게 노는 풍경은 대 자연이 만든 합작품이었다.
우이천 자전거길은 아쉽게도 덕성여대 캠퍼스 부근에서 종료된다. 덕성여대 정문을 지나 우이천 상류을 따라 올라가면 북한산과 도봉산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우이천 상류에서 바라본 북한산과 도봉산은 파란 하늘과 어울려 마치 눈 앞의 풍경을 액자에 걸어둔 듯했다. 서울 도심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산을 찾아 산행을 즐긴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것이다. 지하철만 타면 바로 산행으로 연결할 수 있어 외국인들이 가장 부럽게 생각한다. 북한산 우이역을 지나 우이령길로 접어들면 우이동 먹거리 마을이 나타난다.
우이천을 따라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들어선 식당들이 즐비하였으며,식당마다 색다른 메뉴로 미식가들을 손짓하고 있었다. 우이령길은 다소 오르막길이라 베어 킴이 힘이 버거울 줄 알았는데 용케도 따라와 주어 고마웠다.
백란산정까지 마침표를 찍고 유턴하여 왔던 길을 따라가다가 우이천 상류에서 북한산과 도봉산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인증샷을 하였다.
자전거 여행의 화룡점정(畫龍點睛)은 먹방이다. 자전거 여행의 묘미는 자연을 만끽하는 재미도 있지만 입을 호강하게 할 수 있는 음식이 단연 최고다. 식사하면서 피로를 풀 수 있고 동창호우(同窓好友)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배가 즐거워야 여행도 재미가 있다. 지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별미를 맛보는 재미로 여행을 일삼는다. 이번 여행은 국립 4.19 민주묘지에서 가까운 청화가든을 찾았다. 산행을 마치고 식사하러 온 손님들로 가득하였다. 오찬 메뉴는 소머리 곰탕과 소머리 수육으로 선정하였다.
소머리 곰탕은 현기증이나 어지럼증에 좋다고 알려졌다. 조선시대 영조는 어려서부터 어지럼증과 소화불량에 시달렸으나 소머리 곰탕으로 어지럼증을 해소하였다고 한다. 소머리 곰탕은 바로 소뼈 속의 골수를 우려낸 것이다. 오래먹으면 수명을 늘리고 부러진 뼈를 이어주며 기력을 좋게 한다고 한다. 영조는 80세 이상 장수한 왕이다. 스머프 차도 어지럼증으로 한동안 고생한 적이 있다. 소머리 곰탕이 어지럼증에 좋다는 얘기는 인터넷을 통하여 처음 알았다.
유명한 맛집답게 음식이 별미였다. 막걸리와 소주를 곁들여 화합과 우정의 샷을 즐기면서 이얘기 저얘기로 웃음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구경을 다하고 식보(食補)하였으니 원점회귀 코스를 따라 복귀하면 된다. 바이크 손대장은 청화가든에서 넘어지면 코 닿는 곳에 있는 애니 박 친정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38년 전 결혼식 전날 밤에 함제비와 함께 찾아갔던 애니 박 친정집이 못내 아쉬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애니 박 친정집은 넓은 뜰에 2층 양옥집으로 그 당시 그대로였으며 부유하게 살았다.
그러나 이제는 타인의 손에 넘어간지 오래되었다. 우이천으로 진입하고 쉬엄쉬엄 내달렸다. 우이천 하류지점에서 베어 킴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 본대는 중랑천을 따라가다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노점을 찾았으나 헛발질만 계속하고 결국은 살곶이 체육공원에서 모두 헤어지고 바이크 손대장과 스머프 차 둘만이 응봉역 편의점에서 오붓하게 아이스크림으로 마지막 우정의 샷을 하였다. 라이딩은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또 기다려진다. 2주 후에는 한강 팔당코스로 기대가 된다.
성동고 16 바이콜릭스 (Bikeholics)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