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책에 나오는 레시피를 가지고 각자 요리를 하면 똑같은 맛이 나올까? 아마 같은 회사에서 생산된 양념과 식재들을 가지고 똑같은 도구를 사용해서 똑같은 레시피를 가지고 만든다면 음식 맛이 거의 비슷할 것이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한 음식들이 대부분 비슷한 맛을 내는 것처럼.
양념이란 음식의 맛을 돕는 중요한 식재료다. 음식을 만들 때, 식재료의 향과 맛은 그대로 살리고 좋지 않은 냄새와 맛을 상쇄시키기 위해 양념이 사용되었다. 양념은 '약념'에서 유래된 말이다. 약으로서 양념을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서양의 양념은 향신료 위주로 발달되었다. Spicy라는 서양의 양념은 약품이라는 뜻의 '스피시스species'에서 유래했지만 사실은 향신료에 비중을 둔 것으로 음식의 맛과 향을 더 중히 여긴 반면, 한국의 양념은 약의 개념을 우선으로 한다. 비린내나 누린내가 나면 파, 마늘, 생강, 산초, 계피 등 향이 진한 양념들을 사용했는데, 이것들은 몸을 보신하는 '약재'로도 쓰였다.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본 장류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이 있다. 장류는 그 집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맛을 낸다. 음식을 튀기거나 볶을 때, 무칠 때 사용하는 양념에는 참기름과 들기름이 있다.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참깨나 검은깨도 사용했다. 지금은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꿀을 모아 사용하거나 엿기름 또는 곡식이나 호박, 무 등으로 조청을 만들어 사용했다. 설탕이 없었던 시절에는 음식 맛이 지금처럼 달지 않았다. 특히 공장에서 만들어진 음식에는 수많은 화학감미료가 첨가된다. 고추는 18세기에 들어와 매운 맛을 내는 데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식재 자체 - 겨자, 냉이뿌리, 무 - 에서 우러나오는 매운 맛을 추출해서 사용했다. '가시'라는 식초균을 이용해 식초를 만들어 집안 대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민간에서는 곡류를 이용하여 술을 만들었고, 이렇게 만든 술을 양념으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술 발효 과정에서 식초를 얻기도 했다.
해방이후 미군정 시절과 산업화를 거치면서 우리의 음식문화도 미국화되었다. 공장에서 생산한 식재료와 식품을 먹으면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각종 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에는 이러한 질별들이 주로 성인들에게 나타난다고 하여 '성인병'이라고 불렀으나 요즘에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 요즘은 '성인병'이라 하지 않고 '생활습관병'이라고 고쳐 부르기도 한다.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식재료를 살 때, 왜 먹는 것에 곰팡이가 피지 않을까 의심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보기 좋은 색깔에 대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집에서 씻으면 잘 안 씻기는데 어떻게 이렇게 깨끗하지 하면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식품 포장지에 표기된 글루타민산나트륨, 아스파탐, 아질산나트륨, 소르빈산나트륨, 솔빈산, 안식향산나트륨 등의 이름을 꼼꼼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 이런 것이 왜 쓰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며, 인체에 흡수되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생각하면서 식품을 구입한 적이 있는가?
기업에서 가공식품을 만들 때 인공첨가물을 넣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통조림, 건조식품, 냉동식품 모두가 식품 본래의 질감과 맛을 원래보다 못하게 변화시키기 때문에 손실된 풍미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다. 두 번쨰는 수송, 저장, 진열과정에서 생기는 품질 혹은 외관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자면 소금, 설탕 또는 분말우유가 덩어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응고 방지제를 첨가한다. 유화제를 첨가하여 지방이나 우유 같이 분리되는 경향이 있는 물질을 섞거나 분산시킨다. 또 격리제를 넣어 미량원소들이 지방이나 기름의 산패를 일으키지 못하게 하고 청량음료가 뿌옇게 되는 것을 막는다. 세 번재로 살찌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이런 경우 대체식품을 주로 사용한다. 글루타민산나트륨(MSG)은 담백한 음식에 맛을 더해주는 조미료로 해초에서 추출한 것이다. 시클람산염이라는 인공감미료는 무영양의 인공감미료다. 하지만 원래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위험요인에 화학합성물질까지 첨가된다면 인체는 더없는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알 수 없는 질병들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들은 빵과 과자, 각종 음료수를 통해 단것을 즐기는 식습관에 길들여지고, 치킨이나 햄, 소시지 등 가공된 육실을 즐기고,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높은 튀긴 음식들을 일상적으로 섭취한다. 물론 이런 식품에는 각종 질병을 유발시키는 첨가물이 들어가 있다. 당뇨병, 비만, 고혈압, 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위험요인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 국민에게 주입하고 있는 셈이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