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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자유 개념의 구조와 의미*1)
김 준 수**
[논문개요]
자유의 원리는 독일 관념론, 특히 헤겔 철학의 지반과 토양을 이루는 것이다.
자유의 개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자각이 일어난
근대에 이르러 비로소 가능해졌지만 자유에 대한 물음은 유서 깊은 형이상학적 물
음이다. 자유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크게 자유 의지의 가능성(자유의지론 대 결정
론)과 자유의 참된 의미(부정적 자유와 긍정적 자유)라는 두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본 논문은 헤겔이 법철학 에서 제시하는 ‘자유 의지의 세 가지 계기’
를 분석하면서 헤겔 철학이 위의 두 가지 물음에 어떻게 답변하는지를 살펴본다.
자유의지론의 옹호 논변, 자유와 자의의 구분, 헤겔적 의미에서 ‘긍정적 자유’의 개
념 등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지면서 헤겔의 자유 개념의 구조와 의미를 해명한다. 특
히 그의 자유 개념이 상호주관성의 원리를 변별적 특징으로 함축하고 있다는 점이
강하게 부각될 것이다.
주제어: 자유 의지, 자의, 긍정적 자유, 타자, 상호주관성, 인륜성
* 이 논문은 부산대학교 자유과제 학술연구비(2년)에 의해 연구되었음
** 부산대학교 철학과 교수
156 사회와 철학 제19호
1. 들어가는 글
프랑스 혁명이 폭발하고 그 여진과 반동이 서로 강렬하게 충돌하던 헤
겔의 시대만큼 ‘자유’라는 단어가 숭고한 가치를 지녔던 때도 드물 것이다.
독일 관념론은 자유의 철학이다. 자유를 포기하는 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하
는 것이고 민중의 목소리가 곧 신의 목소리라고 외쳤던 루소의 책을 읽
다가 너무 심취하여 평생을 거르지 않던 산책 시간을 잊어버렸다는 칸트
의 일화는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1) 또 루소와 칸트의 계승자를 자처한
피히테는 자유의 철학이 아니라면 그 밖의 모든 것은 노예의 철학이라고
선언하면서 그 둘 사이에서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2) 이런 피히테의
절대적 자유를 향한 열망은 프랑스 혁명에 환호했던 청년 헤겔과 셸링
을 매료시켰다. 굴종과 체념의 굴레를 떨쳐버리고 민중 스스로가 자기
삶과 역사의 주인이 되어 자유의 기상을 드높일 시대가 마침내 도래한
것이다.
우리는 인간을 이토록 높이 고양시킨 모든 철학의 최정상에서 현기증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기치를 더 높이 내걸고 인간을 모
든 정령들과 동등한 반열에 올려놓는 자유의 능력을 인정하는 데에 우리는
왜 이리도 더디게 도달하였는가? 나는 인류가 자기 자신에 의해 이만큼 존
경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로 서술되는 것이야말로 우리 시대를 드러내는 가
장 훌륭한 징표라고 믿는다. 그것은 압제자들과 지상의 신들의 머리에서 빛
나던 후광이 사라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철학자는 이런 인간의 존엄성을 증
명해야 하고, 민중은 이런 존엄성을 체득하는 것을 배워서 하찮은 티끌로 전
락한 자신들의 권리를 그저 요구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시 획득하
1) 칸트에게 자유 개념은 “순수 이성, 더 나아가 사변 이성의 체계의 전체 구조물
을 위한 요석要石”이다.(Kant,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A 4)
2) Fichte, Erste Einleitung in die Wissenschaft, 432쪽 이하 참조.
헤겔의 자유 개념의 구조와 의미(김준수) 157
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3)
자유는 헤겔의 철학 체계가 세워지는 지반이자 토양이다. 헤겔의 수제자
중 한 사람인 간스는 헤겔의 저작이 “자유라는 금속으로 세워져 있다”고
평가했다.4) 헤겔은 자신의 철학이 어떠한 명제적 전제도 없는 체계라고
내세운다. 그렇지만 헤겔의 철학에도 실은 암묵적으로 전제되고 있는 어떤
확신 같은 것이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바로 그러한 전제로서 우리의 의
식은 자기 반성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스스로 자기를 이성적으로 되돌아
보고 수정하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과 우리의 의지
는 절대적 자유를 획득하고 향유하고자 하는 강한 자연적 충동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헤겔에게 자유는 정신과 의지의 실체적
본질이자 근본 규정이다.
정신의 실체는 자유, 즉 타자에 대한 비종속성, 자기 관련성이다. 정신은
대자적으로 존재하고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삼는 실현된 개념이다. 정신 속
에 현존하는 이런 개념과 대상성의 통일에 동시에 정신의 진리와 자유가 존
립한다.5)
철학과 정치적 담론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자유가 최고의 이념으로 전면
에 등장하면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은 근대에 들어서서부
터이다. 특히 근대 자유주의의 전통 속에서 개인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모
든 사회적 행위와 제도의 규범적 정당성을 판정하는 척도이자 이상적인 사
회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이론적 출발점으로 확립되었다. 전통적 집단과
신분의 구속에서 벗어난 개인의 무한한 자유에 대한 근본적이면서도 광범
3) 1795년 4월 16일자 셸링에게 보낸 헤겔의 편지, Briefe von und an Hegel, Bd.
1, 24쪽.
4) E. Gans, “Vorwort zur 2. Ausgabe der Rechtsphilosophie”, 245쪽.
5) Enzy, § 382 Z.
158 사회와 철학 제19호
위한 자각이 일어난 이후에야 비로소 자유 개념에 대한 본격적인 철학적
논의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자유에 대한 철학적 숙고는 물론 이보다 훨씬 오래된 역사를 가
지고 있다. 이미 아리스토텔레스는 행위의 자의성自意性을 그 행위가 도덕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조건으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자족自足으로 이
해된 자유에서 삶의 최고 목표를 찾았다. 또 고대 말기의 운명론과 자유의
가능성, 중세의 신학적 결정론과 자유의지론 그리고 주지주의主知主義와
주의주의主意主義 사이의 논쟁 등은 자유 개념을 둘러싼 현대의 쟁점들을
상당 부분 선취하고 있다.
이처럼 철학에서 자유는 유서 깊은 형이상학적 물음이고 이에 대한 논
쟁은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자유에 관한 철학적 논의는 크게
보아 두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벌어진다. 그 첫 번째 쟁점은 자유 의지의
가능성 문제인데, 이와 관련하여 근대적 맥락에서는 인과적 결정론과 자유
의지론이 서로 맞서고 있다. 즉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자연의 필
연적인 인과 법칙에 따라 발생하는데, 인간의 의지와 행위도 예외 없이 이
런 인과 법칙에 전적으로 종속되어 있는가 아니면 인간의 의지는 적어도
때로는 인과 법칙에서 벗어나 절대적 자발성을 가지고 스스로 선택하고 행
위를 개시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17~18세기에 급격하게 발전한 자
연과학과 이에 힘입은 물리주의적 경험론의 전면적인 공격에 의해 첨예화
된 이 논쟁은 칸트가 순수이성비판 에서 정리한 제3 이율배반을 통해 정
식화된 표현을 얻게 된다.6)
다음으로 두 번째 쟁점은 자유의 참된 의미에 관한 것이다. 즉 인간에게
자유의 가능성이 주어져 있다고 전제할 때, 그럼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 물음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소극적․부정적 의미의 자
6) “정립: 자연 법칙에 따른 인과성은 그로부터 세계의 현상들이 모두 도출될 수
있는 유일한 인과성이 아니다. 세계의 현상들을 모두 설명하려면 그 외에도 자
유에 의한 인과성을 필수적으로 상정해야 한다.
반정립: 자유란 없고, 세계 안의 삼라만상은 오로지 자연 법칙에 따라 일어난
다.”(Kant, Kritik der reinen Vernunft, B 472 이하)
헤겔의 자유 개념의 구조와 의미(김준수) 159
유(자유의 부정적 개념)와 적극적․긍정적 의미의 자유(자유의 긍정적 개
념)의 구분이 유력한 답변으로 제시되곤 했다. 현재에도 통용되는 이런 개
념적 구분은 용어상으로는 칸트에 의해 확립된 것이다.7) 그렇지만 그 기
본적인 발상은 적어도 아리스토텔레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8) 그리고
그것은 중세 스콜라 철학에서 신의 의지가 자연 법칙은 물론 수학이나 논
리의 공리 같은 이성 법칙조차 초월하는 무제약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신의 절대적 역능potentia absoluta Dei) 아니면 신의 의지 안에는 신
조차 거스를 수 없고 신의 의지 자체와 하나인 잘 질서지워진 이성적 법칙
이 내재하는가(신의 질서 있는 역능potentia ordinata Dei) 라는 논쟁에
서도 핵심적인 문제였다. 이 두 번째 쟁점에서 관건이 되는 문제는 자유가
모든 외적 및 내적 법칙으로부터 벗어나 있고 합리적으로 근거지울 수 없
는 무법칙성(무규정성)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잘 질서지워지고 올바른 이
성에 의해 인도된 자기 입법성(자기 규정성)에 있는 것인가, 그리고 만일
후자의 경우라면 그러한 질서는 어디에서 비롯되고 그 내용은 무엇인가 하
는 것이다. 부정적 자유와 긍정적 자유 사이의 개념적 구분은 상당히 일반
화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두 가지 개념을 가르는 기준과 그에
따른 각 개념의 구체적인 규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본 논문은 이상의 두 가지 물음에 대해 헤겔이 어떻게 답변하고 있는지
를 살펴봄으로써 그의 자유 개념을 해명하려고 한다. 이때 우리의 고찰은
헤겔이 제시하는 자유 개념을 의지의 선험적 자유라는 층위에서 그 논리적
구조에 따라 규명하는 데에 집중될 것이고 그것의 정치철학적 함의에 대해
서는 부수적으로 간략하게 언급할 것이다.
7) 특히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B 97 이하 참조.
8) “가정에서 자유인에게는 어떤 것을 마음대로 하는 것이 가장 적게 허락되어 있
고 모든 것 혹은 대부분의 것이 질서지워져 있는 반면에, 노예와 동물에게는 보
편적인 것과 관계있는 것은 아주 조금만 맡겨지고 대부분의 것이 그들의 임의
에 맡겨져 있다.”(Aristoteles, Metaphysik, 1075 a 19-23)
160 사회와 철학 제19호
2. 결정론과 자유의지론
결정론과 자유의지론 사이의 논쟁에 관해서는 자유의지론을 지지하는
헤겔의 입장이 너무도 확고해서 이 문제에 대해 상세하게 논하는 것조차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따라서 우리도 결정론에 대한 헤겔의 반박을
그 논점만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겠다. 결정론에 따르면 우리의 의지가
하는 선택과 행위는 모두 물리적 또는 생물학적 원인에 의해 인과적으로
결정되어 있으며, 우리가 실제로 선택하여 행위한 것에는 그렇게 할 수밖
에 없도록 만든 필연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선택하
는 시점에서 실제로 선택한 것과는 다른 선택을 하고 달리 행위했을 수도
있었다는 자유 의지의 의식을 갖는 것은 그런 인과적 원인에 대한 무지,
특히 선행하는 원인에 의해 이미 필연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심리적 동기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착각과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헤겔은 우선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외적 환경 조건과 내적 기제에 의해 끊임없이 자
극을 받고 그것이 우리의 의지 안에서 일정한 심리적 충동을 촉발시킨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 영역까지는 분명 자연적 인과 관계가 성립한다. 그러나
이 자극과 충동을 나의 행위의 동인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는 오
로지 나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다. 그것은 더 이상 경험적 차원이 아니라
자연의 인과 관계가 애초에 미치지 않는 선험적 차원의 문제이고, 따라서
물리적 또는 심리적 원인의 힘이 아무리 강력하게 작용한다 할지라도 의지
의 자유를 조금도 훼손하지 못한다. 이곳은 바로 의지의 자발성과 능동성
이 전적인 권한을 갖고서 관할하는 영역이다.
무엇이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며 또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사실
이 둘은 같은 의미이지만—오직 개인 자신에게 달린 문제이다. […] 즉자 대
자적으로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현실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도 어디까지나
그 개인이 자기에게로 흘러들어오는 현실의 물결을 그대로 수용하든가 아니
면 흐르는 물줄기를 가로막고 역류시키든가 하는 데 따라서 완전히 정반대
헤겔의 자유 개념의 구조와 의미(김준수) 161
의 의미를 띠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심리적 필연성을 운운하는 것은 한낱 공
허한 낱말에 그쳐버릴 터이니, 즉 이러이러한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에 반하
여 그런 영향력이라곤 갖지 않았을 수도 있을 절대적 가능성이 존재하니 말
이다.9)
헤겔에게 인간이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스스로 내적
성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자명한 존재론적 사실이어서, 경험적 욕구와
충동을 의지의 창발적인 목적 규정을 통해 끊임없이 변형시키고 극복해가
는 정신의 운동 자체를 서술하는 것 이외에 자유 의지의 가능성을 입증하
기 위한 별도의 논변이 굳이 요구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어찌 보면 그의
정신철학, 아니 그의 철학 체계 전체가 바로 자유 의지의 증명 과정이라고
도 할 수 있다.
3. 자의와 자유
두 번째 쟁점인 자유의 참다운 의미에 관해서는 헤겔이 여러 글을 통해
매우 풍부하고 집중적인 논변을 제시한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의지의 자
유를 새삼스레 입증하는 데 있다기보다는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의지가 어
떤 계기들로 이루어져 있고 또 어떤 조건 아래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진정
한 자유에 도달하는가 하는 자유의 도야와 실현의 여정을 서술하는 데에
있다. 물론 우리가 여기에서 이 긴 여정을 다 재현해낼 수는 없고 다만 부
정적 자유와 긍정적 자유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그 논리적 구조를 재구성해
보려고 한다.
9) Phä, 231쪽 이하. 이와 유사한 주장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
견된다. 특히 Fichte, System der Sittenlehre nach den Principien der
Wissenschaftslehre, 135쪽 참조.
162 사회와 철학 제19호
먼저 헤겔은 자유가 가장 고귀한 이념이기 때문에 그만큼 그 개념이 많
은 애매성과 다의성을 지니고 있고 또 그만큼 많은 오해에 노출되어 있다
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그러나 그렇게 제시된 자유가 아직도 모호하고 끝없이 다양한 의미를 지
니는 말이란 점과, 그것이 최고의 개념이기 때문에 끝없는 오해와 혼란과 의
구심을 유발하고 온갖 일탈의 가능성마저 감추고 있다는 점이 오늘날처럼
뚜렷하게 알려지고 경험된 시대는 없다.10)
이런 우려스러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헤겔은 무엇보다도 자유가 자의
恣意와 혼동되는 것을 경계한다. 자유는 흔히 ‘강제되거나 간섭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음’, ‘내가 욕구하는 것을 할 수 있음’, ‘내 마음
이 내키는 대로 살 수 있음’ 등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통속적인 견해는 소위 자유주의자들이 자유를 정의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나의 의지가 무엇을 어떤 이유에선가 실제로 선택했다 할지라도 여전히
다른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고 또 이렇게 임의로 선
택한 것을 방해받지 않고 수행할 수 있을 때에만 나는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헤겔은 이런 임의의 선택 가능성으로서의 자
의를 오히려 “자유의 반대, 즉 죄악의 예속”이라고 비판한다.11) 그것은
‘부리단J. Buridan의 당나귀’의 우화에서처럼 의지 자신에게서 비롯되지
않은 외적인 자극과 우연한 충동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헤겔에 앞서
이미 많은 이들이 자의를 ‘부정적 자유’로 규정하면서 바로 비합리성을 그
것의 결정적인 결함으로 지적하곤 했다.12) 그러나 헤겔이 보기에 자의는
10) Vorlesungen über die Philosophie der Geschichte, 33쪽.
11) “Rezension zu Aphorismen über Nichtwissen und absolutes Wissen
im Ver hältnisse zur christlichen Glaubenserkenntnis”, 373쪽.
12) 이런 자유주의적 자유 개념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은 그 자신이 자유를
‘선호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힘 또는 능력’으로 정의하는 대표적인 자유주의자
로크에게서 발견된다. “만약 우리가 이성의 인도로부터 벗어나서 열악한 것을
헤겔의 자유 개념의 구조와 의미(김준수) 163
실은 부정적 자유가 되기에도 자격이 미달한다. 그가 비판하는 가장 큰
결격 사유는 의지가 자의 속에서는 자기모순의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즉
자의를 구성하는 요소들 중에서 임의의 자발적 선택이라는 형식은 의지
자신의 내면적 보편성이지만, 선택의 내용은 의지의 외부에서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개별적인 것이므로, 이러한 의지는 자기 자신과 모순되는 의지
이다.
자의를 좀 더 자세히 고찰해보면 그 형식과 내용이 아직 서로 대립해 있
으므로 자의는 모순임이 밝혀진다. 자의의 내용은 소여된 것이고 의지 자체
안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외적 상황에 근거를 둔 것으로 인지된다. 따라서
그와 같은 내용과의 관련 속에서 자유는 한낱 선택의 형식에 존립하게 되며,
이런 형식적 자유는 이를 끝까지 분석해보면 의지가 다른 것이 아니라 하필
이것으로 결정하는 것도 의지가 주어진 것으로 발견하는 내용이 근거를 두
었던 바로 그 상황의 외면성에 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는 점에
서 한낱 저속한 자유로 간주되어야 한다.13)
자유를 이런 자의와 이에 따른 행위 수행의 상대적 가능성으로 잘못 이
해한다면, 자유의지론에 대한 결정론의 우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다. 오늘날 인식론적 자연주의의 틀 내에서 벌어지는 결정론과 자유의지론
의 논쟁에서 우리는 실제로 이런 결과를 목격할 수 있다. 자의로 왜소화된
자유 의지는 결코 자연의 폐쇄된 인과적 사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
이다. 자유의지론의 확고한 지지자인 헤겔이 자의와 관련해서는 일견 역설
적이게도 오히려 결정론의 손을 들어준다.
선택하고 행하는 것으로부터 지켜줄 모든 시험과 판단의 제약으로부터 면해
있는 것을 자유, 그것도 진정한 자유라고 한다면, 오직 천치와 바보만이 자유
로운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느 누구도 그가 이미 천치가 아니라면,
이런 자유를 얻기 위해서 천치가 되고자 원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J.
Locke, An 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265쪽)
13) Enzy, § 145 Z.
164 사회와 철학 제19호
흔히 사람들은 자유의 문제를 놓고 이것이 곧 자의라는 듯이 생각하거니
와—즉 그들은 자유가 한낱 자연적인 충동에 의해서 규정된 것으로서의 의
지와 즉자 대자적으로 자유로운 의지 사이에서 행해지는 반성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우리가 자유란 무릇 그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면 마음대
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긴다면, 이러한 표상은 사상의 형성이 전적으로
결여된 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으며, 더욱이 이러한 표상 속에는
즉자 대자적으로 자유로운 의지, 법, 인륜성 등이 무엇인가에 대해 아무런
어렴풋한 생각조차 담겨 있지 않다. […] 의지결정론은 정당하게도 그와 같
은 추상적인 자기 규정의 확신에 대해 내용을 맞세워 이의를 제기한다. 즉
의지의 내용은 주어져 발견되는 것으로서 그러한 확신에 포함되어 있지 않
고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다. 물론 이때 외부란 충동이라든가 표상이라든가
또는 그 내용이 스스로 규정하는 활동 자체의 고유한 것이 아닌 방식으로
어떻게 해서든 채워진 의식을 뜻한다. 따라서 자의에는 자유로운 자기 규정
의 형식적인 요소만이 내재하고 그 밖의 요소는 자의에 소여되는 것이므로,
만일 자의를 곧 자유라고 한다면 그러한 자의는 착각에 불과한 것으로 불릴
수 있다.14)
자의가 자유로운 사회 공동체를 구성하는 규범 원리가 될 수 없음은 명
백하다. 하나의 사회 공동체가 최소한의 안정성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존속
할 수 있기 위해서는 타산적 이해와 욕망의 우연한 일치나 상호 길항에 의
한 일시적인 균형만으로는 불충분하고 구성원들 사이의 상당히 두터운 공
공 의식과 공동의 가치를 향한 결속감이 요구된다. 그런데 자의는 개인의
자기 관계를 위해서는 물론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아무런 이성적인 질
서를 내포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자의는 보편적으로 공유된 사회 규범을
자율적으로 형성해낼 역량을 지니지 못하며, 제한된 자원을 가진 현실 속
에서 불가피하게 상충하고 경쟁하는 자의들을 결합시켜 어느 정도 안정된
구조를 유지하려면 타율적인 강압과 폭력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기
14) Rph, § 15 A.
헤겔의 자유 개념의 구조와 의미(김준수) 165
때문에 헤겔은 자의로 오인된 자유는 정치적 차원에서 필연적으로 전제주
의로 귀결된다고 본다.
오직 외적 폭력만이 자의를 한 데 묶을 수 있다. 왜냐하면 자의는 그 자
체로는 인간으로 하여금 서로 합일되도록 북돋아주는 요소라곤 전혀 없고,
오히려 인간의 특수 의지가 난무하도록 방치해 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여기
에는 전제주의의 관계가 성립될 뿐만 아니라, 또한 여기서 행사되는 외적 폭
력도 그 자체가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15)
자유를 자의적 선택에 따른 행위 가능성으로 정의했던 홉스는 그의 리
바이어던 에서 개인의 자의와 정치적 전제주의 사이의 바로 이런 불가분의
연관성을 예리하게 논증했다. 어쩌면 후대의 자유주의자들이 항변하듯이
절대주의로 치닫는 홉스의 논변에 이러저러한 결함이 있을 수도 있다. 그
러나 자유가 자의로 이해되는 한, 자유는 불가피하게 모든 사회 제도, 심
지어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 일반과 외면적인 대립 관계에 놓이게 된다. 자
유주의자들이 아무리 자유야말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회를 이루고 정치
체제를 수립하는 궁극적인 목표라고 선언한다 하더라도, 그들에게서 사회
를 구성하는 실질적인 원리는 실은 자유가 아니라 오히려 자유를 제한하는
강제, 이를 통해 얻어지는 안전과 질서의 규칙이다.16)
국가는 모든 개개인의 자유가 제한되어야 하는 그런 인간들의 집합체가
아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자유를 대하기를 마치 다른 여러 주체들과 더불어
주체가 자신의 자유를 제한하고, 이와 같은 공동의 제한과 모든 구성원 상
15) ViG, 228쪽.
16) 서구 자유주의를 대표한다고 누구나 인정할만한 두 사상가 밀과 롤스의 말을
들어보자. “한 사람의 존재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다른 사람의 행위에 대
한 강제와 억제에 달려 있다. 따라서 행위의 규칙들이 특히 법에 의해 부과되
어야 한다.”(J. St. Mill, On Liberty, 130쪽) “자유의 최상의 배열은 자유에 부
과되는 제한의 총체에 달려 있다.”(J. Rawls, A Theory of Justice, 203쪽)
166 사회와 철학 제19호
호간의 방해 작용이 각자에게 겨우 견뎌낼 수 있을 만큼의 협소한 여지가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때 자유는 한낱 부정적으로 파악된 데 지
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는 법․인륜성․국가, 그리고 오직 이것만이 자
유의 긍정적 현실태이자 그 충족인 것이다. 개별자의 자의는 자유가 아니
다. 제한되어야 하는 그런 자유는 욕구가 지닌 특수한 점과 관련된 자의이
다.17)
4. 부정적 자유와 긍정적 자유
이렇게 통상적인 이해와는 달리 자의가 자유에 대한 올바른 정의에서
배제된다면, 도대체 헤겔이 말하는 자유란 무엇인가? 이미 칸트는 진정한
자유란 한낱 의지의 자발성을 넘어서서 의지가 자신의 순수 이성으로부터
도덕 법칙을 수립하여 스스로에게 부과하고 이에 스스로 복종하는 자기 입
법성, 즉 ‘자율’에 있다고 역설했다.18) 그러면 헤겔은 과연 이보다 더 설
득력 있는 어떤 새로운 자유 개념을 제시해주는가? 헤겔의 자유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는 법철학 의 서론 중에서 ‘의지 개념의 계기들’을 해설하는
다음의 구절들이 좋은 단초가 된다.
의지는 α) 순수한 무규정성 또는 자아의 자기 내 순수 반성이라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무규정성 속에서는 일체의 제한, 즉 자연과 욕구와
욕망 및 충동을 통해 직접적으로 현존하거나 또는 그 무엇에 의해서든 간에
소여되어 있고 규정되어 있는 일체의 내용이 모두 해소되어 버린다. 절대적
17) ViG, 111쪽.
18) “그렇다면 자율, 즉 그 스스로가 법칙이 된다는 의지의 특성 이외에 도대체 무
엇이 의지의 자유가 될 수 있겠는가? […] 그러므로 자유 의지와 도덕 법칙
아래 있는 의지는 같은 것이다.”(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B 98)
헤겔의 자유 개념의 구조와 의미(김준수) 167
추상이나 보편성의 무제약적 무한성, 자기 자신에 대한 순수 사유. […]
β) 그에 못지않게 자아는 구별 없는 무규정성에서 구별과 규정, 즉 하나
의 내용과 대상으로서 규정성을 정립하는 것으로의 이행이다.—더 나아가 이
때 내용은 자연에 의해 주어진 것일 수도 있고 정신의 개념으로부터 산출된
것일 수도 있다. 이렇듯 자아는 자기 자신을 하나의 규정된 것으로 정립함으
로써 현존재 일반으로 들어서게 된다.—자아의 유한성 내지 특수화라는 절대
적인 계기. […]
γ) 의지는 이 두 가지 계기의 통일이다.—자기 내로 반성함으로써 보편성
으로 복귀한 특수성—곧 개별성. 자아가 스스로를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
인 것으로, 즉 규정되고 제한된 것으로 정립하면서도 동시에 자기 자신에,
즉 자기동일성과 보편성 속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오직 자기가 자기 자신과
결합하는 자아의 자기 규정.19)
즉 자유 의지는 ① 나를 누구라고 규정하는 모든 유한한 내용과 나를
제약하고 얽매는 일체의 관계를 모조리 사상捨象시키고 무화無化시킴으로
써 얻어지는 순수한 ‘나는 나’, 무규정적 보편성, 추상적인 자기 관련, 절
대적 대자 존재, 오직 나 자신으로만 있을 수 있음, 적멸의 무한성, ②
내가 누구이고 어떤 관련 속에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규정, 자기
제한, 필연적인 타자 관련, 유한한 대타 존재, 번잡한 현실 속에 있는 특
수한 나의 다양한 현존재들, ③ 이 두 계기의 사변적 통일로서 자기 자신
에 의한 자기 규정, 자기 제한 속에서도 자기동일성을 유지하는 구체적
보편, 즉자 대자 존재, 타자와의 관련이 나를 제약하고 구속하는 낯선 필
연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충만하게 만들고 확장시키면서 나의 무한한 자
기 관련이 되는 것, ‘타자 속에서 나 자신에 머물음’이라는 세 가지 계기
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자유의 세 가지 계기는 각각 보편성, 특수성, 개
별성이라는 개념의 세 가지 논리학적 계기에 상응한다. 그 중에서 앞의
두 가지는 자유의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계기들일 뿐이지 아직 자유 자체
19) Rph, §§ 5-7.
168 사회와 철학 제19호
는 아니며, 이 두 계기들의 통일인 세 번째 단계에서야 비로소 “자유의
구체적인 개념”, “참되고 사변적인 것”, 즉 진정한 긍정적 자유에 도달하
게 된다.20) 헤겔의 자유 개념을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문맥에 따라 이 세 가지 계기들 중 어느 하나를 상대적으로 강조하면서
자유에 대해 일견 상반되는 듯이 보이는 다양한 정의들을 제시하곤 한다
는 데에 있다.
자유 의지의 세 가지 계기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에 앞서 유
념해두어야 할 것은 헤겔에게 자유란 모든 사변적 개념이 그러하듯이 어
떤 정지된 존재의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는 생성의 운동 자체이며,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정립된 ‘자기의식적 자유’, 즉 자유를 위협하고 부정
하는 것들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 쟁취되고 의식적으로 자각된 자유만이
진정한 자유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세 계기들은 자유
의지를 구성하는 공시적 구조의 요소들이자 동시에 통시적 운동의 단계들
이기도 하다.
자유 의지의 첫 번째 계기인 순수한 무규정성 내지 추상적 보편성을 유
리시켜서 자유 자체로 절대화할 때 “부정적 자유 또는 오성의 자유”가 등
장하게 된다.21) 헤겔적 의미에서의 부정적 자유는 그 자체가 이미 대단히
높은 수준의 응집된 자기 존재를 요구한다. 자유란 나를 수식하던 일체의
개별적인 현존재, 현상, 온갖 규정들, 소유물들, 그 온갖 허식들을 모조리
내던져버리고 거추장스러운 세상의 무게와 흔적들로부터 벗어나서 내 안으
로 침잠하여 오롯이 나 자신이 되는 것, 두려움 없이 나 홀로 있을 수 있
음이다. 이런 절대적 순수 자아의 극단은 모든 유한성의 멸절, 절대 무無
의 한없는 가벼움, 즉 죽음이다. 진정 자유로워지려면 나는 오직 나일뿐이
라는 순수한 자기동일성을 위해 유한한 현존재의 총체인 자신의 생명까지
도 초개처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무엇에도 제약받지 않고 얽매이지
않은 본질적인 자아,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자기의식이 되기 위해 자신의
20) Rph, § 7 A. 및 Z.
21) Rph, § 5 A.
헤겔의 자유 개념의 구조와 의미(김준수) 169
삶을 내걸 수 있는 불굴의 용기를 갖지 못한 자는 결코 자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이를 쟁취할 수도 없다. 의지의 절대적 독립성과 보편적 자기
동일성이라는 이 첫 번째 계기는 비록 그것이 곧 자유 전체는 아닐지라도
진정한 자유에 이르기 위해서 결코 폐기될 수 없는 출발점이고, 따라서 자
유 개념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를 형성한다.
자유의 본질과 형식적 정의定義는 바로 그 어떤 절대적으로 외적인 것도
없다는 것이다.22)
이런 형식적 규정에 따르면 정신은 일체의 외적인 것은 물론 자기 자신의
외면성, 즉 자신의 현존재 자체로부터도 추상할 수 있다. 정신은 자신의 개
체적 직접성에 대한 부정이라는 무한한 고통을 참고 견딜 수 있다. 즉 정신
은 이와 같은 부정성 속에서도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존하고 대자적으로 동
일할 수 있다.23)
그러나 이러한 자유가 온전한 자유가 아닌 한낱 ‘부정적 자유’에 머무는
까닭은 그것이 “제약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모든 내용으로부터의 도피”를
통해 얻어지는 “공허함의 자유”이기 때문이다.24) 모든 규정성으로부터의
추상인 부정적 자유는 실은 그것이 사상시키려고 하는 그 유한한 규정들
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다. 이렇게 추상적 부정을 통해 배제된 규정들은
자아에 의해 정립되지 않은 타자의 규정, 자아의 외부에서 자아를 제약하
는 낯선 필연성으로 굳건하게 존속한다. 모든 타자 관계를 자신에게 부질
없는 허상이라고 기각시킨 자아는 그 공허함 속에서 스스로가 아무런 실
재성도 갖지 못하는 환영으로 전락한다. 그리고 그런 부정적 자유의 가벼
움은 결국 냉혹한 현실의 그물에 사로잡혀 무기력하게 추락하고 만다. 현
실 도피를 통해 얻어지는 자유는 ‘자유로부터의 도피’로 귀결되기 마련이
22) “Über die wissenschaftlichen Behandlungsarten des Naturrechts”,
476쪽.
23) Enzy, § 382.
24) Rph, § 5 A.
170 사회와 철학 제19호
다. 그것이 바로 부정적 자유가 겪을 수밖에 없는 가혹한 운명이다. 헤겔
의 「논리학」에서 ‘순수 존재’가 그 절대적 무규정성 때문에 직접 ‘순수 무’
로 이행하듯이 무규정적 무한성이라는 자유 의지의 첫 번째의 계기는 내
재적 변증법에 따라 이에 대립된 유한한 규정이라는 두 번째 계기로 이행
한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 자유가 극단화되어 현실 속에서 ‘절대적 자유’로 추
구될 때 종교적으로는 “광신주의”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모든 기존의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열광주의”가 발생한다.25) 헤겔은 이렇게 절대화된 부정
적 자유가 현실 정치의 지배 원리로 대두되었던 역사적 실례를 프랑스 혁
명기 중의 공포 정치에서 목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헤겔이 부정적
자유를 이렇게 루소의 자유 이념 및 프랑스 혁명과 결부시키는 것은 인도
사상이 추구하는 자유를 한낱 부정적 자유로 낮추어 보는 것만큼이나 분명
논란의 여지가 많다.
이렇듯 부정적 의지는 무엇인가를 파괴하는 가운데 비로소 자기의 현존재
를 실감한다. 물론 이런 의지도 그 어떤 긍정적인 상태, 예컨대 보편적인 평
등이라든가 보편적인 종교 생활이 이룩될 수 있는 상태를 원한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실제로 이런 상태의 긍정적인 현실을 원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런 긍정적인 현실은 곧바로 그 어떤 질서를,
즉 제도나 개인의 특수화를 초래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적 자
유는 바로 이런 특수화와 객관적 규정을 파괴함으로써만 비로소 자신의 자
기의식을 발현한다. 이런 점에서 부정적 자유가 의욕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미 그 자체가 한낱 추상적인 표상에 불과할뿐더러 또한 이런 뜻에서의 자
유의 실현은 다만 파괴를 일삼는 복수의 여신일 따름이다.26)
자유 의지의 두 번째 계기인 ‘구별과 규정’은 첫 번째 계기인 무규정성
25) Rph, § 5 A.
26) 같은 곳. Phä, 436쪽 역시 참조.
헤겔의 자유 개념의 구조와 의미(김준수) 171
속에 이미 변증법적으로 내포되어 있었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오히려 자유
에 대한 부정이다. 즉자적으로 무한한 자유 의지가 특정하게 규정되고 다
른 것과 구별됨으로써 유한성과 관계의 필연성 속에 갇히기 때문이다. 그
러나 이 유한한 규정과 타자 관련이라는 계기도 참된 자유를 구성하는 본
질적인 요소이다. 이를 통해 비로소 자유 의지가 구체적인 내용과 실재성
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나의 고유한 자기정체성은 고독 속에서가 아니라
타자와의 다면적인 관계들을 매개로 하여 형성되는 것이다. 미드G. H.
Mead의 용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주격 나’는 ‘목적격 나들’의 총체이다.
자유는 진공 속에서 비상하려는 허황된 꿈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누구이
며 어떤 삶을 살려고 하는지를 뚜렷하게 정하고서 한 걸음씩 내딛는 수고
를 마다하지 않고 가파른 길을 끈기 있게 올라설 때 비로소 성취되는 ‘현
실적인 것’이다.
아무런 결의決意도 하지 않은 의지는 현실적인 의지가 아니다. 지조 없는
사람은 결코 결의를 내리지 못한다. […] 큰일을 하려는 자는 스스로를 제한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괴테는 말한다. 그것이 아무리 괴로운 일일지라도 인간
은 오직 결의를 통해서만 현실 속으로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다.27)
그런데 의지의 내용적 규정을 마치 이미 갖추어져 있는 자유의 능력이
어떤 주어진 소재에 적용되는 것인 양 여겨서는 안 된다. 자유 의지는 자
기를 규정하기에 앞서 이미 완성된 상태로 현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규정하고 이런 유한한 규정을 다시 지양하는 활동 속에서만 자유 의지로서
존립한다. 의지의 규정은 그 내용의 출처라는 면에서는 자연에 의해 주어
지거나 또는 정신의 개념으로부터 산출되는 것일 수 있고, 또 규정의 형식
이라는 면에서는 한낱 객관에 대립한 주관의 내면성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의지 자신의 고유한 자기 규정일 수도 있다. 어떤 타자와 어떤 방식의 관
계를 맺으면서 스스로를 규정하느냐에 따라 의지는 충동이나 욕망 같은
27) Rph, § 13 Z.
172 사회와 철학 제19호
‘직접적인 자연적 의지’에서부터 ‘보편적인 인륜적 의지’에 이르기까지 다양
한 층위의 갖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했던 ‘저속
한 자유’인 자의는 의지의 주관적 자발성이라는 형식과 자연에 의해 주어
진 대상적 내용이 착종된 상태로 결합될 때 생기는 것이다.
참된 자유는 무규정적 무한성과 유한한 규정성, 자기 관련과 타자 관
련이라는 앞선 두 계기들의 사변적 통일이다. 이러한 자유를 헤겔은 ‘긍
정적 자유’라고 부른다. 긍정적 자유는 어떤 막연한 가능성이 아니라 현
실성, 다시 말해 타자 관련 속에서 필연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그 규정
의 형식과 내용이 의지 자신의 절대적 자기 규정이기 때문에 동시에 무
한한 그런 현실성이다. 규정 없는 자발적 의지는 공허하고 자발성 없는
의지의 규정은 맹목적이다. 참으로 자유로운 이는 자신을 공허한 고독
속에 유폐시키지 않고 다채로운 관계들의 현실로 거침없이 나서지만 또
한 이 유한성 속에서도 꿋꿋하게 보편적 자기동일성을 관철시키면서 유
한한 규정들을 오히려 자기 자신의 풍요로운 현존재로 만드는 총체적인
자아, 성숙한 삶의 유연하면서도 굳건한 주체이다. 이런 사람야말로 참다
운 ‘개별자’이다.
세 번째는 자아가 자신의 제한, 즉 그 타자 속에서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
는 것, 자아가 스스로를 규정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 머물면서 보편자이기를
끝끝내 견지한다는 것이다. 이제 바로 이것이 자유의 구체적인 개념이다. 반
면에 앞의 두 계기들은 전적으로 추상적이고 일면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 그러므로 자유는 무규정성이나 규정성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 모두이다.28)
이 세 번째 단계는 앞의 두 계기들에 대한 ‘규정된 부정’이지만 동시에
그것들의 긍정이어서, 이러한 통일 속에서 비로소 앞의 두 계기들이 자유
의 필수적인 요소들로서 실현되기에 이른다. 긍정적 자유가 부정적 자유를
28) Rph, § 7 Z.
헤겔의 자유 개념의 구조와 의미(김준수) 173
그저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자신의 계기로서 보존하여 내포하고 있고
또 역으로 부정적 자유가 내재적 비판을 통해 긍정적 자유를 자신의 진리
이자 실현으로 입증할 때에만 긍정적 자유가 참되고 완전한 자유일 수 있
다. 긍정적 자유가 부정적 자유의 한낱 부정일 뿐이라면 그것은 부정적 자
유에 대립한 또 다른 종류의 부정적 자유에 머물고 말 것이다. 부정적 자
유는 결코 폐기될 수 없는 긍정적 자유의 기초이다. 강제된 자유, 예정된
자유, 운명지워진 자유 같은 것들은 형용 모순이다. 아무리 바람직한 내용
일지라도 내가 스스로 정립한 것이거나 자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자유를 질식시키는 타율에 불과하다. 그러나 부정적 자
유는 그 자체로는 형식적이거나 주관적인 불완전한 자유일 뿐이고 오직 긍
정적 자유의 계기로서만 스스로를 완전히 실현할 수 있다.
이런 부정적 자유 내지 오성의 자유는 일면적이다. 그러나 이렇듯 일면
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엄연히 본질적인 규정을 자기 안에 함유하고 있으
며, 따라서 그것을 그냥 폐기해버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오성의 결함은
바로 일면적인 규정을 유일한 규정이자 최고의 규정으로 올려놓는 데에 있
다.29)
또한 부정적 자유에는 낯선 운명의 필연성으로 나타났던 타자 관련이
긍정적 자유에서는 주체의 풍부한 자기 관련으로 지양된다. 자유는 “필연
성의 진리”인데, 필연성이 자유로 지양되는 것은 필연성이 사라짐으로써가
아니라 “필연성에 대한 사유”를 통해, 다시 말해 필연적 관계 속에 있는 자
아와 타자의 동일성을 통찰함으로써 이루어진다.30) 헤겔적 의미에서 ‘필연
성에의 통찰’이란 타자 관련의 필연성을 의식적 자기 관련의 필수적인 계
기로 인식하고 자기 안으로 통합하는 것을 말한다.31) 즉 타자가 나와 마
29) Rph, § 5 Z.
30) Enzy, § 158 및 § 159 A.
31) 이에 대한 상세한 분석으로는 김준수, 「필연성에의 통찰」 참조.
174 사회와 철학 제19호
찬가지로 자유롭고 자립적인 주체이며, 나의 충만한 자기 존재는 오직 타
자의 자기 존재와의 호혜적 관계 속에서만 현실적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이 필연적인 관계가 실은 나 자신의 자유
로운 자기 관련임을, 그리고 그것이 동시에 타자의 자유로운 자기 관련임
을 인식하는 것이다.
필연성으로부터 자유로의 이행 또는 현실적인 것으로부터 개념으로의 이
행은 가장 난해한 것이다. 왜냐하면 오로지 이행 속에서 그리고 자신과는 다
른 자립적 현실태와의 동일성 속에서 자신의 실체성을 지니는 그런 자립적
인 현실태가 사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개념 자체가 바로 이러한 동일
성이기 때문에 가장 난해한 것이다. […] 필연성에 대한 사유는 타자 속에서
자기가 자기 자신과 어우러지는 것이다. 그것은 추상의 도피가 아니라 현실
적인 것이 필연성의 위력에 의해 함께 결합되어 있는 다른 현실적인 것 속
에서 스스로를 타자로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존재와 정립으로서 가지는
해방이다. 이러한 해방은 대자적으로 실존하는 것으로서는 자아를, 그것이
총체성으로 발전한 것으로서는 자유로운 정신을, 감성적 지각으로서는 사랑
을, 향유로서는 지복至福을 일컫는다.32)
긍정적 자유는 의지가 스스로를 제한하여 타자를 향해 개방하면서도 이
런 유한한 타자 관련 속에서 타자와 더불어 무한한 자기 관련으로 복귀하
는 데에 있다. 즉 헤겔에게 관건이 되는 것은 추상적 대자 존재와 필연적
대타 존재가 어떻게 하면 보편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자기 존재로 통일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두 계기의 결합이 단순한 병치에 머물지 않고 그것들을
지양하여 아우르는 총체적 자아를 형성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헤겔
이 칸트의 자유 개념이 지닌 결함 중의 하나로 비판하는 것은 칸트가 그
두 계기들을 “무한성과 유한성의 이원론” 속에서 서로 융화될 수 없는 독
립항들로 고착시킨 탓에 그것들 사이의 내적 상관성과 상호 지시성을 보지
32) Enzy, § 159 A.
헤겔의 자유 개념의 구조와 의미(김준수) 175
못했다는 것이다.33) 그래서 의지의 자유로운 자기 규정은 현실적인 내용
과 실행 가능성을 결여한 선험적 형식에 머물게 되고, 반대로 의지의 구체
적인 대상과 내용은 의지의 자유로운 규정 활동으로부터 배제된 비이성적
자연으로 격하된다. 그러나 그렇게 자유의 영역 밖으로 추방당한 대상은
의지가 미치지 못하는 바로 그 외부에서 의지의 자유를 위협하고 제약하는
낯선 타자로서 견고하게 존속한다. 칸트가 긍정적 자유라고 부르는 순수
의지의 자율성 역시 헤겔의 관점에서는 부정적 자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
는 것이다.34)
그러나 이보다 더 중대한 문제는 칸트의 자유 개념에는 “타자 존재와 소
외 그리고 이런 소외의 극복에 대한 진지함”이 결여되어 있다는 데에 있
다.35) 칸트적 자유는 스스로를 보편화하는 선험적 자아의 자기 반성 속에
서 비록 타자를 고려하고 타자에게도 자아와 동등한 자유의 권리를 부여하
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성취되고 획득되는 상호주관
적 자유는 아니다. 칸트의 선험적 자아는 보편타당하되 고독하다. 반면에
헤겔에게 자유란 ‘타자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있음’, “타자 속에서의 대자
존재 내지 타자 속에서 자기 자신을 앎”이다.36) 참된 자유는 스토아적 현
인의 무관심에서 나오는 내면의 초연함을 넘어서서 현실 속에서 타자와 함
께 이루는 적극적이고 객관적인 자유이다.
예수가 이미 말했듯이 진리가 정신을 자유롭게 만든다. 그리고 자유는 정
신을 참되게 만든다. 그렇지만 정신의 자유는 타자 밖에서 성취한 독립성이
아니라 타자 안에서 성취한 타자에 대한 독립성이며, 타자로부터의 도피를
통해서가 아니라 타자를 현실성으로 극복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정신은 자신
의 대자적으로 존재하는 추상적인 보편성, 즉 단순한 자기 관련에서 벗어나
33) Rph, § 6 A.
34) “Über die wissenschaftlichen Behandlungsarten des Naturrechts”,
509쪽 참조.
35) Phä, 24쪽.
36) Phä, 559쪽.
176 사회와 철학 제19호
와 자기 자신 안에 특정하고 현실적인 구별, 단순한 자아와는 다른 타자, 따
라서 부정적인 것을 정립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타자와의 관련은 정신에게
단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필연적이다. 왜냐하면 정신은 타자를 통해 그리고
타자의 지양을 통해 비로소 정신이 개념상 그러해야 하는 바대로 자신이 그
러함을 입증하거나 실제로 그렇게 될 수 있다. 여기서 정신의 개념은 바로
외적인 것의 관념성, 자신의 타자 존재로부터 자기 안으로 복귀한 이념 또는
좀 더 추상적으로 표현하자면 스스로를 구분하고 그런 자신의 구분 속에서
자기에게 그리고 자기를 위해 존재하는 보편자라는 데에 있다.37)
5. 맺는 글
서구 형이상학의 유장한 전통에 따르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자기로부
터의 존재’ens a se 또는 ‘자기 안의 존재’ens in se이거나 아니면 ‘타자
로부터의 존재’ens ab alio 또는 ‘타자 안의 존재’ens in alio이다. 그리
고 오직 전자만이 무제약적이고 자유로운 존재인 반면에 후자는 타자에
의존적이거나 타자에 의해 제약된 부자유한 존재이다. 스피노자에 의해
선명하게 정식화된 이런 이분법적 존재 이해는 반형이상학을 강하게 표방
하는 현대에 들어서서도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이런
사고 방식에서는 자아와 타자, 자기 관련과 타자 관련이 양자택일의 외면
적 대립 관계로 파악된다. 칸트가 말했듯이 타자는 그가 단지 내 곁에 있
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의 자유를 훼손한다.38) 내가 실존하는 개별자로서
불가피하게 타자와 복잡다단한 관계를 맺으면서 그런 인연의 그물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불행한 존재적 사실일 따름이지 나의 자유의 존재
론적 조건이나 구성 요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타자와 관계하고
37) Enzy, § 382 Z.
38) Kant, Zum ewigen Frieden, B 19 참조.
헤겔의 자유 개념의 구조와 의미(김준수) 177
있다는 것은 타자에 의존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자유가 자립성
을 의미하는 한 그것은 원칙적으로 모든 타자 관련을 배제한다. 타자는
나의 자유를 위협하는 정복되어야 할 적이거나 나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
한 한낱 수단이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나의 자유와는 무관한 관용의 대상
일 뿐이다.
헤겔의 자유 개념이 지닌 혁신성은 참된 자유란 단순한 대자 존재도 아
니고 물론 대타 존재만도 아니며 이 양자의 사변적 통일인 ‘타자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있음’Bei-sich-selbst-Sein-im-Anderen이라는 사유에 있
다. 이때 ‘자기’와 ‘타자’는 동등한 방점을 지니면서 내적 상관성을 지니는
상호 구성의 관계로 파악된다. 즉 자아로 환원되지 않는 자유로운 타자와
의 관련은 자아의 성공적인 자기 관련을 위한, 다시 말해 자유로운 인격적
자기의식의 정립을 위한 선험적 조건이 되며, 또한 타자의 자기 관련을 위
해서도 동일한 관계가 성립한다. 이런 동등한 자아들 사이의 상호 승인을
통해 자아와 타자는 자립적인 개별자로서 스스로를 정립하는 동시에 그들
이 함께 공유하는 보편성의 영역을 창출한다.
타자 관련이 자기 관련의 선험적 조건이고 자아의 자유와 타아의 자유
는 상호 요청적 관계 속에서 상관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통찰한 최초의
철학자는 사실 피히테이다.39) 이런 점에서 피히테는 근대의 유아론적 자
유 개념에서 벗어나 엄밀한 의미에서의 상호주관적 자유 개념을 창안한 사
람이라고 불릴만하다. 그러나 피히테에게서 상호 승인은 각자의 자유 영역
을 서로 제한하여 이렇게 확보된 자신만의 영역으로부터 상대방을 배제하
39) “상술한 바와 같이 개체성의 개념은 교호 개념이다. 즉 그것은 오로지 타자의
사유와의 연관 속에서만 사유될 수 있고 또 타자의 사유, 그것도 형식상 동일
한 사유에 의해 조건지어진 개념이다. 모든 이성 존재에게서 개체성의 개념은
그것이 타자를 통해 완성된 것으로 정립되는 한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개체
성의 개념은 결코 나의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수긍하고 타자도 수긍하는 바
와 같이 나의 것이자 그의 것, 그의 것이자 나의 것이다. 그것은 두 의식이 하
나로 통일되는 공동의 개념이다.”(Fichte, Grundlage des Naturrechts nach
Principien der Wissenschaftslehre, 47쪽 이하)
178 사회와 철학 제19호
는 상호 제한과 상호 배제의 기계적 균형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
렇게 쌍방적 경계짓기를 통해 공존하는 자아와 타아는 더 이상 위협적이지
는 않지만 여전히 서로에게 낯선 존재로 남는다. 피히테적 자유는 나의 자
기 이해에 타인의 자기 이해를 적극적으로 배려하고 호혜적으로 참여시키
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자유 개념은 부정적 상호주관성의 한계 내
에 머문다. 이에 대해 헤겔은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자유는 이성성이 지닌 특징이고, 그 자체로 일체의 제한을 지양하는 것
이며, 그것은 또한 피히테의 체계에서 최상의 것이다. 그런데 (피히테의
체계에 따르면—필자 삽입) 타인들과의 공동체에서는 그 공동체 속에 있는
이성 존재들 모두의 자유가 가능해지도록 하기 위해 자유가 포기되어야 하
는데, 그런 공동체가 다시금 자유의 조건이 된다. 자유롭기 위해서는 자유
자체가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다시 한 번 밝혀지는 사실은
여기서는 자유가 한낱 부정적인 것, 즉 절대적 무규정성 또는 […] 순수한
관념적 요소—즉 반성의 관점에서 고찰된 자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
그러나 인격자가 다른 인격자들과 함께 이루는 공동체는 본질적으로 개인
의 진정한 자유의 제한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의 확장으로 간주되어야 한
다. 최상의 공동체는 그 힘에 있어서나 그 실행에 있어서나 최고의 자유이
다.40)
헤겔은 피히테의 상호주관성 이론을 계승하되 이를 긍정적 상호주관성
이론으로 확장하여 더욱 발전시킨다.41) 이제 나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와
의 교호 작용 속에서 성립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자유로운 타인과의 적
극적인 연대를 통해서만 획득되고 실현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는 네 안
에서 자유롭고, 너는 내 안에서 자유롭다. 아니 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40) “Differenz des Fichteschen und Schellingschen Systems der Philosophie”, 82
쪽.
41) ‘상호주관적․긍정적 자유’의 개념에 대해서는 김준수, 「근․현대 실천철학에
나타난 자유개념의 네 가지 유형」 참조.
헤겔의 자유 개념의 구조와 의미(김준수) 179
네가 내 안에서 자유로운 한에서 나는 네 안에서 자유롭고, 동시에 내가
네 안에서 자유로운 한에서 너는 내 안에서 자유롭다. 나의 자유와 너의
자유는 서로의 선험적 구성 조건이고 서로 안에서 연대하여 성취된다. 자
유는 나와 네가 우리가 되어 함께 이룩하는 보편적인 것, 다시 말해 ‘인륜
적인 것’이다. 이런 긍정적 상호주관성에 의해 이루어지는 인륜적 자유가
바로 헤겔이 말하는 긍정적 자유이다. 헤겔은 이런 긍정적 자유의 예로 우
정과 사랑을 제시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이러한 의미의 자유를 예컨대 우정이나 사랑 같은 감
각 형식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즉 우정이나 사랑의 경우에는 우리가 일면
적으로 자기 안에만 머물지 않고 오히려 기꺼이 타자와의 관계 속으로 스스
로를 제한하면서도 바로 이 제한 속에서 자기를 자기 자신으로 인지하는 것
이다. 즉 이때 인간은 규정성 속에서도 결코 스스로가 규정되어 있다고 느끼
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자를 다름 아닌 타자로서 고찰하는 가운데 비로소
자기 감정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42)
헤겔에 의하면 자유의 기본 규정은 자아의 무제약적 자기동일성이고, 이
는 타자 존재로부터의 해방을 전제한다. 그런 한에서 자유는 타자의 낯설
음과 불투과성을 깨뜨리고 타자를 나와 동일하게 만드는 힘, 타자에 대한
부정의 힘이다. 그러나 자유는 이에 못지않게 타자에 대한 자기 자신의 타
자 존재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보편성으로 도야시킬 것을 요구한다.
그런 한에서 자유는 자신의 직접적 대자 존재가 지닌 고립성과 배타성을
지양하고 자신을 타자와 동일하게 만드는 힘,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의 힘
이다. 헤겔은 그의 논리학과 정신철학에서 타자에 대한 무관심과 배제를
통해서 또는 타자에 대한 폭력적 지배와 흡수를 통해서 자신의 자유를 확
보하려는 시도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그 특유의 부정 변증법
을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참다운 자유는 자기 주장과 자기 상실의
42) Rph, § 7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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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변적 통일, 즉 자유로운 타자 속에서 나의 자유를 찾을 수 있는 힘, 나
와 타자의 호혜적 자기 긍정의 힘이다. 이런 의미에서 참된 자유는 보편적
자유이다. 이런 긍정적 자유는 헤겔에게서 법과 인륜성의 원리가 되고 또
인륜적 공동체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실현된다.43) 자유의 숭고함은 타자
속에서 나를 되찾는 경이로움, 우리가 되어 함께 일어서는 뜨거움, 그 나
눔의 넉넉한 풍요로움과 자존의 드높은 강건함에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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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김상봉의 이해와 평가가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지가 밝
혀진다. “독일관념론은 정신의 자유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혀 정신을 자기 밖
에 어떤 타자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실체, 절대적 홀로주체로 고양시켜 갔
다. […] 그러나 돌이켜 보면 정신의 자유를 모든 타자성의 부정에서 찾는 독
일관념론은 타자 속에서 자기 자신을 상실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서양적 나
르시시즘의 전형적 표현이다.”(김상봉, 나르시스의 꿈 , 257쪽.) 이런 오해는
유감스럽게도 그의 최근 저서에도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그 자신이 추구하는
“자기상실 속에서의 자기실현”이라는 “서로주체성”의 자유는 막상 헤겔이 말
하는 ‘긍정적 자유’와 다르지 않다.(김상봉, 서로주체성의 이념 , 233쪽) 김상
봉은 헤겔에게서 적대자가 아닌 동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헤겔의 자유 개념의 구조와 의미(김준수)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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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자유 개념의 구조와 의미(김준수) 183
Die Struktur und der Sinn des Hegelschen
Freiheitsbegriffs
Kim, Joonsoo
【Zusammenfassung】
Der Begriff der Freiheit macht den Grund und Boden des Deutschen
Idealismus, insbesondere des philosophischen Systems von Hegel. Eine
eingehende Diskussion über den Freiheitsbegriff ist erst in der Moderne
möglich geworden, nachdem man zur gründlichen Bewußtwerdung der
individuellen Freiheit erwachte. Aber die Frage nach der Freiheit ist
eine traditionelle metaphysische Frage. Im philosophischen Diskurs in
bezug auf die Freiheit geht es hauptsächlich um zwei Probleme, nämlich
die Fragen nach der Möglichkeit der Freiheit (Streit zwischen dem
Libertarianismus und dem Determinismus) und nach dem wahrhaften
Sinn der Freiheit (begriffliche Unterscheidung der negativen und der
positiven Freiheit). Im vorliegenden Aufsatz werden die Hegelschen
Antworten auf die oben genannten Fragen untersucht, und zwar auf
grund der sorgfältigen Analyse der sogenannten ‘drei Momente des
freien Willens’, die Hegel in seiner Rechtsphilosphie aufgestellt hat.
Wir werden die logische Struktur den Sinn des Hegelschen Freiheitbegriffs
erleuchten, indem wir uns mit Hegels Apologetik des freien Willens,
der Unterscheidung der Freiheit von der Willkür, dem positiven
Freiheit im Hegelschen Sinn etc. auseinandersetzt. Vor allem wird es
in diesem Aufsatz stark hervorgehoben, daß der Hegelsche Begriff der
Freiheit das Prinzip der Intersubjektivität als seine eigentümli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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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akteristik enthält.
Schlüsselwörter: Willensfreiheit, Willkür, positive Freiheit, das Andere, Intersubjektivität,
Sittlichkeit
논문접수일: 2010년 1월 11일 논문심사일: 2010년 1월 15일 게재확정일: 2010년 1월 2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