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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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조금 못미쳐 잠에서 깬다.오늘은 숙소에서 멀지않은 곳으로가벼운 산행을 계획했다.가로등이 불을 밝히고 있지만사방은 아직도 캄캄한 어둠속이다.산행 출발지까지는 약 2킬로미터,원점회귀는 좀처럼 택하지 않지만사무실 도착시간을 감안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준비를 마치고 숙소를 나서니 6시 40분 이다.휘황한 가로등을 보면 어디든 길을 찾을수 있을듯 하다.여명이 밝아올 무렵산행 들머리에 도착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으로 기온을 확인하니영하 10.1도 를 기록하고 있다.구스다운점퍼에 패딩 등산바지를 입었다.거기에 잰 걸음으로 발을 놀리니표시된 온도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바람이 시원하다.
숙소를 나와 시외버스터미널 사거리에서하이마트쪽으로 길을 건너 천변에 다다른다.다리 건너 오른쪽 도로를 따라 강서1동 주민센터에서가로수길 대로를 따라 걷는다.중부고속도로 교각을 지나오른쪽에 정상부로 짐작되는 곳이 보인다.
들머리로 생각했던 곳으로 건너는 건널목이 없어더 올라가 주유소 앞 횡단보도에 선다.차량통행 신호등이 모두 빨간불이다.같은 신호가 두어번 바뀌는 동안에도건널목 신호는 바뀌지 않는다.잠시 혼동스러웠지만이른 시간이라 통행하는 차량이 많지 않아무단횡단을 한다.
길을 건너다 보니 신호등 아래신호를 누르면 보행신호로 바뀌는 장치가 있다.설마 이런 곳에 까지 저런 장치가 있을까,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다.하긴 어찌보면 이곳처럼 보행자가 많지않은 곳에설치되어야 맞는지도 모르겠다.
마을길을 조금 올라 오른쪽으로들머리 입구 방향 통행로가 나오리라 짐작했는데육안으로 보기에는 길이 없어보인다.산마루는 정면으로 보이고조금 더 걷다가 빠질 길이 있겠지 싶어마을길을 따라 오른다.
오른쪽으로 길이 보여 접어들었지만어느 집 뒤로 길이 비탈로 끊어져 있다.되돌아 나가 더 올라가볼까 싶었지만비탈을 내려가 밭을 건너면 될 것도 같다.경사가 제법있고 잔설이 쌓여두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고자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조심스럽게 비탈 아래 밭에 내려선다.
밭을 가로질러 건너편으로 넘어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찾는데 없다.순간 머리가 하얗고 당황스럽다.스마트폰이 내 머리를 대체해버린 느낌이다.비탈길을 내려오며 몸이 흔들려어디엔가 떨어졌으리라 판단하고온 길을 더듬어 돌아간다.다행히 비탈 끝나는 밭둑에서 스마트폰을 찾아소중하게 집어들고 안도한다.
반대편으로 넘어오니역시 등산로 목책 로프가 늘어서있다.
아래쪽으로 내려다보니처음 들머리로 예정했던 곳이 보인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있다.
산 길 양옆 쌓인 잔설말고는 깨끗하다.
나무계단이 길게 이어져있다.
오른쪽 차단벽 아래이른 시간 맘껏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이내지르는 굉음이 소란스럽다.
높지 않은 산이라 갈림길이 자주 나타난다.마을과 마을을 연결해주던 고개마루다.
잘 정비된 등산로 끝나는 곳에민낯같은 비탈이 나타난다.좁은 길에 깔린 돌들이발길을 조심스럽게 만든다.
짧은 거리를 올라가면시멘트 포장도로가 나온다.왼쪽 훤히 트인 서남쪽으로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그제서야 아침해가 장엄한 무리를 이끌고앞산을 넘을 채비를 하고있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길은 막힌다.
올라오며 보았던 '통신대'라는 이정표가이곳을 군사시설로 짐작케한다.
담과 철조망 안쪽으로 통신탑이 우뚝 솟아있다.
눈 짐작으로는 오른쪽 산봉우리가 정상같은데그 쪽으로는 철문이 굳게 닫혀있다.
해발 231.7미터 부모산 정상이다.실망스러울 정도로 볼품없다.통신탑을 보호하기 위해 쳐놓은 철조망은세류를 거스르고 있다.
원래는 '아양산'으로 불렸다.몽고 침입 때 이 지방 사람들이 이 산으로 피신하게 된다.이 산은 항상 안개가 끼여 적군의 눈에 뜨이지 않아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살아남았다.물이 떨어져 목말라 죽을 위기에 처했을때에는샘물이 솟아나 살수 있었다.그 은혜가 부모와 같다고 하여'부모산'이라 했다는 전설이 전해져온다.
철조망에 매달아 놓은 정상표지가 안쓰럽다.
통신탑 바깥으로 인공으로 조성한 연못이 보인다.'모유정(母乳井)'이다.이곳에도 전해내려오는 전설이 있다.왠지 부모산 전설과 닮은 면이 있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킨 박춘무가청주성과 아양산을 탈환하여 머물고 있었다. 번번이 박춘무에게 패한 왜군이 아양산을 포위한다물이 없다는 것을 안 왜장은 경계를 강화하고식량과 물의 공급을 철저히 막았다.이러한 포위에도 의병들은 항전하였으나식량과 물이 부족하여 큰 어려움을 겪는다. 보름을 넘기자 굶어죽는자가 생기고박춘무도 기진하여 산기슭 큰 소나무 밑에 쓰러지고 만다.한동안 의식이 희미해져 가는 중에지팡이를 짚은 백발 노인이 나타나 일어나라 소리친다.그러더니 머리맡에 있는 소나무를 가리킨다. 깜짝 놀라 일어나군사들에게 머리맡에 있는 소나무를 뽑게 한다.소나무가 채 뽑히기도 전에그 자리에서 많은 양의 물이 솟구쳐 나왔다.수량이 많아 의병들 식수는 물론말 목욕까지 시킬 정도였다.이에 용기백배하여 항전했고왜병은 포위를 풀고 북쪽으로 달아났다.이때부터 아양산은 부모산이라 부르게 되었으며,또한 박춘무가 계시를 받아 판 우물을'모유정'(母乳井)'이라 부르게 되었다.5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 한다.
정상에서 내려와 돌아가는 길,오른쪽으로 보이는 '등산로'이정표가 유혹한다.잠깐 눈으로만 요기한다.
이제서야 해가 고개를 내민다.거느린 해무리 기세가 호기롭다,
올라왔던 비탈길로 내려서기전잠시 망설인다.예상보다 시간이 빠르고부모산성, 연화사 지명들이 뭔가 꼬리를 남긴다.
시멘트포장길을 내처 내려가니도로에 쌓인 눈이 불안하다.파인 홈이 있어 미끄러지지는 않는다.연화사에 닿는다.이정표에는 좌우로 '부모산성'방향을 가르키는데정작 산성 흔적은 찾을수 없다.
절 입구에 약수가 있다.혹독한 추위에 두텁게 얼음이 얼었는데수도꼭지를 틀어놓아 얼지는 않았는지 물이 똑똑 떨어진다.호기심 겸 바가지에 약수를 받아 마신다.물맛은 잘 모르겠지만지하수를 사용하는지 미지근하다.어쩌면 부모산 모유정에서 흐르는물줄기 일지도 모르겠다.
절 앞쪽으로 길이 있다.이쪽도 이정표에 부모산성으로 표시된 방향이다.
고개마루에 서니 청주 도심이 눈에 들어온다.새하얀 연기를 뿜는 저 정체는 무엇일까?도심의 하늘에 가득 올라간 연기는청주시민들에게 무해할까?
산 동쪽 훤히 트인곳에도 산불감시초소가 서있다.
녹지않은 눈이 길을 편하게 덮고있다.하지만 이제는 발길을 돌려야한다.
철조망과 철문으로 막아놓은 계단 끝에 봉분이 보인다.가만히 보면 철문에 자물쇠가 없다.철조망 끝으로도 얼마든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되돌아가는 길,'주봉마을, 민충사' 방향 이정표가 눈에 들어와다시 길을 빠진다.
민충사는 임진왜란 때 청주성 탈환에 공이 큰 박춘무와 동생 춘번, 아들 동명 등 칠백 무명 의병과박춘무의 장손으로 이괄의 난 때 공을 세운 홍운의 위패가 모셔져있다.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문은 굳게 잠겨있다.
홍살문 안쪽으로 삼문이 보인다.
비석이 입구에 자리잡고 있다.
주봉 마을길로 내려와 잠시 뒤돌아 본다.정상부 통신탑이 머리부분을 삐죽 내밀고 있다.
마을 앞 방죽에 한때는 연꽃이 만발했겠다.갈빛 주검이 바람에 흔들린다.
전망데크로 내려서니누구도 밟은적 없는 눈이 순백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스러질 발자취를 남겨본다.
씨앗을 품은 연꽃대가힘겨운 산고를 마치고 스러져,가진 것을 놓으면 고단했던 한 살이는 끝난다.
그렇게 산행을 마무리하고가로수길 아까 그 건널목에 선다.이번에는 실수없이 벨을 누르니곧 보행신호로 바뀌어 길을 건넌다.길을 건넌 시간이 8시 10분,택시를 잡을 예정이었으나2킬로미터는 내게 20분 이면 걷기에 충분한 시간이다.도로 저 앞으로 중부고속도로 교량이 보인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밝힐 성화가12월 18, 19일 이틀간 청주시내를 통과한다.그에 따른 교통통제 안내 현수막을도로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숙소에 도착하니 8시 30분 이다.예정대로 계획을 마무리하는 기분이무척이나 상쾌하다.
첫댓글 부지런함과 열정에 다시금 박수를 보내며 이제 일어난 저는 출근 준비합니다.^^
첫댓글 부지런함과 열정에 다시금 박수를 보내며 이제 일어난 저는 출근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