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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필자는 2018년 8월 8일 일본 대마도 여행을 시작, 10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귀가해서 친구의 부고(訃告)를 접했습니다. -“황현산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1945년)이 향년 73세로 8일 별세했다. 황현산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일 (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나주 본관서 취임식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으나 2018년 3월 2일 건강상 의 이유로 사직했다...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강원대학교 문과대학 교수(1985.3~1993.2),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교수(1993.3~2010.3) 등을 거쳤으며...”-
ARCO!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라는 거대한(?) 단체의 수장(首長)이라는 자리에 불과 96일 동안 앉았다가 병마(病魔) 때문에 사임하고, 다섯 달 만에 이승을 하직한 황현산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그는 2015년 담도암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았으며 2017년 12월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했으나 암이 재발하면서 두 달여 만에 사직! 프랑스시인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1880~1919년)를 사랑했던 문학평론가 현산! 그는 불문학계에선 필자의 후배이지만 동갑내기이며 동료 교수였습니다. 그의 첫 강단(講壇)은 필자와 함께 근무했던 경남대학교 불어불문학과였습니다. 그의 이력(履歷)에서 의미가 큰데, 그의 부고에는 빠져 있었습니다. 왜? 현산에게 교수의 길을 열어준 경남대학교가 국립(國立)도 아니고 고대(高大)가 아니라서? 참 선(善)하고 똑똑한 친구였는데...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그의 죽음을 앞당겼다는 헛된 망상(妄想)을 해보았습니다. 고인(故人)의 명복(冥福)을 다시 빌어봅니다.
2018년 9월 9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정권수립일 이른바 99절 70주년을 맞아, 아침 일찍 할아버지와 아버지인, 김일성,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태양궁전을 찾은 날! 필자는 연출가 손진책 님의 연극 <돼지우리>에의 초대로 대학로를 찾았습니다. 그와 담소(談笑)를 나누고 팜플렛을 받았는데, 그 안에 갇힌 <돼지우리>가 있었습니다. 표지에는 “올해의 아르코 파트너. BEST & FIRST 베스트 앤 퍼스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rts Council Korea"라고 되어있었습니다.
문화예술의 연구·창작·보급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설립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은 2005년의「문화예술진흥법 개정법률」(법률 제7364호)에 따라 같은 해 8월 민간 자율 기구로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그 전에는 공식 명칭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었습니다. 팜플렛의 서두(序頭)에는 ‘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현산이 살아있었으면 여기에 멋진 글을 올렸을텐데...또 한번 헛된 망상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팜프렛 표지에 외래어가 왜 이렇게 많을까요? 내용을 보니 'Best & First 연극‘ 4편, 'Best & First 무용‘ 4편...80쪽이 넘는 팜플렛은 고급스러웠습니다. 연극 네 편은 모두 번역극이었습니다. 그런데 ’직무대행‘의 인사말에는 왜 번역극만 공연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한반도의, 한민족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는 거리가 좀 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예산 규모가 알고 싶었습니다. 국민의 세금이 몇 %가 되는지도 알고 싶었습니다.
연극 <돼지우리>의 시놉시스 -전쟁 중 탈영한 파벨은 집 안의 축축하고 음산한 돼지우리에 숨어살고 있다. 아내 프라스코비이는 그런 남편을 숨긴 채 전몰군인의 미망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전승기념일, 전몰장병 추모비 제막식이 열린다. 파벨은 이날이야말로 돼지우리에서 나와 자신의 존재를 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시끄러운 돼지우리 안에서 열심히 연설문을 남독하는 연습을 한다. 하지만 프라스코비야는 남편의 기념식 참석을 반대한다.
파벨은 이미 전쟁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해 훈장 까지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대로 세상에 나가면 어떤 위험이 닥칠지 알 수 없는 삼황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바깥 공기가 너무나도 그리웠던 파벨은 급기야 여장을 하고 새벽 거리로 나오게 되는데.. - 팜플렛에는 분명 돼지우리 안에 <돼지우리>가 갇혀 있었는데, 무대의 돼지우리는 자유의 상징이었습니다.
지루하리라 예상했던 ‘살기위해 돼지우리에 숨어 지냈던 탈영병, 그 41년간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한국연극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내 영혼마저 이 돼지우리와 똑같아 지는 건가?”라고 외친 파벨(박완규)의 나신(裸身)은 섹스와 무관한 자유인이었습니다. 그의 연기는 근래에 보기 힘들었던 열연(熱演)이었습니다. 연출·연기·무대미술의 삼합(三合)은 ‘목포 홍어 삼합’보다 더 맛있었으며, 근래에 보지 못한 수작(秀作)이었습니다! 극장 로비에서 다시 만난 연출 손진책 친구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습니다.
연극 <돼지우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세계적인 작가 아돌 후가드(Athol Fugard/1932년생)의 작품으로, 지난 봄 많은 박수를 받았던 <3월의 눈>의 손진책(극단 미추 대표)님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그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내 연극정신은 마당정신이다. ‘지금 여기에서 인간다운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마당정신이라고 본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문제의식이 일맥상통한다.
전통극의 현대화는 평생의 화두지만 억지로 기법이나 형식에 얽매일 생각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작품의 선택 기준에 대해 “푸가드가 평생 일관되게 밀고 나간 인권, 실존, 두려움에 관한 주제 의식이 이 작품에도 녹아 있는데, 유독 저평가됐다. 어떤 면에서 사회나 국가도 우리의 ‘돼지우리’일 수 있다. 우리의 현재와 연결되는 지점을 고민하며 골랐다.”고 했습니다.
극단 미추는 1986년 8월 윤문식, 김종엽, 김성녀, 정태화를 비롯한 30여 명의 단원을 주축으로 연출가 손진책에 의해 창단된 단체로, 민족극 정립에 앞장서 온 단체로 마당놀이를 우리 땅에 정착시켰으며, 창극과 꼭두각시 놀음 등을 지속적으로 공연해왔습니다. 또한 당시의 사회상과 어우러진 작품들로 전통극과 현대극, 뮤지컬을 넘나들며 대중과 만나온 한편 활발한 해외 활동을 통해 우리의 작품을 유고, 헝가리, 중국, 미국 등의 외국에 알렸습니다. 1996년 경기도 양주군에 극장과 교육시설 등을 갖춘 미추산방을 열었습니다.
손진책의〈돼지우리>!“공연기간: 2018.09.08.~2018.09.22./ 시간: 화~금 20:00 / 토~일 15:00 / 월 쉼/ 장소: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입니다. 110분 동안 열연한 파벨 역의 박완규와 프라스코비야 역의 고수희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연출 손진책 친구에게도 박수를!
많은 사람들이 아르코예술극장 앞에 장사진(長蛇陣)를 이루기를 기원합니다.
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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