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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운주동 서당방
가지 많은 큰 나무 바람에 잘 새 없다고 최구장은 점점 많이 늘어난 자손들의 앞날이 막막하기만 했다.
최구장은 곰방대를 뻑뻑 빨면서 네 살 밖에 안 되는 명옥이 베실을 삼다가 까딱까딱 자부는 것을 보고 곰방대로 이마를 딱 쳤다.
“아가!”
“요년 가시나, 초저녁부터 자고 언제 밥값을 하겠냐?”
자불다가 명옥은 너무 아파 눈물을 똑똑 떨어뜨리면서도 잠에서 깨여나 눈을 비비더니 베실을 삼아 모대기에 감았다. 허나 14대 장손 봉인은 정주간에서 단잠에 빠져 코를 골고 있었다.
명옥은 잠기 가득한 눈을 똥그랗게 뜨고 저녁 늦게까지 베실을 뽑아내 감고 또 감았다.
최구장은 자불면서 베실을 뽑는 조그만 손녀가 불쌍해났다.
“명옥아, 너도 자고 내일 일찍이 일어나 베실을 뽑아라. 가시나, 밥값을 해야 죽이라도 먹지.”
“예, 내일 베실을 많이 뽑겠습니다.”
명옥은 좋아라고 일어나 베실을 감아치우고 봉인의 곁에 가서 두 다리를 꼬부리고 굳 잠에 빠져버렸다.
최구장은 집안에서 갑갑하여 바깥으로 나가 검은 구름 속에 어슴푸레 보이는 달밤 하늘을 쳐다보았다.
검은 하늘에서 보슬비가 보슬보슬 떨어졌다. 최구장은 가슴이 옥죄여 드는 것 같아 마루에 내려 보슬비를 온몸으로 맞았다. 차라리 비를 흠뻑 맞아 온몸의 근심을 씻어버리기라도 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는 이일 저일 생각하니 당장 숨이 넘어 갈 것만 같았다.
“이젠 묵밭도 마음대로 일구지 못한다지. 밭에다 나무를 심어야 한다지. 사냥도 하지 못하고 버드나무를 베지도 못한다지. 뭘 먹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그래 이 땅이 일본 놈의 땅으로 됐단 말인가? 아, 나라가 망하더니 망국노의 신세로 됐구나. 이게 바로 망국노의 설음이구나.)
최구장은 바쁠 때일수록 병완과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
(그러나 난 이 고향 땅을 쉽게 버리고 만주로 들어갈 수 없어. 지식으로 이 땅에서 일본 놈들과 싸워보자. 일본 놈들은 메이찌 유신 후에 세계 선진적 지식과 기술을 끌어들여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 그 놈들은 우리보다 먼저 세상 아는 것이 많고 힘이 있기에 우리 나라를 먹어치우고 우리 땅에 발을 붙인 게 아닌가? 무지몽매는 오랑캐 놈들에게 짓밟히는 제일 큰 원인인 거야. 우리 후손들을 더는 무식해 오랑캐 놈들에게 억눌리면서 살게 할 수는 없다.)
그는 주먹을 으스러지게 틀어쥐고 부르르 떨었다. 지루한 어둠속에 흩날리는 보기 좋던 은빛구레나룻도 원형을 잃고 말았다.
(이 지루한 밤이 언제면 개일까?)
최구장은 한숨을 길게 쉬면서 마루에 올라가 갓을 벗어 비 물을 툭툭 털어 마루기둥에 걸어 놓았고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이른 아침 먹장구름이 뒤덮인 동녘하늘이 희붐히 밝아왔다. 얼음조각 같은 해라도 조금 떠서 비췄으면 좋으련만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아침술이 떨어지기 바쁘게 최구장은 맏아들 경숙을 보고 흑판을 만들라고 했다. 아버지 뜻을 안 경숙은 아버지와 함께 구새 목에 몇 해 놔두었던 통나무 몇 개를 맞들어 마당에 가져왔다. 그는 큰 자귀로 통나무를 풍풍 찍어낸 후 대패로 빤빤하게 밀어 다듬었다. 이윽고 나무판자를 대고 숯 검댕이 칠을 하니 제법 자그마한 흑판이 됐다.
한동안 일본헌병들이 서당에서 조선 글을 가르치지 못하게 하여 최구장은 흑판마저 없애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백절불굴하고 제일 위방에 흑판을 다시 만들어 세웠다
그날부터 그는 서너살 밖에 안 되는 손자들인 봉인과 봉순, 봉문을 흑판 앞에 앉혀놓고 글을 가르쳤다.
며칠 지나자 소문을 듣고 마을의 사돈 기준이 아들 상우와 상순을 데리고 왔고 신설동의 열서너 살 되는 형내도 다시 서당에 왔다.
“얘들아, 글을 배워야 한다. 글을 모르면 남들에게 짓밟히게 되느니라. 성현들의 글에는 우리가 모르는 지혜와 새 세상이 있느니라.”
학부모들인 기준과 상철이 등도 모두 개학하는 날에 모여와 애들과 함께 공부했다.
“오늘부터 천자문을 가르치겠다. 처음 글자는 ‘천’이라고 읽는다. ‘천’ 자는 하늘이라는 뜻을 나타낸다. 따라 읽어보자. 하늘 ‘천’.”
“하늘 ‘천’!”
서당에는 최구장을 따라 애들이 글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왔다. 그 낭랑한 글 읽는 소리는 절에서 중이 염불하는 소리처럼 느릿느릿하면서도 노래 소리처럼 절주 있게 들려왔다.
“하늘 천, 따 지, 누를 ‘황’, 가물 ‘현’.”
“참 잘 읽었다. 그럼 한 글자 한 글자 읽으면서 써 봐라.”
애들은 종이나 붓이 없는지라 미리 준비해가지고 온 모래판에 나무꼬챙이나 손가락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읽으면서 써내려갔다. 애들이 제대로 쓰지 못하면 최구장이 돌아가면서 손을 잡고 한 획 한 획 쓰는 연습을 했다.
형내는 몇 해 전에 배운 적이 있어 작은 선생이 되여 옆에 앉은 애들의 손을 잡고 쓰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좀 큰 애들은 괜찮았는데 봉문이랑은 세 살 밖에 안 되는지라 제대로 따라 쓰지 못했다.
이때 아래방에서 “잉잉” 여자애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웬 일이냐?”
모두들 아래 방을 내려다보았다. 네 살 밖에 안 되는 명옥이 두 손으로 눈을 비비면서 서당 문어귀에 서있었다.
최구장이 성난 눈길로 명옥을 보면서 물었다.
“저 년 가시나, 어째 떠드느냐?”
그러자 명옥은 허옥실의 손에서 빠져나와 서당에 뛰어 들어오면서 소리쳤다.
“할아버지, 나도 공부하겠소.”
그러자 최구장은 명옥을 쫓아내면서 꾸짖었다.
“이 년 가시나, 계집애가 공부를 해 뭘 해? 넌 가서 베실이나 뽑아라.”
그러나 명옥은 몸을 뱅뱅 탈면서 떼를 썼다.
“싫습니다. 나도 봉인 오빠처럼 공부를 하겠다 ~ ”
“이 가시나, 나가지 못 할까?!”
순간, 상순이가 코를 풀쩍거리면서 “명옥아, 여기 내 옆에 앉아 공부해라.”라고 하면서 엉덩이를 옆으로 움직여 앉을 자리를 내놓았다.
기준은 상순의 말에 어이없어 희죽이 웃기만 했다.
경숙이가 보다 못해 달려와 칭얼거리는 명옥을 안아 정지로 내려갔다. 그는 명옥을 옥실에게 안겨주면서 책망했다.
“애를 보지 못 하고 뭘 하오?”
옥실은 손으로 눈을 비비면서 우는 명옥을 받아 안으면서 남편에게 눈을 흘기었다.
“계집애는 공부를 하면 못씁니까?”
“가시나가 공부를 해 뭘 해? 베실이나 뽑고 빨래나 하고 밥이나 지으면 되는 거지. 쯧쯧. 아버지가 화를 내면 어쩌자고. 다신 그런 소릴 하지 마오.”
옥실은 명옥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도도 거렸다.
“공부는 뭘 사내들만 하라고 날 때부터 써놓았다오?”
“그만 하오. 숱한 사람이 듣는데.”
경숙은 위방을 올려다보면서 눈까지 끔쩍해보였다.
그러자 옥실은 입을 다물고 명옥을 안고 달래였다.
“일 없다. 오빠가 먼저 글을 배우면 오빠한테서 배우면 된다. 울지 말라. 이젠 끝여라.”
그래도 명옥은 흑흑 흐느껴 울었다.
위방에서는 문을 꼭 닫았는데 최구장이 글을 설명하는 소리만이 들리었다.
“‘천지황현’이란 뜻은 이러하느니라. 옛날에 하늘땅이 가물고 몽땅 누르러 갔다는 뜻이니라. 생각해봐라. 이런 하늘아래 누런 땅에서 가물어 곡식이 여물 수 있겠느냐?”
“없습니다.”
형내는 배운 적이 있어 제꺽 대답했다. 옆에서 듣던 상철과 기준은 머리를 끄덕였다.
최구장은 마른기침을 하며 애들에게 말했다.
“아래에 하늘 ‘천’자에 깃든 ‘녀아의 전설’을 이야기해주겠다.”
“와우, 좋다.”
애들이고 어른이고 귀를 가시고 들었다.
“먼 옛날 태고 적에 하늘에 구멍이 펑 뚫렸지. 그래서 하늘에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땅에는 가뭄이 형편없이 들어 곡식이 다 쓰러졌단다. 그래서 녀아는 중국 곤륜이란 산에 가서 바위 돌을 깨서 불에 녹여서 파 난 하늘을 기웠단다.”
“와~ 대단한 여자야.”
애들이 감탄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한사람이 드나들 만큼 기울 녹인 용암이 모자랐단다. 그래서 녀아는 사람들을 살게 하려고 자기 몸으로 나머지 하늘 구멍을 막았단다. 그때부터 하늘 구멍이 막혀 사람들이 곡식을 심어도 잘 자라서 잘 살게 되였단다.”
“와~ 정말 대단한 녀아로구나.”
“그래, 참말 대단해.”
최구장은 눈을 지그시 감고 애들의 감탄소리를 들으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공부는 이만하자.”
애들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옛말을 들으니 재미있다고들 했다.
며칠 후 최구장은 애들이 배운 것을 다 익히자 그다음 글자를 배워주었다.
“오늘 배울 첫 글자는 영글 측자이다. 먼저 따라 읽기를 하자. 영글 ‘측’!”
“영글 ‘측’!”
몇 번 따라 읽기를 한후 애들은 한 획 한 획 따라 “측” 자를 써나갔다.
최구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애들 속을 왔다 갔다 하면서 애들이 모래판에 글씨를 쓰는 것을 돌아보았다.
(영팔과 응삼이랑 다 얘들처럼 배워주었건만 우리 조선 사람을 도울 대신 일본 놈들의 개다리로 돼버렸단 말이야. 무식도 죄지만 유식해도 지식을 누굴 위해 쓰는가는 것이 더 중요한 거야.)
최구장은 응삼이랑 떠올리자 마음이 아프고 자기 노력이 결과가 빗나와 서글펐다.
한참 후 최구장은 책상을 똑똑 쳤다.
“그만, 그만 쓰고 오늘 배운 영글 ‘측’자의 뜻을 알도록 하자.”
애들은 모두 똑바로 앉아 초롱초롱한 눈을 한 번도 깜짝하지 않고 최구장 선생님을 바라보면서 하회를 기다렸다.
최구장은 미리 마련해놓은 둥근 채 바퀴를 두 손으로 쥐여 안으로 힘껏 우겼다. 그러자 채 바퀴는 타원형으로 이그러져 버렸다.
“봐라. 이렇게 된 걸 이그러졌다고 한다. 영글 측자는 바로 이그러진다는 뜻이느니라.”
그러자 애들은 “오~” 하고 알았다는 듯이 감탄소리를 내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그때 형내가 손을 들었다.
“뭐냐? 말해라.”
형내는 이런 요구를 제기했다.
“선생님, 땅에 깃든 얘기도 들려줍소.”
그러자 애들은 좋아 박수까지 쳤다.
“그래, 그렇게 하자. 에헴, 따 ‘지’라. 땅이란 원래 울퉁불퉁하게 생겼지. 높이 우뚝 솟은 건 산이요, 깊이 패인 건 골짜기지. 우리 사는 명천 여기서부터 몇 백리 떨어진 북쪽에는 백두산이란 높은 산이 우뚝 솟아있다.”
최구장은 흑판에 석회 돌로 백두산을 그려놓고 백두산을 일일이 설명하고 뒤이어 백두산에 깃든 전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에헴, 최구장, 안녕하오?”
이때 나까노라이찌로 헌병 소대장이 서당에 불쑥 들어섰다
불청객이 들어오자 최구장은 백두산 그림 아래에 썼던 백두산이란 글을 지우고 후지산이라고 써놓았다.
“오, 후지산, 우리 대일본 제국의 아주 아름다운 산이야.”
나까노라이찌로 소대장은 손으로 턱을 고인 채 흑판을 들여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자는 코 수염을 쓱 닦더니 거들먹거렸다.
“좋소까. 계속 얘기했소까.”
최구장은 계속 백두산 전설을 얘기했다. 그러나 나까노라이찌로 소대장은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는지라 서당에서 나가버렸다.
그는 떠나가면서 조선말을 알아듣는 영팔과 수길과 같은 조선 앞잡이들을 데리고 와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구장은 애들이 흥미진진하게 듣자 다른 얘기도 들려주었다. 애들을 데리러 일찍 왔던 학부모들도 최구장의 얘기가 재미있어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명옥은 오빠 봉인이랑 공부하는 것이 너무 부러워 꼭 닫긴 문에 난 옹이구멍으로 들여다보면서 귀를 강구고 듣고는 애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손바닥에 글자를 써보면서 하늘 천, 따지를 귀동냥해 익혀나갔다.
그런데 어떤 때에는 봉인오빠한테 들킬 때가 있었다. 못된 봉인이가 손가락으로 옹이구멍으로 쏙 내지르면 눈이 찔렸다. 설상가상으로 할아버지 최구장은 명옥이 옹이구멍으로 들여다보는데다가 애들이 옹이구멍에 대고 손가락질하면서 작난 친다고 마무꼬챙이를 깎아 옹이구멍을 막아버렸다.
옹이구멍까지 막히자 명옥의 글공부는 꽉 막혀버렸다.
서당에는 날이 갈수록 신흥동과 영월동, 가마골, 신설동의 숱한 애들이 모여와 흥성흥성해져 가고 있었다.
최구장은 아예 팔간 집 제일 서쪽 간에 “운주동 서당”이란 편액까지 내 건 후 서당 학생들을 널리 모집했다.
3. 오누이
흐릿한 하늘이 운주동을 지지 누르고 있었다. 비도 내리지 않고 갑갑하게 대지를 덮고 있는 먹장구름이 밉살스러울 지경이었다.
어느날 명옥은 봉인 오빠랑 공부하는 서당 방 문 뒤에 달려갔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붓으로 쭉 그어놓은 듯 짙은 버들잎 눈썹아래 엄한 눈길로 나가라고 눈짓했다.
은빛수염을 슬슬 쓸며 자기를 못 마땅한 눈길로 쏘아보는 할아버지가 겁나 명옥은 아래 방으로 해서 정주간으로 달아났다.
그는 엄마의 품에 안기면서 칭얼거렸다.
“엄마, 나두 오빠랑 함께 공부할래. 응~응.”
옥실은 철없는 어린 딸이 불쌍해 명옥의 눈물범벅이 된 얼굴에 얼굴을 대고 상냥한 어조로 달래였다.
“얘야, 옛날부터 여자애들은 공부를 하지 못한단다. 여자애들은 베실을 뽑고 밥을 지어야 해.”
그러자 명옥은 머리를 도리도리 하면서 떼를 썼다.
“난 베실 뽑기 싫습니다. 나도 오빠처럼 공부하겠소. 엉~엉, 흐흑.”
옥실은 눈물줄기가 쏟아지는 명옥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달래였다.
“응, 할아버지한테서 배우지 못하면 오빠 먼저 배운 다음에 오빠한테서 배우자. 그만 그쳐라. 할아버지가 듣고 위방에서 나와 또 곰방대로 이마를 치겠다. 딱 그쳐라.”
그 말에 명옥은 흑흑 흐느끼면서 울음을 그치더니 옥실의 품에 안겼다.
한참 칭얼거리던 명옥은 옥실의 품에 안긴 채 조용히 잠들어버렸다.
옥실은 쌔근쌔근 잠자는 딸을 꼭 껴안고 다독이면서 한숨을 호~ 내쉬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명옥은 쌔근쌔근 자면서도 흑흑 흐느끼곤 했다. 옥실은 명옥이를 구들에 내려놓고 베개를 베워주고 누더기이불을 덮어주었다.
뒤이어 그녀는 헛간에 나가 사다리를 가져다가 천정 대들보에 기대여 놓고 올라가 메주덩이를 뜯어 북데기를 펴놓은 바닥에 내리 떨어뜨렸다.
마지막에 손이 닿을락 말락 하는 메주덩이가 천정에 매달린 채 남아있었다. 아무리 손을 뻗쳐도 손가라 끝도 닿지 않아 이마에 콩알 같은 땅방울이 송골송골 내돋았다.
드디어 그녀는 눈앞이 아찔해나며 무수한 별빛이 반짝거리며 두 다리가 덜덜 떨렸다.
그녀가 마지막 메주덩이를 달아맨 새끼에 손을 뻗쳐 뜯으려는 순간 졸지에 바깥에서 나까노라 소대장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거기서 뭘 해?!”
옥실이 바깥으로 머리를 돌리면서 내다보다가 몸이 기우뚱하며 사다리에서 허공 퉁 떨어졌다.
“앗!”
그 모진 소리에 미닫이문이 쫘르륵 열리면서 서당에서 어른들이 무슨 일인가고 부엌간 쪽으로 달려 내려왔다.
옥실은 메주덩이가 널린 북데기 위에 떨어지면서 그만 땅바닥에 머리를 탕 부딪치고 말았던 것이다.
“어머니!”
명옥도 깨나서 방바닥에 떨어져 쓰러져 있는 엄마를 보고 달려가 흔들며 울었다.
경숙과 경민은 부랴부랴 옥실을 안아다가 가마 목에 눕혔다.
“여보, 이게 웬 일이요? 어이구, 이 일을 어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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