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행 둘째날
아침 일찍 일어났다.
땅끝 갈두산 전망대까지 모노레일이 부설되어 있었으나 우리는 선호하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우리를 응원하는 휘파람새 소리를 들으며 전망대 아래까지 갔다.
날이 흐리고 황사까지 있어
일기가 불순했지만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나무데크로 된 길을 따라서
땅끝탑으로 향했다.
토요일 이른 시각이라 사람은 별로 없었으나
희한하게도 만나는 사람마다 경상도 사람이다.
오늘 내가 경상도 가는 걸 알았나?
땅끝탑 앞에 추가로 구조물이 세워졌고
투명유리도 깔아
파도치는 모습이 아스라이 보여
다리가 괜시리 후들거린다.
94,95년 내가 소초장을 했을 때의 흔적은 아얘 찾을 수 없다.
000초소의 기억은
그냥 추억이 되었다.
하긴 벌써 30년이 다 되어가니..
아침을 먹으러 송호해수욕장 뒷편 본동기사식당으로 갔다.
만원짜리 갈치백반인데
어리굴젓무침, 간장게장, 전복장조림까지 반찬이 어마무시하게 나온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한 사람이 더 있었지만 나올 때는 20명쯤 되는 사람이 바글댔다.
전라도 밥상을 말로 어찌 형용할 수 있으랴?
다들 경험을 해야 비로서 알 수 있으리.
그 다음으로 우리 소대가 주둔했던 송지면 어란진항으로 향했다.
30년 세월이 지나 모든 것이 다 변했지만 우리가 주둔했던 바위 언덕은 의구하다.
지금도 언덕위에 철조망이 쳐져있다.
그 안에 가건물들이 보이는데 군부대 같지는 않다.
바닷가에 토실토실한 바닷풀이
눈에 들어온다.
다음은 아내가 보고싶어하던
도솔암으로 향했다.
원래 달마산 미황사에서 도솔암까지 연결하는 다섯 시간짜리 코스가 있다는데
오늘은 도전해볼만 한 시간이 부족하다.
차를 타고 도솔암근처까지 갈 수 있지만, 낭떠러지 길이고 차도가 매우 협소하며 주차공간도 얼마 없다.
미리 알았다면 절대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도솔암까지 산세가 수려하고
좌로는 진도 우로는 완도의 군도가 굽어보인다.
길가의 진달래도 색이 유난히 곱다.
아! 꽃길만 걷고싶다.
朝光莊嚴東海出
夜景寂靜海中月
도솔암 양쪽 기둥에 대련이
눈에 든다.
사진찍게 자리를 비켜달라하고
자기는 비켜주지도 않던 아줌마가
내가 아내에게 대련의 뜻풀이를
해주는 모습을 보더니 좀 놀란 눈치다.
다음 행선지는 미황사
글이 길어져 다음에 이어서
써야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