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난 지금까지 일본 문학이나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고 잘 보지도 않았다. 특히 일본 영화는 한국 정서와 맞지 않아 보는 내내 불편하고,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소위 오타쿠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번 융합사를 통해 읽게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역시 처음에는 막 내키지는 않았다. 그런데 '용의자 X의 헌신'을 비롯한 많은 좋은 책을 쓴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약간의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이 마법이 일어나는 작은 잡화점을 떠올리며 열었던 이 책은 전혀 다른 내용이었지만, 베스트셀러가 될 이유가 있었다.
우선 주인공 세 명은 생각과 달리 굉장히 일반인스러운 좀도둑 3명이었다. 이들은 정신연령이 나와 비슷해 보였고 아직 어리고 미숙한 사람들이었다. 처음에 이들은 경찰을 피해 숨을 곳을 찾아 잡화점에 들어갔지만 잡화점에서 엄청난 경험을 하게된다. 과거와 현재가 이어진 기적같은 시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주고 공감하며 내적으로 성장한다. 나는 이 소설의 다른 부분도 좋았지만 현시대의 젊은이들의 고민들을 알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실제로 일어날직한 이야기들이었고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고민다운 고민들이었다. 나 역시 이 주인공들처럼 이들한테 이입해서 내가 그 고민이 있다면 어떻게 해결했을까 혹은 어떻게 조언했을까를 다양하게 떠올렸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고민은 달토끼의 이야기였다. 올림픽은 출전해야하고 그 역시 연인이 간절히 원하던 일이었는데 든든한 지원자였던 그 연인이 시한부이다. 내가 생각해도 참 답이 없고 답답한 고민이었다. 그런데 이 편지에 대해 세 주인공들은 무언가 성의 없이 답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이들이 받은 첫 편지라서 그럴텐데 아무런 조언도 못해주고 도움도 별로 못되는 답을 해준 그들에게 달토끼는 매우 고마워했다. 나는 이를 보고 사람이 고민을 털어 놓는 이유는 앞으로의 행동에 대한 지침을 얻으려는 것도 있겠지만, 그런 행동 자체가 당사자의 마음을 많이 가볍게 한다는 것을 느꼈다. 나 역시 주변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그들의 힘든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잘 들어주는 자세가 참 중요하다는 아주 기본적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인생 명언이라고 할 만큼 가슴을 찡하게 하는 말들이 많았다. '당신의 노력은 절대로 쓸데 없는 일이 되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꼭 믿어주세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라는 말이 진정성이 느껴졌다. 말 자체가 일단 나에게도 굉장히 힘이 되었고 책상 앞에 써놓고 싶은 구절이었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해주었 구절도 있었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되고서 생겨난 것. 나중에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있다면 인연이 끊길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연락이 끊긴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떠올리게 했고, 나 역시 그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들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책이 매우 쉽게 술술 읽혔고, 요즘 내가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용 자체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이라서 주변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다. 지금까지 책은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좋은 책을 사두고 평생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앞으로도 좋은 책은 내 돈을 주고 사야겠다.